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3차 생산혁명 이끈다
자동차산업 3차 생산혁명 이끈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01 18:50
  • 조회수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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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공룡’들의 전기차 大戰


거대 공장 사라지고 소자본 창업도 가능 … ‘자동차 가전’이 대세




 

삼성·LG·구글을 비롯한 전 세계 거대 IT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을 기웃거린다. 기존 내연기관 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절반인데다 대규모 투자도 필요 없다. 2차전지부터 강화 플라스틱, 부품까지 관련 사업을 수직 계열화한 삼성·LG그룹이 미래 먹을거리로 전기차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할 정도다. 전기차는 자동차 생산방식에도 변혁을 가져온다. 관건은 시장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인프라만 구축해주면 전기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될 전망이다. IT기업이 주도할 전기차 혁명을 들여다 봤다.

거대 IT기업들이 속속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로 전기차가 유망한데다 수조원씩 투자되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과 달리 훨씬 적은 자본에 간단한 생산방식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전기차는 자동차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변혁(이노베이션)까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는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 없다. 차체 구조가 간단한데다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가장 긴밀한 기업으로는 구글과 애플이 꼽힌다. 구글은 이미 300개 넘는 전기차 관련 특허를 보유했다. 스마트카용 운영시스템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술에서 앞서 있다. 애플은 음성 인식 기술 시‘ 리’에 기반한 지식 내비게이터 적용에 힘 쓰고 있다.

애플의 운영시스템인 iOS로 차량을 조작하는 기술 개발에도 성공해 사업을 함께할 자동차 브랜드를 놓고 고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도부터 포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정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올해 출시할 전기자동차 ‘포커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구글·애플·삼성·LG “전기차가 미래다”




2013년 7월 인천에서 열린 ‘LG전자 인천 캠퍼스’ 준공식에서 구본무 LG회장(왼쪽에서 둘째)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자동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LG그룹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삼성전자·LG전자라는 세계적인 IT기업을 보유한데다 전기차의 심장 격인 2차전지 제조사를 두고 있다. 여기에 핵심 소재인 전자부품과 강화 플라스틱 같은 소재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사업추진 이유도 명확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에서 삼성의 신수종 성장 사업 부재의 위기를 강조한 바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해 매출 250조원을 바라보는 삼성전자가 20년 후 매출 500조원으로 두 배로 성장하기 위한 신사업이 마땅치 않다”고 고민을 털어 놓는다. 그는 이어 “기존 사업군과 연관성이 있는데다 품목당 단가가 큰 사업이 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기차 사업을 원론부터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LG그룹도 전기차를 전자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회심의 카드로 여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자동차 부품을 전담하는 VC 사업부를 신설하고 이우종 박사(전 대우자동차 연구소)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연말에는 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힘을 실어줬다.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인천 청라지구에 부품연구소를 설립해 자체 전기차 시제작차를 만들어 운행하고 있다. 주행시험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계열사인 LG CNS도 전기차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배터리 충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LG이노텍도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한다. 다만 LG전자 측은 “전기차 개발이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개발이 핵심이다. 2차전지를 만들고 전기차용 강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건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두 그룹은 언제든지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포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다. 중앙대 이남석(경영학) 교수는 “두 그룹 입장에서 보면 전기차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정부의 인프라 지원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여건만 갖춰지면 곧바로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 시점이다. 박재찬 제주 전기차엑스포 사무총장은 “전기차 보급은 산술급수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건이 맞으면 기하급수적으로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휴대폰 시장에서 피처폰이 주도하다 순식간에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처럼 전기차 보급도 결국 물꼬가 터지는 시점이 올 것이란 얘기다.

전기차는 자동차 생산방식의 혁명도 부를 전망이다. 독일의 칼 벤츠가 1886년 가솔린 엔진을 단 자동차로 특허를 받은 이래 120여년 자동차 역사에서 생산 혁신은 딱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1913년 미국 헨리 포드가 개발한 컨베이어 벨트 생산방식이다. 헨리 포드는 미시간주 포드 공장에서 T형 모델만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했다. 작업자에게 표준화된 공정을 접목해 생산 속도를 단축했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제조원가는 절반 이상 절감돼 생산성이 5배 이상 좋아졌다. 컨베이어 벨트는 이후 자동차뿐 아니라 제조업 조립 공정에 대부분 도입됐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일컫는 ‘포디즘’이라는 경영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두 번째 혁신은 1960년대 일본 도요타의 도요타생산방식(TPS)이다. 로봇 설비로 자동화하는 조립라인에서 탈피, 인간의 개선 의지를 이용해 생산성을 끌어 올렸다. ‘불량품을 만드는 동안은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도요타 창업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작업자 스스로 공정을 개선했고 이를 현장에 반영해 생산성을 높였다. 도요타는 오노 다이이치 부사장 주도로 1980년대 초 TPS를 완성했다. TPS는 이후 전 세계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제조업과 공공기관까지 도입됐다.





전기차 보급 물꼬 언제 터지느냐가 관건

전기차는 앞선 두 가지 생산방식보다 더 광범위한 혁신을 이룰수 있다. 우선 전기차 생산은 기존 자동차 업체가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부품수가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의 2만∼3만개에서 1만개 이내로 줄어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할 거대 공장이 필요없다.

또 기존 자동차 사업은 수 조원대 투자라는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전기차는 이 장벽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대표적인 게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는 부품 수를 줄이고 강화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대량 생산이 아닌 소량 생산으로 성공을 거뒀다. 조립공장도 새로 건설한 게 도요타와 GM이 합작했다가 포기한 캘리포니아주 누미 공장의 일부 라인을 재사용했다.

동력 플랫폼인 모터와 배터리가 표준화되면 전기차 생산은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진다. 이런 플랫폼을 구입해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줄잡아 1000개가 넘었다. 이른바 뒷마당에서 자동차엔진을 사다가 뚝딱뚝딱 조립한 ‘백야드 빌더’다. 1950년대까지 망하거나 인수합병 되면서 10여개로 줄었다. 1970년대 들어사야 GM·포드·크라이슬러의 빅3로 좁혀졌다.

자동차 제조사와 IT기업은 현재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론 새로운 경쟁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IT기업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구글·애플·삼성전자·LG전자 등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했다. 이른바 ‘자동차 가전’ 시대가 열릴 즈음에는 배터리와 전기모터,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확보한 IT기업이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한 수 위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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