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으로 바뀐 벤츠 E클래스..내연기관 디자인의 한계
병맛으로 바뀐 벤츠 E클래스..내연기관 디자인의 한계
  • 이준호 에디터
  • 승인 2020.07.25 09:00
  • 조회수 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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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서클 헤드램프 E클래스는 개성이 강하면서도 멋졌다. S, C 클래스와 패밀리룩으로 묶였을땐 나름대로의 우아한 멋이 있었다. 돌연 E클래스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매력을 잃고 병맛이 됐다. 왜 그랬을까?

 

2020 E 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병맛'으로 변신했다는 평이 나오는 2020 E 클래스 페이스리프트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됐다. S클래스와 C클래스 페이스리프트는 2018년 먼저 이뤄졌다. E 클래스는 셋 중에 변화가 가장 늦다.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중심은 S클래스다. 항상 먼저 변한다. S → C → E 순서다. 1993년 등장한 최초 C클래스(W202) 디자인은 1991년에 등장한 S클래스(W140)를 거의 빼닮았다. 가장 늦게 등장한 E클래스(W210)는 트윈서클 헤드램프를 달고 1996년 등장한다. S클래스 디자인과 전혀 딴판이었다. E클래스 만의 디자인 룰이 생겨난 셈이다.

룰이 깨진 건 2010년 등장한 고든 바그너 현 다임러 총괄 디자이너 때부터다. S, C 클래스와 디자인이 똑같은 E 클래스를 등장시켰다. 다들 놀란 눈치였다. 개성 잃은 E 클래스 등장은 '크거나 중간이나 작은 소시지' 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디자인 성공은 판매량으로 증명한다. E 클래스는 2018, 2019 유럽 D세그먼트 1위를 거머쥐었다. 미국에서도 BMW 5시리즈 판매량을 압도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무려 2위까지 판매량이 뛰었다. 반면 BMW 5시리즈는 5위로 주저 않았다. 국내에선 독보적인 1위는 말할 것도 없다.

 

W210 E 클래스
트윈 서클 헤드램프로 독자적인 디자인 노선을 타기 시작한 W210 E 클래스

새롭게 페이스리프트 한 E 클래스는 또다시 디자인 방향이 틀어졌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S, C 클래스와 다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여론의 반응은 기우가 앞선다. '벤츠 디자인이 산으로 간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 중, 소 디자인에 길들여진 탓일까? '전작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났다'라는 역반응도 나왔다.

그럼 E 클래스 디자인 변화를 살펴보자. S, C 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는 말 그대로 부분변경이다. 이미지를 좌지우지하는 형태의 변화보다는 램프류, 크롬 가니시, 범퍼 인테이크 등 디테일 변화만 가져갔다. 작금의 현대차처럼 금형 틀까지 바꾸는 페이스리프트는 유럽 브랜드에겐 드문 일이다. E 클래스는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측면을 제외하고 전면과 후면 디자인이 전작과 판이할 정도로 다르게 변했다.

 

엘레강스
아방가르드

전면

E 클래스 라인업은 크게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로 나뉜다. 둘의 경계는 엠블럼 크기와 위치, 그릴 핀의 조형을 달리해서 나뉜다. 페이스리프트 된 지금은 아예 그릴의 아웃라인 형태가 다르다. 엘레강스는 측면 꼭짓점이 중간까지 올라간 6각형 형태라면, 아방가르드는 쿠페형 스타일에 접목한 밑변이 긴 사다리꼴 형태다. 이 정도면 단순하게 '그릴을 특색 있게 바꿨네'라고 평가할 수준이 아니다. 범퍼 금형을 두 개로 운용해야 하는 비용의 문제다.

이런 비용을 들인 만큼의 효과가 있는가? 필자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헤드라이트의 형태가 라인업 특성을 까먹는다. 두루뭉술한 헤드라이트 형태는 엘레강스 모델과는 어느 정도 끼워 맞출 수는 있겠으나, 스포티한 성격의 아방가르드와는 격이 맞지 않는다. 이유는 이미 등장한 CLS에 있다. 그릴과 범퍼 인테이크는 CLS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샤프하고 날카로운 CLS 헤드라이트와 E 클래스의 헤드라이트는 너무 다르다. E 클래스는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CLS와 차이를 두기 위해 스포티한 성격을 배제한 모양새다. 그 중심에 헤드라이트가 꿈뻑거리며 위치한다. E 클래스 만의 특징이 배제된 채 답답한 모양새로 말이다.

패밀리룩으로 묶였을 때는 S 클래스 후광이 대단했다. 홀로 독자노선을 걸었을 때는, 트윈 헤드라이트라는 특징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였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다.

 

<상>E클래스, <하>A클래스 세단

후면

후면부 디자인 핵심은 테일램프다. 전면과 동일하게 전작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패밀리룩의 E 클래스는 S 클래스와 동일하게 버티컬(세로) 타입 테일램프였다. 세로로 긴 테일램프는 고전적 우아함을 띄는 편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호리전틀(가로) 타입과 비교할 때 그렇다. 구체적 예를 들어 현대 그랜저 XG와 TG 디자인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새롭게 변한 E 클래스의 테일램프는 가로 타입이다. 디자인은 90도 변했지만, 디자인이 주는 이미지는 180도 변했다. 스포티하고 날렵한 느낌이다.

 

엄친아로 등극한 A 클래스 세단

E 클래스의 중간 디자인 변화에 실망을 느끼는 이유는 하나다. 변화의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디자인 변화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음 세대 풀체인지를 위한 가교 역할이라든지, 미적 트렌드와 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기교적 이유라도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E 클래스엔 이런게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등장한 E 클래스와 CLS 디자인을 합치면 A 클래스 세단이 보인다. A 클래스의 전면부 디자인은 CLS에 영감을 줬다. 후면부 디자인은 E 클래스의 축소판이다. 스포츠카에 준하는 낮은 그릴과 공격적인 형태의 헤드램프 뒤로는 부드러운 매무새를 자랑하는 테일램프가 새로운 디자인 랭귀지를 정의한다. 2018년에 등장했지만 뜬금없는 디자인이 아니다. 1년 전 상하이모터쇼에서 선보인 A 세단 콘셉트의 양산형이다.

 

내연기관을 위한 유일한 콘셉트

콘셉트카를 내놓고, 디자인 품평회를 거친 다음 양산 모델을 내놓는 전통적인 루트는 A 클래스 세단 콘셉트가 유일하다. 내년이면 S 클래스 풀체인지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다음 세대 디자인을 위한 콘셉트카는 없다. 최근 S 클래스를 위한 차세대 MBUX 공개만 이뤄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메르세데스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탈바꿈할 마이바흐 콘셉트에 열을 올렸다. 그나마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내놓은 비전 EQS 가 S 클래스에 준하는 콘셉트 카이다. 비전 EQS의 디자인 요소가 S 클래스로 양산될 수는 있다. 그러나 EQC 같이 EV 양산형 디자인에 이미 새로운 룩은 적용됐다. 즉, A, B, C, E, S와 같은 전통적인 세단 라인업 만을 위한 콘셉트카는 A 클래스 세단 콘셉트가 유일하다.

 

<좌>EQC, <우>EQS Concept

디자인에서도 선택과 집중

향후 내연기관 차량의 비전은 불투명하다. 오염 물질을 줄이면서 적은 배기량으로 고성능을 내는 데는 한계에 봉착했다. 그에 반해 EV 발전은 무한하다. 선구자 테슬라를 보면 배가 아플 정도로 시장 반응도 뜨겁다.

BMW에 이어 메르세데스도 병맛 디자인에 합류한다는 한탄이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의 한계에 다다른 만큼 제약도 많은 게 내연기관 자동차 디자인이다. 부품 수가 적고, 무게 중심에서 자유로운 EV 디자인은 미래가 창창하다. 미래 시장 먹거리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시작된 것이다. 당장 메르세데스가 선보였던 비전 마이바흐 콘셉트를 찾아보라! 가슴 떨리게 우아하고도 아름답다. 내연기관 만을 위한 콘셉트가 더 이상 없는 만큼, 디자인도 설득력을 잃어간다.

디자인이 설득력을 잃는다면, 바로 판매량과 직결된다. 내연기관은 그렇게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이준호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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