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구매기①]싸고 좋은 건 없다는데..골라봐야 중고차?
[중고차구매기①]싸고 좋은 건 없다는데..골라봐야 중고차?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10.28 09:00
  • 조회수 20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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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포티지R
기아 스포티지R

올해 초부터 시도 때도 없이 중고차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이걸 사야겠다’고 꼭 마음 먹은 것은 없었다. 총 비용이 1천만원을 넘기지 말자는 기준만 정해놨다. 평상시 수억원하는 시승차는 종종 탈 기회가 있으니 주말이나 휴가때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탈 차가 필요했다. 처음 차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개성, 실용성, 성능, 경제성 등 여러가지를 놓고 꼼꼼히 비교했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내 손에 쥐어진 열쇠는 14만km를 탄 2011년 2월식 기아 스포티지R 블랙 색상이다. 주인이 한 사람이었던 '1인 신조' 라는게 매력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소 디젤의 진동과 소음을 싫어했다. 여기에 핸들링이 휘청이는 SUV는 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사이언스 배틀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이미지까지... 처음 차를 사려고 했을 때는 가솔린 세단이나 왜건이 고려 대상이었다.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 위한 수동 변속기라면 금상첨화였다.

2018 현대 i40 왜건
2018 현대 i40 왜건

구매를 고민했던 차량은 광범위하다. 값싸게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현대 아반떼 스포츠(AD) 수동부터 귀여운 디자인의 피아트 500, 실용성 끝판왕 현대 i40 왜건, 현대를 대표하는 해치백 i30(GD), 당대 동급 최대의 트렁크 공간을 자랑한 쉐보레 크루즈5 등이 목록에 올랐다. 볼륨 모델은 아니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모델을 원했다. 명색이 자동차 기자로 전문가를 꿈꾸는데 뻔한 차는 타고 싶지 않았다.

중고차 시장에서 원하는 모델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반도체 품귀로 중고차가 귀하신 몸이 됐다.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고 구매를 고민하는 순간 판매 완료가 되기 십상이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시간만 있으면 케이카, SK엔카, KB차차차 등 유명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눈에 들어 온 모델이 바로 기아의 스포티지R이다. 6개월간 덕질 끝에 걸린 차량이다.

중고차를 구매할 때 대부분 엇비슷한 기준이 있다. 믿을 수 있는 판매자일 것, 보험이력이 최대한 적을 것, 소유자 변경이 1회 혹은 없을 것, 자동차 용도 이력이 없을 것,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상 문제가 없을 것 등이다. 과거에는 꽁꽁 숨겨져 있던 정보를 이제는 판매 사이트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스포티지R은 까다로운 심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1인신조에 보험이력이 없다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모든 차량을 직영으로 판매해 신뢰할 수 있는 케이카 차량이었다. 가격도 850만원으로 예산 기준에 들어왔다. 2011년 2월식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단 1건의 보험이력도 없었던 것은 물론 소유자 변경도 없는 1인 신조였다. 꾸준히 관리 된 덕인지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에도 문제는 없다. 방문 예약을 하고 바로 다음날 장한평 케이카로 향했다.

앞 범퍼 도색이 이상하다...
앞 범퍼 도색이 이상하다...
구성은 구식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구성은 구식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중고차 특성상 직접 주행을 해 볼 수는 없지만 옆자리에 동승해 대략적인 느낌을 느껴봤다. 오랜 시간 야외에 주차되어 있어 얼룩덜룩 물자국이 난 것만 빼면 예상보다 깨끗했다. TLX 프리미엄 등급으로 10년 전 편의장비가 듬뿍 장착된 것도 구미를 당겼다. 다만, 사진상으로는 안 보였던 앞 범퍼의 막(?)도색(클리어 층이 벗겨져 광이 죽어 있었다)이 굉장히 거슬린다. 운전석 내캐치도 헐렁거린다. 세월의 흔적이다. 구매가 망설여진다. 차를 보고 있는 와중에 판매사원에게 차(스포티지R)를 볼 수 있냐는 연락이 3통이나 왔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번에 못 사면 이런 매물을 보기 힘들다는 것을... 완벽한 중고차는 없다.

충격적인 보험료 산출결과...
충격적인 보험료 산출결과...

케이카는 흥정이 안 된다. 대신 판매 사원에게 엔진오일 교환과 세차 대신 3만원 주유를 약속 받고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구매를 결정하고 보험 가입 중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했다. 기껏해야 100만원 남짓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보험료가 230만원이나 나왔다. 개인이름으로 차를 소유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10억으로 설정한 대물한도를 낮추고, 자기차량 손해를 뺄까도 싶었지만 ‘내년이면 싸지겠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 결국 보험비만 230만원을 내고 스포티지R이 내 품으로 오게 됐다.

2편에 계속!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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