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쏘아 올린 비트코인, 독일까 약일까?
테슬라가 쏘아 올린 비트코인, 독일까 약일까?
  • 김현지 에디터
  • 승인 2021.03.02 09:00
  • 조회수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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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테슬라는 15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연례보고서(10-K)를 통해 밝혔다. 테슬라의 현금성 자산은 194억 달러(약 21조 8000억 원)로 비트코인 투자 금액 15억 달러는 이 금액의 7.7%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인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 최근 6개월 동안 350%가량 폭등했고, 2월 들어서만 64% 올랐다. 19일에는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천 100조 원)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20일 테슬라는 비트코인 투자로 약 10억 달러(약 1조 1100억 원)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로 거둔 순이익인 7억 2100만 달러(약 8000억 원)보다 큰 금액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자를 밝힌 이후 이것이 악재인지 호재인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는 혁신의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일론머스크의 첫 사업인 인터넷 지도와 주소에 관련된 소프트웨어 회사 ZIP2를 창업했을 당시 기업들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활용할 방법은 물론 인터넷의 가치조차 잘 모르던 시기였다. 다음 사업인 전자상거래 회사 X.COM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금융 사업도 향후 온라인화될 것이라며 누구보다 먼저 핀테크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X.COM은 향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페이팔로 이어진다.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역시 모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현재 테슬라는 벤츠, 토요타, 폭스바겐, GM 등의 절대 강자들을 이긴 명실상부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 머스크는 언제나 혁신 기술을 통해 한 수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그 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과는 대립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가상화폐 투자에서도 그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전세계에 통용되는 화폐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사실 비트코인의 보안은 굉장히 높다. 하나의 코인을 해킹한다 하더라도 그 코인의 정보가 다른 코인에도 저장된 블록체인 형태이므로 사실상 플랫폼 자체가 그 보안성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필요가 없어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가 가상화폐를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슈에 따른 변동성이 매우 크고 계좌 해킹, 에러, 키 분실 등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불안요인이다.

이번 투자가 악재라고 생각하는 측에서는 가상화폐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그로 인한 주가 하락을 근거로 든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비트코인 투자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큰 등락폭을 가지는 만큼, 그 가격이 하락한다면 어떨까? 20일(현지시간) 일론머스크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지지하지만 이번 급등 사태에 대해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은 좀 높은 것 같다”라고 알렸다. 이 여파로 22일 1개당 5만 달러(5천 560만원)이던 비트코인이 4만 7천 700달러(5천 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테슬라의 주가가 크게 휘청하여 하루 사이 거의 17조원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의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이 테슬라의 주가 변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 한마디에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이 여전히 불확실하단 것을 보여준다. 트레저리파트너스 제리 클라인 상무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제한적인 자산, 안전한 자산으로 유동성을 보유하려는 것과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은 사뭇 다르다.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하락해 테슬라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주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투자가 ‘테슬라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성장형 기업’이란 이미지를 해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테슬라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기대 심리로 주가가 높게 형성된 기업이다. 전기차 출고 증가는 수익 증가를 야기하며 이는 수익과 현금 흐름으로 이어진다. 테슬라는 최근 일곱 번의 회계 기간 동안 분기별 기말 현금 잔고가 증가했다. 증가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계없이 경영진은 성장 스토리를 계속 이어나가려 할 것이다. 이번 비트코인 투자로 테슬라의 무형 자산 잔액은 증가하고 현금은 감소했다. 투자로 인한 수익은 매각이 될 때까지 이익을 기록할 수 없다. 대차대조표상 현금의 분기별 연속 증가를 보여줌으로써 테슬라가 성장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할 때 이 부분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이크 세일러(마이크로스테리티지 CEO)

그럼에도 이번 투자가 옳다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시각의 가장 큰 근거는 이번 비트코인 투자는 헷징 수단이라는 것이다. 헷지는 울타리라는 뜻으로 헷징은 자산 투자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다른 자산에 투자하여 가격 변동을 완하시키는 투자 방법이다. 현재처럼 법정 화폐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가상화폐 투자는 슬기로운 방법일 수 있다. 또한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중앙기관이 통화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전통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되며, 이는 블록체인을 통해 보장된다. 유로화와 달러화의 가치 하락 리스크에 대한 대비로 현금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많지는 않지만 테슬라를 제외하고도 있다. 나스닥 상장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투자로 얻은 평가이익이 22억 1475만달러(약 2조 4459억원)에 달한다. 약 6개월간의 투자로 5년 치의 영업이익을 벌었다. 마이클 세일러(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는 “기업 대차대조표에 유로나 달러 등 법정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매년 약 15%의 구매력을 잃고 있다. 간단한 해결책은 일부 현금을 비트코인 투자하는 것”이라며 비트코인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또, 테슬라는 이번 10-K 보고서에서 가까운 미래에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전세계에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국가 간 거래에서는 여러 과정을 거치며 중간 수수료가 많이 발생하고, 시간도 지연된다. 전세계에 전기차를 공급하고 있는 테슬라의 입장에서 수수료 절감은 굉장히 큰 메리트일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한 회사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BlackRock, 생명 보험 기업인 MassMutual, 스퀘어와 페이팔 등이 있고, GM 등의 기업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사진
일론머스크(테슬라CEO)

머스크는 기존의 대기업들이 주저하며 현실에 안주할 때 과감하게 뛰어든다. 위험을 무릅쓴 그 시도들이 결국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투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상이 올라가게 되면 테슬라도 큰 수혜를 입을 것이다. 테슬라는 10-K 문서를 통해 가상화폐가 변동성이 매우 크고,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있으며, 향후 법이 바뀔 경우 자산의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머스크는 자신의 믿음을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김현지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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