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어 폭스바겐도 배터리 생산..현대기아도 결국은
테슬라 이어 폭스바겐도 배터리 생산..현대기아도 결국은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03.20 10:00
  • 조회수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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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전기 SUV ID.4
폭스바겐 순수 전기 SUV ID.4

최근 배터리업계에선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략 발표가 연일 화재다. 궁극적으로 2025년 배터리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배터리 제조를 자회사로 두고 전기차 생산을 수직계열화한다는 게 골자다.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를 직접 제조한다는 것은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여파로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락했다. 폭스바겐은 이들이 주력 생산한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낮추고 자체 각형 배터리의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을 내재화하면 배터리 강국인 한국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파워데이’를 열고 "배터리 제조 비용을 낮춰 전기차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에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연 생산 24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이는 전기차 3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다. 결과적으로 2030년까지 배터리 내재화 비중을 80%까지 늘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
삼성SDI 각형 배터리

폭스바겐의 이 같은 결정이 국내외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먼저, 파우치형 대신 각형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들의 주력 상품은 파우치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한 배터리 모두 파우치형이다. 삼성 SDI가 각형 배터리를 일부 생산하고 있지만 폭스바겐 수주 물량은 극소량이다. 각형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대표적으로 중국 CATL과 BYD다.

가장 파급 효과가 큰 것은 폭스바겐이 급격히 배터리 내재화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의 첫번째 배터리 공장은 스웨덴에 지어질 전망이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합작해 2023년부터 공장 가동을 개시한다. 이 외에 폭스바겐이 지분 투자를 한 중국 궈쉬안, 미국 퀀텀스페이스 등과 같은 배터리 업체와 나머지 5개 공장의 설립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내재화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현재보다 배터리 가격을 최대 50% 낮출수 있다고 자신한다. kWh당 평균 100유로(한화 약 13만5천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배터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것.

테슬라가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electrek]
테슬라가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생산 내재화에 나선 전기차 생산 기업은 폭스바겐뿐이 아니다. 테슬라 역시 지난해 배터리 독립을 선언했다. 2023년부터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배터리 내재화의 이점은 확실하다. 배터리의 공급 가격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 업체와 불필요한 구매단가 인하 등 잡음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현대자동차 코나EV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돼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함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성능의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 아이오닉 5
현대 아이오닉 5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 발표 이후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현대기아차도 '결국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글로벌 톱10 자동차 그룹 가운데 수직계열화가 가장 완벽한 제조사로 꼽힌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도 극대화된다.

아직까지는 배터리 자체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당분간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행사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3개 배터리 업체와 협력하는 것에 만족한다”며 “독자 생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언제까지 외부 업체를 통해 배터리 수급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그동안 부품 조달 행태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5,6년 정도는 배터리 업체를 통해 구매를 하면서 기술을 내재화하고 이후 직접 배터리 제조에 뛰어들거나 관련 업체를 인수해 배터리 제조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이미 국내 배터리3사들이 현대차그룹의 구매 행태에 대한 학습이 끝나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을 30%이하로 가져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한다.  테슬라의 혁신으로 대변되는 전기차는 급속도로 성장한다.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현재보다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가 필수다. 전기차 가격의 약 50%는 배터리 시스템이 차지한다. 배터리의 가격이 낮아진다면 자연스럽게 전기차가 저렴해 질 수 있다.

구매 시 주어지는 국가 보조금은 점점 축소된다. 2025년쯤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제조사가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 전기차 대결 구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내재화 여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을 연이어 공개하며 전기차 라인업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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