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차 1위 혼다.." 소형차 이미지 넘어 친환경차 행보"
일본 경차 1위 혼다.." 소형차 이미지 넘어 친환경차 행보"
  • 조희정
  • 승인 2021.06.07 10:00
  • 조회수 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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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 혼다 CR-V 판매 격차 10배

최근 4~5년간 SUV는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차종이다. 미국에서도 픽업트럭과 함께 SUV 판매량이 계속 증가한다. 중국은 전체 승용차 판매 비중에서 SUV가 4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역시 50%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SUV를 활용한 ‘차박’ 인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SUV 인기에 재차 불을 지폈다. 이런 세계적인 SUV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혼다는 대표 SUV인 CR-V를 비롯해 SUV 시장에서 저조한 판매량을 보여 궁금증을 자아낸다.

■ SUV 인기 열풍에도 판매 저조 CR-V

이전에 없었던 SUV 인기 열풍에도 불구하고 혼다 CR-V는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토요타 RAV4 판매량의 무려 10분의 1에 불과하다. 2020년 일본 내 등록 대수는 RAV4가 총 5만 4848대(월평균 4571대)인데 비해 CR-V는 6140대(월평균 512대)에 머물렀다. 올해 1월도 RAV4가 4162대, CR-V는 415대로 두 차량은 약 10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혼다 CR-V
토요타 RAV4

토요타 RAV4와 혼다 CR-V는 1990년대 일본에서 ‘도심형 SUV’의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북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면서 준중형 SUV 시장 톱3에 랭크됐다. 일본에서만 약세를 보이는게 특이한 점이다. 한 때 일본에서 판매를 종료했던 혼다 CR-V는 지난해 재출시를 했지만 공백 여파 때문인지 저조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

혼다 CR-V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토요타 RAV4와 비교해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 혼다 CR-V 토요타 RAV4, 공통점은 많은데 판매는 약 10배 차이

CR-V와 RAV4는 모두 중형급 SUV다. 중간 크기의 SUV는 인기가 높은 차종이 많지만 모두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토요타의 RAV4와 혼다의 CR-V가 이러한 예를 명확히 보여준다.

RAV4의 크기는 인기 모델인 어드벤처의 경우 전장 4610mm, 전폭은 1865mm. CR-V도 전장 4605mm에 전폭이 1855mm로 거의 같다. 엔진은 RAV4가 2L의 일반형과 2.5L 하이브리드, 거기에 PHV(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있다. CR-V는 1.5L 터보와 2L 하이브리드가 있다.

■ 판매 격차의 가장 큰 이유는 ‘상품력’

두 차량 다 전륜구동 기반 도심형 SUV이지만 RAV4는 프런트 모습이 야성적으로 존재감이 강하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 2WD도 있지만 대부분은 4WD를 탑재한다. RAV4는 도심형 SUV이면서 오프로드 SUV에 가까운 모양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소비자의 수요가 도심형 SUV보다는 SUV 본래 성질에 회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오프로드용 SUV에 가까운 RAV4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다. RAV4는 이런 흐름에 잘 올라탔다고 할 수 있다.

■ RAV4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CR-V

RAV4와 비교해 전통적인 도심형 SUV인 CR-V는 터보 엔진의 경우 3열 시트를 장착해 7인승도 가능하다. 하지만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는 아니다. 게다가 CR-V는 가격이 비싸다. 1.5L 터보 엔진 4WD(5인승)는 358만 1600엔(한화 약3665만 원)이다. RAV4는 2L 노멀 엔진 4WD · G의 가격이 339만 1000엔(한화 약3470만 원)이다. 약 20만 엔(한화 약204만 원)의 차이가 난다.

가격이 300만 엔을 초과하면 많은 사용자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원하는 추세다. 이 점에서 CR-V는 소비자의 불만을 유발했다. 예를 들어 우드 그레인 패널은 값싸 보이고 계기판 스티치도 모조품이다. RAV4 인테리어는 특별히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CR-V와 같은 단점도 없다. CR-V는 도심형 SUV로 RAV4에 비해 야성미와 개성이 부족하다. 여기에 인테리어에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

혼다CR-V 인테리어
토요타 RAV4 인테리어

 

■ CR-V 일시적 판매중지와 빈약한 라인업으로 고객이 외면

토요타의 경우 2013년 생산을 마친 뱅가드와 해리어, 2016년에 생산된 3세대 RAV4를 타던 소비자의 수요가 현재 신형 RAV4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판매점에서 ‘C-HR’을 구매할 목적으로 내점한 고객들이 뒷좌석이 좁은 것을 보고 RAV4를 구매하기도 한다. 덧붙여 RAV4는 다양한 그레이드로 구성돼 다른 차종을 고려하는 사용자를 흡수, 집객력을 높이고 있다.

혼다는 SUV 라인업이 빈약하다. 4세대 CR-V는 판매가 저조해 2016년 일본에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2013년에 나온 소형 SUV 베젤 판매 호조(2015년 당시 일본에서 월평균 약 6000대로 SUV 1위)로 CR-V가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약 2년의 공백 기간을 거쳐 2018년 부활했지만 이 기간 동안 고객 이탈이 많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혼다 측은 CR-V 부활 이유에 대해 "최근 SUV 인기가 예상보다 높고 오디세이를 타던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소형 베젤만으로는 라인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혼다는 시빅도 판매를 중지했다가 부활시킨 이력이 있다.

■ CR-V 부진의 또 다른 원인 - 혼다는 경차 및 소형차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

일본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혼다 브랜드 이미지가 최근 변화했다. 2017년 혼다 경차 N-BOX가 풀 모델 체인지 된 이후 경차 및 일반 차량까지 포함한 일본 내 판매 종합 1위를 차지한 역효과다. 2020년 N-BOX 판매량은 일본에서 판매된 혼다 자동차의 32%에 달했다. 이는 경차 부문에서는 50% 이상이고 소형 해치백 피트를 합치면 70% 이상이다.

일본에서 혼다는 N-BOX / N-WGN / 피트 / 프리드를 주로 하는 ‘소형차 전문 메이커’가 된 것이다. 이런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300만 엔이 넘는 CR-V는 변화한 혼다의 소형차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판매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혼다는 지난 4월 신임 미베 토시히로 사장이 취임하면서 "조금씩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2040년부터 전기차 및 연료전지 차량만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소형차 브랜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다시 한번 친환경차 이미지로 변신시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조희정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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