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절묘한 상품성, 못할게 없는 엄친아..벤틀리 벤테이가
[시승기] 절묘한 상품성, 못할게 없는 엄친아..벤틀리 벤테이가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10.02 09:00
  • 조회수 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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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벤테이가 부분변경
벤틀리 벤테이가 부분변경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서 고성능 중대형 SUV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SUV는 차고가 높아 고속에서 불편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안락함과 정숙성,여기에 고성능까지 장착해 새로운 럭셔리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쇼퍼드리븐의 이미지가 강한 플래그십 세단과 달리 플래그십 SUV들은 오너드리븐을 정조준한다. 롤스로이스, 애스턴마틴, 마세라티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너나할 것 없이 SUV 모델을 출시하고 나선 이유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벤틀리 유일의 SUV 벤테이가다. 벤틀리 최초의 양산형 SUV로 2015년 1세대 모델이 나왔다. 글로벌 판매량이 2만대를 넘어서며 럭셔리 SUV 중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선보인 벤테이가 부분변경은 내외관 및 편의안전장비를 다듬어 재도약을 노린다.

벤틀리는 롤스로이스, 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모터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스포티한 주행감각이다. 시승을 하면서 벤틀리만의 감성을 한껏 느꼈다.

시승 전 외관부터 살폈다. 위엄이 느껴졌던 기존 디자인에 벤틀리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녹여냈다. 신형 컨티넨탈 GT, 플라잉스퍼와 동일한 패밀리룩이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부분은 단연 전면부다. 위엄이 느껴지는 그릴은 기존보다 면적을 키우고 꼿꼿하게 세웠다. 그릴에 촘촘히 새긴 격자 무늬가 스포티함과 럭셔리 함을 동시에 잡는다. 전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82개의 LED를 박아 넣은 타원형 헤드램프다. 워셔액 노즐이 헤드램프 정중앙에 자리잡아 다소 생뚱 맞았던 기존과 달리 부분변경은 좀 더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보석을 정밀 세공한 듯 반짝인다. 여기에 지능형 LED를 심어 어두운 밤에도 시야 확보에 용이하다.

측면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22인치 휠은 디테일이 상당하다. 얼핏 보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휠 안쪽까지 깎아 고급감을 더했다. 프론트 펜더 윗 쪽에 붙인 ‘B’모양의 장식은 기존보다 크기를 키웠다. 뒤로 갈수록 아래로 내려오는 캐릭터 라인과 휠하우스를 강조한 굵은 선이 정지 상태에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후면부는 세대 변경이라고 할 만큼 극적인 변화를 이뤄냈다. 테일램프는 신형 컨티넨탈 GT에 적용한 타원형으로 적용했다. 럭셔리 SUV 특유의 위엄은 떨어지지만 스포티함은 배가 됐다. 번호판 위치를 범퍼 아래로 내린 점도 변화의 일부다.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듀얼 형태의 테일파이프도 눈에 띈다. 시동을 걸면 뽀글뽀글 올라오는 배기음이 감성적이다.

실내는 고급 가죽이 아닌 부분을 찾기 어려울 만큼 럭셔리함이 느껴진다. 헤드라이닝까지 가죽으로 덮었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더불어 곳곳에서 뭍어 나는 장인 정신이 매력적이다. 계기반은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했다.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전달한다. 기능이 너무 많아 능숙하게 조작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기본으로 내장된 내비게이션도 있어 최신차에 기대할 수 있는 편의장비를 갖췄다. 센터페시아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단연 송풍구다. 재질부터 조작감까지 모든 부분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바람을 열고 닫는 버튼 역시 과거부터 고수해 온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센터 송풍구 한가운데 자리한 아날로그 시계는 벤테이가 위상을 상징한다.

다소 의아한 구성도 있다. 1열에 적용된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이 공조기 조작부에 마련되어 있다.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선 통풍 버튼을 한 번 누르고 화면을 터치해 세기를 조절해야 한다. 공조기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버튼 역시 마찬가지다. 풍량 버튼을 한 번 누르고 나서야 센터 디스플레이에 풍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표시된다. 이 외에 럭셔리카라는 위상에 걸맞은 옵션 구성이 눈에 띈다. 마사지 시트는 1열에 모두 적용되어 있고, 취향에 따라 마사지 스타일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굉장히 사치스럽게 느껴진 점은 안전벨트 높이 조절이 전동이라는 것. 메모리 시트 기능과 결합돼 운전자가 바뀔 때마다 안전 벨트의 높이까지 자동으로 조절된다. 세심한 부분까지 감동이다. 

벤테이가에 적용된 네임 포 벤틀리 오디오는 1780W 출력을 자랑한다. 차량 곳곳에 숨어 있는 20개 이상의 스피커가 제 역할을 해낸다. 화려한 음색은 아니지만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다만, 도어에 위치한 스피커 마감재가 꽤 날카롭다. 추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열로 자리를 옮겼다. 중대형 세단이었다면 2열이 메인일테지만 벤테이가는 사뭇 다른 성격이다. 그럼에도 2열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는 풍부하다. 휠베이스가 2995mm로 3m에 달하지만 예상보다 넉넉하지 않다. 성인 2명이 타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다. 중형 SUV와 대형 SUV 사이 정도다. 1열과 마찬가지로 착좌감이 굉장히 좋다. 몸을 푸근하게 안아주는 시트에는 벤틀리 로고가 수작업으로 새겨져 있다. 스티치 역시 장인이 한 땀 한 땀 엮은 흔적이 남아있다. 1열과 동일하게 적용된 윙타입 헤드레스트는 좌우를 접을 수 있다. 마치 비행기 비지니스 좌석에 앉은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머리 좌우를 지지할 수 있어 편안하다.

기존 4인승 모델에만 달린 2열 송풍구가 5인승 모델에도 마련됐다. 편의장비 구성도 만족도가 좋아졌다.  2열 송풍구 하단에 마련한 5인치 분리형 소형 태블릿을 통해 차량 제어가 가능하다. 무드램프, 2열 공조기, 2열 시트(통풍, 열선),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대표적이다. 2열 측면에 마련한 선블라인드는 윈도우 스위치로 전동 조절이 가능하다. 기존 대비 각도가 두 배 늘어난 리클라이닝 기능은 장거리 이동 시 편리함을 더한다.

트렁크 공간은 예상보다 작다. 2열 폴딩을 통해 적재 공간 확장이 가능하다. 2열 시트를 접어도 완전히 평평해지진 않는다. 폴딩 방식으로 마련한 러기지 스크린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분리는 가능하지만 무게가 상당하고 별도의 수납 공간이 없다.

본격적인 도로 시승에 나섰다. 벤테이가에는 V8 4.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되어 있다. 아우디 RS Q8,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다. 튜닝을 달리해 출력이 조금씩 다르다. 벤테이가는 딱 중간으로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8.5kg.m의 힘을 네 바퀴로 보낸다. 최고속도는 290km/h,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단 4.5초다.

시동을 걸면 힘찬 기합 소리가 들려 온다. 온로드 4가지, 오프로드 4가지 총 8가지의 드라이브 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벤틀리 모드다. 브랜드의 특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드라이빙 모드다. 모터스포츠를 태생으로 한 만큼 주행 감각에 대한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흡사 BMW의 M모드, 아우디의 RS 모드 등을 연상케 한다.

벤틀리 모드로 두고 주행에 나섰다. 외부와 차단된 듯 어떤 소음도 용납하지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답게 뛰어난 N.V.H. 성능이 압권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세팅이 기본이다. 네 발 모두 에어서스펜션을 달아 작은 굴곡은 실내에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걸러낸다. 가속을 진행하면 엔진음과 버무러진 배기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어느 상황에서나 차분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주행감각과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좀 전까지 느껴지던 매끈한 변속 감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흡사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변속충격이 느껴진다. 단 수를 올릴 때마다 고성능 엔진 특유의 ‘갸르릉’하는 소리도 매력이다.

공차 중량만 2530kg에 달해 다소 굼뜰 것이라는 예상은 애초에 깨졌다. 코너에서도 자신감이 붙는다. 속도를 높여 코너에 머리를 밀어 넣으면 예상보다 롤이 없다. 횡가속 G만이 느껴질 뿐이다. 덩치가 작은 SUV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주행감각을 완성하는데는 벤틀리 나이내믹 라이드의 역할이 크다. 차체가 한 쪽으로 기울면 코너 바깥쪽 서스펜션은 들어 올리고, 반대로 안쪽 서스펜션은 아래로 내린다. 차량의 기울기를 노면과 주행 특성에 맞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V8 엔진을 장착한 벤테이가의 복합연비는 6.7km/L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속 주행 시에는 8개의 실린더 중 4개가 차단되는 실린더 휴지 기능을 담았다. 오토 스탑 엔 고까지 챙겨 CO2 배출량을 최소화했다.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도 챙겼다. 앞 차와 간격을 맞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차선 중앙 유지 장비 채택에 다소 인색한 몇몇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벤테이가는 빠짐없이 담았다. 손을 놓으면 대략 15초 내외로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알람이 표시된다. 오너 드리븐의 빈도가 높은 만큼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구성이다.

벤테이가의 가격은 3억900만원이다. 수 많은 옵션을 조합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다만, 이 경우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1년 이상이 필요하다. 대부분 한국형 모델에 색상 정도만 변경해 출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벤테이가 가격은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보다는 윗 급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보다는 아래에 위치한다. 대표적인 경쟁 모델로는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레인지로버 SV 오토바이오그래피, 포르쉐 카이엔 터보, 애스턴마틴 DBX,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이 꼽힌다. 수 많은 경쟁자 중 벤테이가는 자신만의 강점이 확실하다. 럭셔리와 스포츠성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안락한 승차감, 달릴 땐 제대로 달려주는 실력파다.

한 줄 평

장점 : 이렇게 고급스러운데 잘 달리기까지…완전 엄친아

단점 : 곳곳에 보이는 아우디 흔적…손톱 손질에 적당한 스피커 커버

벤틀리 벤테이가

엔진

V8 4.0L 가솔린 터보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5144mm

전폭

1998mm

전고

1730mm

축거

2995mm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8.5kg.m

복합연비

6.7km/L

시승차 가격

3억90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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