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저것도 어정쩡한 현대 SUV 베뉴..절반의 성공?
이것도 저것도 어정쩡한 현대 SUV 베뉴..절반의 성공?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0.07.26 09:30
  • 조회수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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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펫 라이프 위드 베뉴 이벤트 실시
다양한 콘셉을 선보인 베뉴

올해 신차 시장은 소형 SUV가 이끌고 있다. 과거 생애 첫 차로 인기를 누리던 경차나 소형 세단은 판매가 줄었고 소형 SUV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춰 각 제조사들도 다양한 소형 SUV를 빠르게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초 기아 쏘울(소형 SUV가 아니다는 의견이 많지만)을 시작으로 쌍용 티볼리 부분변경, 현대 베뉴,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르노 캡처까지 올해까지 출시된 소형 SUV만 7대다. 아무리 소형 SUV 인기가 높아졌다 해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모델도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현대 베뉴다. 출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판매가 부진하다. 

베뉴는 지난해 7월 현대차 소형 세단 엑센트 후속 모델로 등장했다. 작은 차체에 딱 필요한 옵션만 장착해 가성비로 무장했다. 사륜 구동은 빠졌지만 지상고를 높여 SUV 스타일로 한껏 멋을 부렸다. 결과만 보면 엑센트보단 판매량이 2배 이상 올랐다. 월 500대를 넘기기 어렵던 엑센트와 달리 베뉴는 월평균 1500대 이상 판매된다. 엑센트와 비교하면 베뉴는 성공한 셈이다. 대신 동급 세그먼트에 속한 모델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위에서 아래로)르노삼성 XM3,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기아자동차 셀토스
(위에서 아래로)르노삼성 XM3,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기아자동차 셀토스

소형 SUV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한 기아 셀토스(20년 1~6월 평균 4858대)와 르노삼성 XM3(20년 3~6월 평균 5563대)은 월평균 5천대 내외를 팔고 있다. 출시 1년만에 베뉴가 소비자에게 잊혀진 이유가 뭘까.

먼저 애매한 세그먼트다.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차량 크기별로 더 세분화했다. 현대 베뉴, 기아 스토닉이 속하는 초소형 SUV, 준중형 SUV에 버금가는 큰 덩치를 갖춘 기아 셀토스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그리고 기존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던 쌍용 티볼리, 현대 코나로 나뉜다. 심지어 르노삼성 XM3는 준중형 SUV보다 덩치를 더 키웠다. 스타일도 사실상 CUV에 가깝다. 세그먼트를 파괴시킨 생태계 교란종이다.

현대차,펫 라이프 위드 베뉴 이벤트 실시
베뉴의 트렁크 공간

국내 소비자는 같은 값이면 큰 차를 선호한다. 베뉴는 전장 4040mm, 휠베이스 2520mm다. 소형 SUV 중 가장 큰 르노삼성 XM3(전장 4570mm, 휠베이스 2720mm)와 비교하면 전장은 530mm, 휠베이스는 200mm씩 짧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전장 4410mm, 휠베이스 2640mm)나 기아 셀토스(전장 4375mm, 휠베이스 2630mm)와 비교해도 월등히 작다.

더구나 베뉴 트렁크 용량은 355L로 경차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셀토스(498L)와 티볼리(427L) 등과 비교할 수 조차 없는 수치다. 대신 2열 폴딩이 가능해 큰 짐을 실을 수 있게 했다. 

르노삼성 XM3
르노삼성 XM3

두번째는 가격이다. 같은 세그먼트 내 덩치 큰 모델과 비교해보면 베뉴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베뉴는 1473만원부터 시작한다. 단순히 보면 저렴하게 느껴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베뉴 기본형은 수동 변속기가 장착된다. 99%가 기본적으로 선택하는 자동변속기 가격이 147만원이다. 사실상 베뉴의 시작가는 1620만원인 셈이다. 참고로 베뉴 이전 엑센트 시작가(자동변속기 기준)는 1297만원이었다.

준중형 SUV를 뛰어넘는 큰 크기를 자랑하는 르노삼성 XM3가 1763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때부터 소비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베뉴를 살 돈이면 1,2백만원 격차에 손에 쥘 수 있는 소형 SUV가 무궁무진 하다. 만약 예산이 부족하다면 같은 값에 편의안전장비가 한 수 위인 준중형 세단(아반떼 등)도 선택할 수 있다.

현대 베뉴
현대 베뉴

마지막으로 부족한 편의안전장비다. 베뉴는 모든 옵션을 다 선택하면 2238만원이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편의안전장비가 부족하다. 최근에 기아자동차가 모닝에 장착한 통풍시트를 선택조차 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도 빠진다. 베뉴에는 차선 이탈 방지 보조와 일반적인 크루즈 컨트롤만 장착된다. 플라스틱과 우레탄 위주의 실내도 아쉽다. 정말 실용적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면을 종합해 보면 베뉴는 렌트카 같은 플릿 판매용으로 인기다. 차량 특성상 호화옵션이나 고급 소재의 사용보단 잔고장 없는 실용적인 구성이 어울린다. 베뉴가 자가용을 찾는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인도 자동차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한 베뉴는 내수 시장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2세대 모델이 나올지가 의문시 될 정도다. 어쩌면 1세대 만에 단종의 아픔을 겪은 아슬란의 뒤를 이을지도 모르겠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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