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구매기②]10년 넘더니 역시 돈 먹는 하마…깐깐하게 골랐는데
[중고차구매기②]10년 넘더니 역시 돈 먹는 하마…깐깐하게 골랐는데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10.29 09:00
  • 조회수 4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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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들여 세차를 하고 나니 광이 되살아 났다
정성 들여 세차를 하고 나니 광이 되살아났다

우여곡절 끝에 구매한 딱 만 10년 된 기아 스포티지R 중고차에 애정을 쏟는 중이다. 자동차 기자로 일주일 내내 다른 시승차를 타다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주차장 구석에 쳐박혀 있는 신세다. 그럼에도 정성은 여느 신차 부럽지 않게 쏟고 있다. 개인적인 자동차 취향과는 정반대지만 하나씩 고쳐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 주인을 만나 새롭게 단장하면서 지갑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케이카는 인수일 포함 3일 이내 환불이 가능하다. 차량을 인수하자마자 가까운 정비소를 방문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문제를 찾고, 차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함이다. 연식에 비해 깔끔하다는 답변을 듣자 마음이 한시름 놓인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완벽한 중고차를 샀다고 자부했는데 문제가 계속 발견된다. 10년이 넘은데다 주행거리도 14만km니 사람으로 보면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할까. 본격적인 지름의 시작이다.

교환은 기아 오토큐에 방문했다
교환은 기아 오토큐에 방문했다

운전석 안쪽 도어캐치가 헐겁다. 스프링이 수명을 다한 듯 문을 열고 나면 도어캐치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찾아보니 스포티지R의 고질병이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다. 부품번호는 K 82610 3W010이다. 5천원이 채 안 한다. 가까운 기아 부품대리점을 방문해 구매했다. 기왕 교체하는 김에 1열 좌우 모두 교체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접 교체를 해볼까 했지만 아직까지 자신이 없다. 결국 기아 오토뷰에 방문해 공임 2만원을 지불했다. 교체를 하고 나니 새차가 된 듯 짱짱하다. 

구입한지 일주일 정도 지나 보슬비가 내리는 날 주행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40km/h 내외의 속도로 램프를 도는 와중 갑자기 뒤가 미끄러진다. 재빠른 대처로 사고는 피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순 없었다.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보니 육안상 문제는 없다. 타이어 트레드도 충분하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자세히 보니 생산된 지 6년이 지났다. 사실상 수명이 다한 셈이다. 교환한 타이어 안 쪽을 보니 사이드월이 부풀어 있다. 빗길에 타이어가 미끄러졌던 원인을 파악했다. 타이어 한 짝의 가격은 10만원, 4짝 모두 40만원을 지불했다. 인터넷 타이어 판매점(ABC타이어, 123타이어 등)을 이용했다. 오프라인보다 짝 당 2만~3만원 가량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다. 타이어 점검의 중요성을 깨닳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부품은 직접 구매했다
부품은 직접 구매했다

 

8만5천원을 들여 배터리를 교환했다
8만5천원을 들여 배터리를 교환했다...델코의 DF90R

중고차를 구매하고 지난해부터 맛 들린 캠핑에 스포티지R과 동행했다. 예상보다 넉넉한 수납 공간에 만족하며 캠핑을 즐기고 돌아오는 날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린다. ‘이게 무슨 일이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친다.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해 봐야 하는 부분은 배터리다. 이럴 때를 대비해 드는 것이 보험이 아닌가. 무려 230만원을 내고 든 보험 약관에 포함된 긴급 출동 서비스를 호기롭게 불렀다. 서비스를 신청한 지 20분도 되지 않아 부르릉하며 견인차가 도착한다. 역시나 원인은 배터리. 보닛을 열어 배터리를 충전하니 시원스레 시동이 걸린다. 보험 출동 기사분이 새 배터리로 즉시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12만5천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검색 신공을 발휘해 저렴한 배터리 전문점을 찾았다. 배터리 제조사마다 가격이 상이하다. 8만원과 8만5천원짜리 제품이 있다. ‘비싸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델코(8만5천원) 배터리로 교환했다. 12만5천원을 지불하고 배터리를 교체했다면 치킨 2마리 가격인 4만원이 아까워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인터넷으로 주문후 자가 교체를 했을 것이다. 이 경우 6만원이면 가능하다.  

10일도 채 안돼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셀프 주유를 하는데 기름이 가득 들어가질 않는다. 아무리 용을 써도 연료 게이지가 4분의3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중고차를 살 때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다. ‘더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원인 파악에 나섰다. 먼저 주변 지인들에게 묻고, 인터넷으로도 검색을 했다. 계기반 표기 오류의 가능성, 연료 탱크의 문제, 연료 주입 라인의 문제 등 원인이 다양하다. 실주행거리 등을 계산해보니 계기반은 정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 명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정비소에 전화를 돌렸다. 정비사가 묻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정비소마다 제시하는 원인이 제각각. 연료탱크 전체를 교환해야한다는 의견부터 연료 라인만 교환하면 된다는 의견까지, 수리 비용도 10만원대 초반부터 5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직까지 교환은 하지 못했다.

미션오일을 교환하는데 똥물이 나온다...
미션오일을 교환하는데 똥물이 나온다...

주행을 하는데 변속이 매끄럽지 않다. 2010년 출시한 스포티지R에는 2.0L 디젤 엔진(R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된다.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초대 모델이기 때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연식에 따른 노후화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가장 기본은 미션 오일 교환이다. 시커먼 액체가 줄줄 쏟아져 나온다. 한 번도 교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측이 들어 맞았다. 플라시보 효과일지는 몰라도 전보다 변속이 매끄럽다.

블랙박스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블랙박스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이 외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이 드는 블랙박스도 교체했다. 전후방 FHD 화질 2채널이다. 색이 바래 제 역할을 못하는 썬팅도 새롭게 했다. 중고차는 썬팅만 새롭게 해도 새 차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번호판등까지 손수 LED로 교환했다
번호판등까지 손수 LED로 교환했다
제네시스 G90과 동일한 클락션이다...잭 개조가 필요하지만 크게 어렵지 않다
제네시스 G90과 동일한 클락션이다...잭 개조가 필요하지만 크게 어렵지 않다

DIY도 했다. 실내등과 번호판등을 LED로 바꾸고, 덩치에 안 맞는 클락션을 제네시스 EQ900 것으로 바꿨다. 하나의 잭을 두 개로 나누는 작업을 해야하지만 난이도는 낮은 편. 다만, 차종에 따라 범퍼를 내려하는 경우도 있다. 우렁찬 클락션 소리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정체가 심해 끼어드는 일이 잦은 서울 시내를 주행 할 때도 괜한 자신감이 생긴다. 기본적인 앞 뒤 와이퍼 교환과 워셔액도 보충했다. 닳고 닳아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어진 발매트도 바꿨다. 발매트 종류도 다양하지만 선택은 코일 매트다. 푹신푹신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세차를 자주해 스마트폰에는 세차 사진만 가득하다
세차를 자주해 스마트폰에는 세차 사진만 가득하다
세차의 꽃은 엔진룸이다(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으로 세차의 꽃은 엔진룸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세차다. 본격적인 디테일링 세차를 맡길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예상보다 가격이 비싸 직접하기로 결정했다. 세차는 나의 취미 가운데 하나다. 묵은 때를 벗겨내니 검정색 특유의 광이 올라온다. 광택제와 발수코팅제를 구석구석 꼼꼼하게 바른 덕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세차의 꽃은 엔진룸. 새 차와 같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걸레만 3개를 썼다. 별도의 세차 용품을 구매하는 대신 가지고 있는 타이어 광택제를 이용해 엔진룸을 닦았다. 외장 플라스틱 파츠와 엔진룸 부품은 타이어 광택제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차에 들인 돈이 100만원을 넘는다. 총 비용 1천만원을 넘기지 않겠다는 다짐은 보험료로 230만원을 내는 순간 포기했다. 차라리 애정을 쏟자는 생각이다. 수도권 배출가스 규제가 날로 강화된다. 디젤차(스포티지R은 배출가스 4등급이다)가 언제까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폐차할 때까지 아껴줄 작정이다.

3편에 계속!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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