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황홀한 경험..선루프로 섭지코지 일출을 보다
[차박] 황홀한 경험..선루프로 섭지코지 일출을 보다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0.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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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지쳐있다.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다. 동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쉽지 않다. 마스크는 일상이다. 마음 한 켠엔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여행을 궁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장소가 바로 제주도다. 코로나 청정지대로 유명하다. 해외 여행을 포기한 이들이 낭만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다. 이국적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내 명소다.

제주도는 한반도와 달리 독특한 화산 지형과 지질이 특징이다. 북쪽으로 넓은 바다를 품고, 남쪽으론 높은 산을 베고 있다. 사계절 내내 온화한 날씨는 이국적인 광경을 만들어낸다. 해상과 항공이 편리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꼽힌다.

내 차 타고 제주로 가볼까?

오랜 시간 밀폐된 비행기를 타는 게 좀 꺼려진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던 찰나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는 방법이 눈에 들어 온다. 땅끝 완도에서 3시간이 채 안 걸린다. 배를 이용하면 차량을 선적해 제주도로 가져갈 수도 있다. 선적 비용(10만~20만원 내외, 차종 및 배기량별 상이)이 꽤 부담스럽다. 렌터카 비용과 비교해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터무니없지 않다. 일주일 이상 제주도에 머물 예정이라면 내 차를 가져가는 게 더 저렴하다. 렌터카 사업자들이 방역을 철저하게 한다지만 찜찜함이 남는다.  SUV는 차박도 가능하다. 숙소를 빌리지 않아도 되니 돈도 절약하고, 감염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석이조다.

제주로 가는 배가 출항하는 항구는 여러 곳이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완도항. 쾌속선과 대형 카페리 두 대가 제주를 왕복한다. 쾌속선을 타면 1시간 20분이면 제주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차량이 34대밖에 선적되지 않는다. 승선 정원도 282명에 불과하다. 2시간 40분이 소요돼 시간은 더 걸리지만 크기가 더 큰 카페리를 선택했다. 쾌속선보다 배의 크기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뱃멀미는 없다. 적재할 수 있는 차량의 대수는 150대, 승선 인원은 1180명이다. 쾌속선에는 실을 수 없는 모터사이클(2만~10만원 내외, 배기량별 상이)도 가져갈 수 있다.

이번에 가져간 차량은 테슬라 모델X다. 차박계의 5스타 호텔로 불린다. 선적 비용은 평일 기준 18만8740원, 1인당 선표 요금(3등 객실)은 평일 기준 2만8100원이다. 2인 기준 편도 비용은 21만6840원, 왕복 43만3680원이다. 새벽 2시반 출항이다. 제주 도착은 오전 5시10분경.

배에 올라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제주도다. 짙은 어둠이 깔려 푸른 바다와 멋진 풍광이 보이진 않지만 비릿한 바다 내음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제주 차박의 서막이 올랐다. 코끝을 찡하니 감싸는 상쾌한 공기가 대도심이 아닌 제주를 확연하게 느끼게 한다.

바람도 쉬어가는 닭머르해안

제주의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갈매기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하며 달리니 어느새 목적지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닭머르해안. '마치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데크로 이어진 산책로를 걸어 전망대까지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일몰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해질녘 방문해 인생 사진을 건지기 좋은 장소다. 단, 바닷가 바로 앞이라 바람이 엄청나다. 방풍 대책이 필요하다. 과거 바람, 돌, 여자가 많아 붙은 제주도의 별칭 삼다도(三多島)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바람이 정말 세차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그간 쌓여있던 답답함과 피로를 씻겨 나간다. 가까운 곳에 공영주차장과 깔끔한 화장실이 있어 차박에 불편함이 없다. 

여기가 회국수 원조, 동복리해녀촌

 

동복리해녀촌 회국수
동복리해녀촌 회국수

열심히 걷다 보니 배꼽 시계가 요동을 친다. 수 많은 인플루언서의 맛집 소개가 질린다. 제주 현지인이 자주 찾는 맛집이 가고 싶어졌다. 찾은 곳은 ‘동복리해녀촌’이다. 약간 낡은 간판과 ‘원조’라는 문구가 무한신뢰를 준다. 대표 메뉴는 ‘회국수’다. 약간 두껍게 썰은 회와 두툼한 중면이 조화롭다. '시뻘건 초고추장 범벅이라 맛을 저감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간이 슴슴하다. 갖가지 채소가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날 것을 못 먹는다면 두툼한 생선(갈치, 고등어)구이와 조림도 준비되어 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33, 회국수 1만원)

천혜의 자연이 기다리는 비자림

다음에 향한 곳은 비자림이다. 천년의 숲이라는 설명이 아깝지 않을 만큼 천혜(川惠)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 보호수다. 입장료는 1인당 성인 기준 3000원. 넓은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되어 있다. 거목에 둘러 쌓인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을 즐기기 더할 나위 없다. 열매인 비자는 예로부터 구충제로 많이 사용됐다. 나무는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됐다. 비자나무 외에도 희귀한 난과식물 자생지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약 50분이 소요된다. 천천히 걸으며 그간 쌓여 있던 정신과 육체의 때를 벗겨냈다. 신체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다.

겨울에도 따뜻하게 잘 수 있어, 모델X

제주 곳곳을 다니다 보니 모델X 배터리 잔량이 20%를 가리킨다. 저녁은 충전소 근처에 위치한 곳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이다. 전기차가 많은 만큼 충전 인프라도 잘 갖춰진 편이다. 급속 혹은 완속 충전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테슬라 전용 충전소인 수퍼차저나 데스티네이션차저도 마련돼 있다. 충전기를 물리니 완전 충전까지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충분하다.

하루밤을 지샐 차박지는 섭지코지 해변이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관광지인 성산일출봉이 한 눈에 담긴다.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차량을 주차했다. 섭지코지 해변에는 24시간 무료 화장실이 있다. 차박 최적의 장소다. 화장실의 관리는 아주 깔끔하진 않지만 화장지도 있다.

테슬라 모델X와 같은 순수전기차는 차박에서 빛이 난다. 시동을 걸어도 매연이 나오지 않으니 밤새 히터를 키고 잠을 잘 수 있다. 다만, 창문은 조금씩 개방해 두어야 한다. 테슬라는 공조기 설정에 별도의 ‘캠핑모드’를 마련해뒀다. 캠핑모드로 설정하면 배터리 잔량이 20%가 될 때까지 온도를 유지한다. ‘이스터에그(게임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 모드에 진입하면 모닥불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장작 타는 소리와 그래픽이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디지털 불멍(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상태)을 할 수 있다. 불멍이 지겹다면 넷플릭스나 유튜브도 볼 수도 있다. 영화 한 편과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기니 몸이 스르륵 녹는다.

테슬라 모델X는 트림별로 5, 6, 7인승으로 나뉜다. 시승 모델은 7인승이다. 2, 3열을 폴딩하면 신장 180cm 성인 남성 두 명이 넉넉하게 잘 수 있다. 발포매트 한 장과 에어매트를 까니 바닥 굴곡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차량 안이 훈훈해 두꺼운 동계용 침낭도 필요없다. 영하 날씨에 챙겨 온 구스다운 침낭이 무색하다. 히터를 틀고 잘 요량이라면 가습기는 필수다. 코와 입이 건조해진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 내년에는 좋은 일만...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눈을 떴다. 전날 밤 11시 30분부터 9시간 동안 히터를 가동했더니 배터리가 20%까지 떨어졌다. 설정온도는 22도, 풍량은 2였다. 트렁크를 여니 바로 눈 앞에 성산일출봉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구름 사이로 잘게 쪼개진 햇빛이 쏟아진다. 황홀함의 극치다.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첫 차박을 마무리했다.

제주도 추천 차박지

신양섭지해수욕장주차장 - 제주도를 한 눈에 담고 싶다면 이만한 장소가 없다. 주차장이 해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공중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다. 초보자도 차박을 시도하기 좋다. 약 700m를 걸어가면 편의점을 비롯한 식당도 모여있다. 아침에 일어나 모래 사장을 걸으며 힐링하기도 굿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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