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나를 돌아보는 수양의 시간…세단 차박
[차박] 나를 돌아보는 수양의 시간…세단 차박
  • 제갈원 에디터
  • 승인 2020.12.16 10:00
  • 조회수 9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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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네시스 G70
2019 제네시스 G70

세단은 SUV와는 결을 달리하는 편안한 승차감과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선사하지만 공간활용에서는 이점이 크지 않다. 우리 모두 그걸 잘 알고있다. 하지만 ‘차박’이라는 단어를 갖다 댄 이상 단순히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를 최대한 눕히고 쪽잠을 청하는 모습으로 만족할 수 없다. 세단에서 잠을 자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을 위해 옛 기억을 떠올려 봤다.

위: 현대 아반떼AD, 아래: 쌍용 코란도

결과만 놓고 보면 세단으로도 차박이 가능하다. 일단 조건이 있다. 트렁크와 승객석이 이어져 있어야 한다. 국내에 판매되는 세단은 스키쓰루만 지원하는 차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차종은 SUV처럼 2열 폴딩 기능을 넣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물론 긴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인 만큼 트렁크와 뒷좌석 공간과의 간극이 꽤나 크다. SUV와 세단 차박의 괴리감처럼 느껴질 정도.

그래야만 속이 후련했냐!

차박이라는 용어도 생소하던 5년 전, 아버지의 쉐보레 임팔라를 타고 나가 차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기억이 떠올랐다. 숙소에 쓸 돈을 아껴 기름값과 맛있는 음식을 한 큐에 해결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여행 중 차박은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2015 쉐보레 임팔라
2015 쉐보레 임팔라

임팔라는 5m가 넘는 긴 차체와 광활한 트렁크 공간, 대형세단임에도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 독특한 차였다. 한적한 공원 주차장에 자리를 잡고 등받이를 눕히니 성인 두 명은 족히 누울 만큼의 깊고도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일단 트렁크 바닥과 시트와의 높이 차이를 극복해야했다. 두꺼운 스티로폼과 발포 돗자리를 깔아 높이를 얼추 비슷하게 맞췄다. 두꺼운 이불 등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후에 침구류를 세팅하니 겉으로 보기에 꽤나 괜찮은 잠자리가 만들어졌다.

말로만 듣던 영면 체험인가

편안하게 잘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편안하게 잘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역시나 편안한 취침은 불가능. 돗자리와 침구가 깔리니 SUV처럼 몸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편한 자세를 찾을 여유조차 없다. 여기에 약간의 경사가 주는 불편함이 상당하다. 마치 과속방지턱처럼 허리를 꾸준히 자극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음 날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

숙박비로 아낀 비용 이러다 병원비로 나가겠다 싶어 이튿날부터는 숙소를 구했다. 용기 내어 시도해볼만하나 침구의 부피가 늘어나고 본격적인 월동 장비가 필요한 겨울에는 건강을 위해 웬만하면 숙소, 오토캠핑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조금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면

2020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2020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세단과 해치백의 중간 단계인 패스트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트렁크와 승객석이 이어져있기때문에 2열 등받이를 접으면 꽤나 평평한 공간이 완성된다. 물론 세단 차체를 활용하는 만큼 완전한 평탄화는 불가능.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이나 적어도 몸을 움직이는 것은 허용된다. 기아 K3 GT(5-도어)와 스팅어가 있다.

위: 기아 스팅어, 아래: 기아 K3GT(5-Door)

세단 차박은 타이트한 공간 덕분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한다면(함께 할 수 있을까...?) 사이가 좋아질 수도, 매우 나빠질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되도록 비상시 시도할 것. 적절한 스트레칭과 허리보호대가 필수다. 현재 신차로 판매되는 차 중에 뒷좌석 폴딩을 지원하는 차로는 현대 아반떼(일부 트림), 제네시스 G70, 쉐보레 말리부 등이 있다.

 

제갈원 에디터 w.jegal@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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