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소형 SUV도 역시 벤츠다..GLB 250
[시승기] 소형 SUV도 역시 벤츠다..GLB 250
  • 제갈원 에디터
  • 승인 2020.11.21 10:00
  • 조회수 9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B 250 4MATIC
메르세데스 벤츠 GLB 250 4MATIC

빈틈을 완벽하게 메워버렸다. 콤팩트 해치백 A클래스로 시작해 S클래스 마이바흐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을 완성한 벤츠는 쑥쑥 커가는 SUV에 뒤늦게 눈을 돌렸다. 가지치기 모델로 재미를 본 벤츠는 이 참에 GLC와 비슷한 크기의 ‘형만 한 아우’ GLB를 내놨다. 촘촘한 SUV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동시에 우리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B클래스(마이비)의 빈자리까지 채웠다. 정말 벤츠가 만들면 소형 SUV도 다를까. 타 본 결과 '역시나 벤츠' 였다.

벤츠 GLB 250 4MATIC 외관
벤츠 GLB 250 4MATIC 외관

전체적인 외관은 벤츠 최상위 SUV인 'GLS'를 줄여놓은 모양새. 이전에 판매됐던 'GLK'도 머릿속을 잠깐 스쳐 지나간다. 압도적 크기로 존재감을 내뿜는 GLS에 비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모습이 귀엽지만 의외로 덩치가 있다. 전장이 4650mm로 신형 투싼보다 크다. 여기에 곡선을 강조한 최근 벤츠 SUV와는 다르게 직선 위주의 터치로 더욱 당당하다.

측면부는 GLB 개성이 도드라진다. 곧게 선 필러와 직선으로 이어진 루프, 넉넉하게 두른 스키드 플레이트가 SUV다운 든든함을 준다. 전륜구동임에도 도드라지지 않는 프론트 오버행과 웬만한 중형 SUV보다도 긴 휠베이스가 남다른 느낌을 준다. 휠은 AMG라인 전용 19인치 경량휠이다. 림을 두껍게 처리해 19인치에 달하는 실제 사이즈에 비해 다소 작아보인다. 바깥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스포크도 ‘스포티’와는 거리가 있다. GLB 외모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베이비 GLS'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후면부
'베이비 GLS'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후면부

후면부 역시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LED램프의 디테일로 차급을 차별했던 이전과는 달리 GLC, GLS와 동일한 구성이다. 정말 크기만 작아졌다. 가로선이 돋보여 실제 수치에 비해 묵직하고 넓어 보인다. 범퍼 하단은 디퓨저를 추가해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양 옆에 뚫린 머플러팁은 막혀있는 장식이다. 실제 머플러는 좌우 두 갈래로 나뉘어 바닥을 향한다. 정말 적극적인 ‘페이크 머플러’다. 두툼한 크롬 인서트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벤츠 GLB 250 4MATIC 실내
벤츠 GLB 250 4MATIC 실내
나란히 이어진 두개의 모니터는 그래픽과 해상도가 훌륭하다
나란히 이어진 두개의 모니터는 그래픽과 해상도가 훌륭하다

상대적으로 각을 세운 A필러, 문이 널찍하게 열려 승하차가 편리하다. 시트 조절 공간이 넉넉하고 넓고 헤드룸이 여유롭다. 운전석이 쾌적하다. 

최신 벤츠의 상징인 나란히 배치된 두개의 10.25인치 모니터와 동그란 송풍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서 출시된 A클래스, CLA와 동일한 구성이다. 첨단 감각과 고급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곳곳에 두꺼운 알루미늄 장식을 사용해 견고한 이미지를 더한 것도 특징이다. 밤에는 화려한 엠비언트 라이트가 더해져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한다. 시승차는 레드포인트 스티치와 D컷 스티어링 휠, 리얼 카본 장식을 추가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다.  

벤츠의 특징으로 자리잡은 컬럼식 기어레버는 조금만 적응하면 그 어떤 메이커의 기어레버보다 편리하다. 다만 상위 기종에 쓰인 것과 비교하면 왠지 저렴해 보인다. 조금만 세게 당기면 부러질 것만 같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 모두 해상도와 그래픽이 뛰어난 편이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 부착된 트랙패드로 주행 중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은 입맛에 맞게 테마를 바꿀 수 있다. 원한다면 내비게이션을 화면 전체에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테마가 바뀌면 좋겠지만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주행 테마 선택창을 통해 드라이브모드 및 계기판 설정 등을 일괄로 변경할 수 있어 더 심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다운 편의장비가 돋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과잉친절이 돋보이는 편의장비

‘MBUX’로 명명된 벤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AI 음성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라디오 조작, 일정 추가 등의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을 지원해 손 아프게 트랙패드를 만질 일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 손이 잘 가진 않지만 콘솔 중앙의 트랙패드 역시 필기 인식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주변에 배치해 조작 편의성이 좋아졌다. 이로써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이 총 세가지다. 이전에는 너무 불친절해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과잉친절’이다. 스티어링 휠에 인포테인먼트 화면 일부가 가려지는데 앞서 A클래스와 CLA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하단의 수납공간에는 컵홀더와 12V 파워아웃렛, 무선충전패드가 마련됐다. 커버까지 있으면 더 좋았겠다. 특이하게도 차량 안에 모든 USB충전포트가 C타입이다. 물론 C타입 케이블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A타입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우에 따라 아쉬울 수 있겠다.

후방 카메라는 후진 기어 작동 시 트렁크 손잡이 옆부분에서 빼꼼 튀어나온다. 원가와 고장의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눈이나 비가 온 뒤 렌즈를 직접 닦을 일은 없겠다.
양문형 센터콘솔과 조수석까지 지원되는 3인 메모리시트는 차급 이상의 고급 요소다. 이외에도 세분화된 실내 조명스위치와 부드럽게 개폐되는 창문 등으로 작은 벤츠지만 상위기종에서 누릴 수 있는 디테일을 상당부분 이식했다.

콤팩트 SUV임에도 넉넉한 공간이 돋보인다
콤팩트 SUV임에도 넉넉한 공간이 돋보인다
2열과 짐공간 사이에 둔턱이 있어 차박 시 평탄화는 필수
2열과 짐공간 사이에 둔턱이 있어 차박 시 평탄화는 필수

예상대로 뒷좌석은 패밀리카로 활용해도 충분할 공간이다. 특히 레그룸과 헤드룸은 상위 모델인 GLC와 비교해도 우위일 정도다. 쓸만한 암레스트를 갖췄고 조절폭은 크지 않지만 등받이 리클라이닝은 장점이다. 자투리 없이 끝까지 열리는 넓은 2열 창과 파노라마 썬루프 덕에 개방감도 좋다.

다만 차급의 한계로 시트 면적이 넉넉하진 않다. 쿠션은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편이다. 안락하다기보다는 ‘얹혀져 있다’는 느낌에 가깝다. 충전용 USB포트는 2구가 마련되어 있고 C타입을 제공한다. 차의 용도를 고려하면 뒷좌석 승객을 위한 2열 에어벤트 부재는 아쉽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4:2:4 폴딩을 지원하는 2열을 모두 접으면 1805L의 광활한 적재공간이 펼쳐진다. 트렁크 바닥의 단을 낮춰 적재 용량을 늘릴 수 있고 박스 형태의 루프 설계 덕에 비슷한 용량의 SUV보다 공간활용성이 한결 좋아 보인다. 풀-플랫에 가깝지만 2열과 화물칸 사이에 약간의 틈과 둔턱이 있다. 차박을 염두에 둔 소비자라면 평탄화 대책이 필수다.

여유로운 출력의 2L 가솔린 터보엔진은 차를 경쾌하게 밀어붙인다
여유로운 출력의 2L 가솔린 터보엔진은 차를 경쾌하게 밀어붙인다

시승차는 2.0L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DCT, 사륜구동 4MATIC이 맞물린 GLB 250 4MATIC 모델이다. 하위 트림인 GLB 220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지만 더 여유로운 힘을 제공한다. 
콤팩트 라인업이지만 벤츠 특유의 묵직한 페달과 주행 질감이 돋보인다. 여유로운 출력은 컴포트 모드에서도 속도계를 가볍게 끌어올린다. 변속감도 상당히 매끄러워 DCT 차량을 타면 으레 겪는 꿀렁임이 없다. 승차감도 차량의 성격과 잘 어울리게 나긋한 편이다. 단단한 느낌이 강한 GLA와 대조된다.

스포츠모드로 바꾸자 생김새와는 다르게 호쾌한 가속감을 선보인다. 4기통 엔진의 앙칼진 사운드가 실내로 꽤나 유입되지만 듣기에 나쁘지 않다. 낮은 속도에서도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한다. 웬만하면 동승객이 없을 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전륜구동 기반인 만큼 주로 앞바퀴에 힘이 실린다
전륜구동 기반인 만큼 주로 앞바퀴에 힘이 실린다
8단 DCT의 효율 덕분인지 연비는 공인연비를 곧 잘 웃돈다
8단 DCT의 효율 덕분인지 공인연비를 곧 잘 웃돈다

전륜구동 기반인 만큼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는 앞바퀴에 구동력이 몰린다. 다만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50:50으로 배분해험로에서의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스키드 플레이트는 넉넉하게 둘러놨지만 지상고가 낮다. 과격한 오프로드는 무리다.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가감속이 매끄럽다. 정체구간에서도 직접 운전하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자동긴급제동과 사각지대 경보 장치도 챙겼다. 하지만 차로 유지 보조 같은 보다 능동적인 주행보조장치는 옵션 사양. 주행보조장치 여부가 소비자에 따라 구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임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구성이다.

사흘 내 약 400km를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리터당 11.7km. 출퇴근 동부간선도로를 경유한 정체구간과 테스트를 위한 가혹 주행이 잦았던 것을 감안해도 공인연비를 웃도는 준수한 수치다. 8단 DCT의 효율 덕분인지 110km/h 정속 주행 시 17km/L가 넘기도 했다. 다만 차량의 성능을 오롯이 즐기려면 옥탄가 95 이상의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분명하다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승차의 가격은 6110만원으로 다소 부담스럽다. BMW X1, 볼보 XC40 등 이웃 프리미엄 브랜드의 콤팩트 라인업과 비교하면 확실히 가격대가 높다. 한 체급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차체가 큰 편이라 그에 상응하는 경쟁력은 갖췄다. 높디 높은 브랜드 선호도 역시 강점이다. ‘삼각별이 옵션’이라는 말이 우스개 만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GLB는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과 디자인, 넉넉한 공간으로 무장했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던 ‘A클래스 형제들’과 달리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입문형 벤츠로서 매력이 충분하다. 차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실내 소재와 옵션으로 빠진 주행보조장치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테일을 담아낸 GLB는 좋은 선택지다.

한 줄 평

장점 : 귀여운 디자인에 적절한 공간 활용. 벤츠다운 잘 짜여진 주행성능

단점 : 하나도 안 귀여운 가격, 빈약한 주행 보조 장치

제갈원 에디터 won.jegal@carguy.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