아우디 원조 싱글 프레임 그릴..지금은 현대기아서 유행?
아우디 원조 싱글 프레임 그릴..지금은 현대기아서 유행?
  • 이준호 에디터
  • 승인 2020.07.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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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에 라디에이터 그릴은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몇몇 내연기관들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욱 키운다. 이에 반기를 드는 디자인들도 속속 등장 중이다. 지금은 그릴 디자인의 춘추전국시대다.



최초의 싱글 프레임을 선보인 아우디 콰트로 콘셉트 3총사
최초의 싱글 프레임 그릴을 선보인 아우디 콰트로 콘셉트 3총사

2000년대 초 자동차 디자인 史에서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났다. 싱글 프레임 그릴의 등장이다. Single Frame 이란, 하나의 뼈대를 의미한다. 탄생은 아우디에서다. 당시 총괄 수석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태생 발터 드 실바였다. 2003년 북미,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모터쇼에서 차례로 Pike Peake quattro(Q7), Nuvolari quattro(A5), Le Mans quattro(R8) 등 총 3대의 콘셉트카를 등장시켰다. 모두 싱글 프레임 그릴로 전면을 장식했다. 특히 A5의 모태가 되었던 Nuvolari quattro는 아주 선명하고 완성도 높은 싱글 프레임 그릴을 보여줬다.

싱글 프레임은 범퍼를 없앴다는데 의미가 있다. 범퍼는 차 대 차 충돌 시 충격 흡수 용도였다. 이 보다 더 큰 문제가 대두됐다. 차 대 사람 충돌 시 범퍼로 인한 보행자 상해가 더 크다는 뜻밖의 결과다. 차 대 차 충격 흡수는 범퍼의 깊이만큼 그릴과 라디에이터 간격을 띄워도 가능했다. 이에 싱글 프레임 그릴은 범퍼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헤게모니의 중심이 됐다.

몇 십 년간 변화 없던 그릴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다. 새로운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주는 임팩트는 대단했다. 아우디는 그릴 하나로 단숨에 디자인 트렌드 세터가 됐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군림하던 메르세데스와 BMW의 아성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그릴은 라디에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플라스틱이 아님을 깨달았다. 디자인의 핵이었다. 매출 증대의 핵심이었다.

 

보행차 추돌 안전 규제 때문이라지만, 아우디에 대한 부러움도 있다.
보행차 충돌 규제 때문이라지만, 아우디에 대한 부러움도 있다.

싱글 프레임은 보행자 충돌 안전 규제와 더불어 금세 트렌드가 됐다. 제네시스, 재규어, 볼보, 렉서스와 같은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앞다퉈 따라 했다. 지금은 현대차를 비롯 폴크스바겐 같은 대중 브랜드까지 전파됐다.

2020년 아직도 싱글 프레임 그릴의 영향력은 유효할까? 아직도 유효해야 맞다. 아우디의 콘셉트 삼총사가 2003년에 등장했으니 기껏해야 17년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뜻밖의 거대한 사건이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바로 '디젤 게이트'다. 디젤 게이트는 EV로의 전환을 앞당겼다. EV는 사실상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없다. 대다수 EV에 구멍 뚫린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이유다.

 

다이슨 EV 프로토타입

자동차 제조사는 2025년을 전기차 전환의 해로 잡는다. 전기차 생산 비율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시작됐다. 지금은 포스트 싱글 프레임 그릴의 시대다.

레트로 디자인을 접목한 센스가 좋네

디젤 게이트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떠난 발터 드 실바는 죄가 없다. 그의 마지막 유산은 남아서 폴크스바겐의 그릴을 트렌디하게 만들었다. 2018년에 등장한 아테온은 최초로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경계를 허물었다. 헤드라이트가 그릴에 묻혔다. 아래로 깊게 파고든 그릴은 싱글 프레임의 파생 형식이다. 즉, 싱글 프레임을 헤드라이트까지 확장한 신선한 응용이다.

 

폴크스바겐 아테온
폴크스바겐 뉴 아테온

오펠은 PSA 그룹으로 귀속되면서 환골탈태 중이다. 레드오션 시장인 콤팩트 SUV 세그먼트에 새로운 모델을 내놨다. 이름이 모카다. EV 전용 모델은 그릴을 없앴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처리했다. 마치 70,80년대 그릴 안에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있던 레트로 디자인의 풍미가 올라온다. 범퍼도 옛날 그대로다. 대신 엠블럼 하단에 포인트를 줘서 심심하지 않게 꾸몄다.

 

오펠 모카

기아차도 디자인이 복고풍 재해석에 가깝다. 대표 디자인 쏘렌토, K5 디자인에는 아직도 범퍼가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헤드라이트와 그릴 기울기가 정방향이 아니다. 리버스 슬랜트 노즈(Reverse Slant Nose)라 휠 쪽으로 파고든다. 1970년대 디자인이 이랬다. 에어로 다이내믹에 거스르는 느낌이지만 디자인은 공격적이고 역동적이다.

 

기아자동차 3세대 K5<br>
기아자동차 K5

 

 

그릴의 무용지물화

그릴은 전면 디자인에서 큰 면적을 차지한다. 기능적으로 봤을 때 그릴이 커야할 이유는 없다. 그릴의 기능은 라디에이터를 통해 부동액을 냉각시킬 수 있을 정도의 구멍만 필요하다. 최근엔 그마저도 셔터로 닫아 놓는다. 공기 저항 계수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릴을 키우는 건 어찌 보면 무식한 행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를 믿는 디자이너라면 더더욱 그렇다.

메르세데스 그릴은 한결같다. 항상 상하 두 부분으로 분할한다. 메르세데스는 엠블럼을 강조해서 나쁠 것 없는 브랜드다. 싱글 프레임 그릴이라면 삼각별 엠블럼은 더 잘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그릴을 키우는 대신에 그릴 디테일 장식에 신경을 더 쓴다. 여백 안에서 장식이 독야청청하기보다는 곁 장식이 주목을 끌면서 주 장식을 띄운다.

 

메르세데스 벤츠 뉴 E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 뉴 E클래스

이안 칼럼은 EV 시대 재규어 디자인 방향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EV 자체도 이질적인데 그릴까지 없다면 이질감이 더 커진다. 재규어 EV는 그릴을 없애지 않는다" 

이를 비웃는 디자인이 있다.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 모델 3, 모델 Y에선 아예 그릴이 없다. 그릴도 없는데 테슬라 모델 3는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이안 칼럼 같이 추앙받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디자이너가 졸지에 꼰대가 되는 시대다. 이런 꼰대들은 전통 산업에 아직도 많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모르는 셈이다.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싱글 프레임을 더욱 대담하게

싱글 프레임의 원조 아우디는 요즘도 그릴을 더 키운다. 새로운 아우디 총괄 수석 디자이너 마크 리히테는 Taut(팽팽한) 디자인을 기조로 내세웠다. 6각형 마름모로 된 그릴의 모든 모서리를 에지로 잡아당긴다. 높이는 줄고 너비는 늘어났다. 낮고 날렵한 프로포션을 얻기 위함이다. 낮고 날렵한 프로포션 추구는 현대차 쏘나타도 엇비슷하다. 아우디는 싱글 프레임 그릴의 원조로써 다음엔 더욱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종의 강박감일 수 있겠다. 

 

아우디 A7
아우디 A7

BMW는 싱글 프레임의 광풍에도 꿋꿋이 자신의 색깔을 지켰다. 구멍이 두 개인 키드니 그릴이 워낙 독특해서 변화의 필요가 없어 보였다고 판단한 것일까. 28년째 BMW에서 디자인을 하는 총괄 수석 디자이너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만 빼고 말이다. 그는 올해 상하좌우를 모두 키운(특히 세로를 더욱 키웠다) 새로운 키드니 그릴을 밀고 있다. 형식상 둘로 쪼개져 있지만, 사이즈는 여타 싱글 프레임 그릴과 다를 바 없다. 오랫동안 지켜온 정조를 한순간에 버리다니! 안타깝다. 자꾸 돼지코 이야기가 회자된다.

 

BMW 4시리즈 쿠페
BMW 4시리즈 쿠페

EV는 진보적인 디자인의 선봉장에 섰다. 내연기관은 더욱더 과장된 디자인으로 우회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존재의 기로에 선 내연기관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내연기관은 EV에 비해 제로백도 뒤지고, 연비는 말할 것도 없다. 배터리 성능의 발달로 주행거리도 급진적으로 좁혀지는 중이다. 주유의 편리를 빼면 남은 건 감성 뿐이다. 앞으로 어떤 감성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지 걱정된다. 싱글 프레임 그릴이 더 눈이 가는 건 이래서일까.

이준호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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