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MW코리아, 딜러 암행사찰 나선 이유는
[단독] BMW코리아, 딜러 암행사찰 나선 이유는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7.20 15:48
  • 조회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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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CAR TALK

소비자 보호? 견적서 실명제의 속내를 파헤친다... BMW코리아. 사실상 ‘원 프라이스’ 정책 전환

<이 기사는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의 제보로 작성됐습니다>

김태진·윤지현 기자 tj.kim@globalmsk.com

신차 5% 기본, 인기 모델도 20% 할인

“견적서 실명제...더 이상 용납 못해”

수입차 할인 주도 BMW코리아 모순

업계...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논란



BMW코리아가 이달부터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사의 암행(?) 사찰에 들어갔다. 신차를 구입할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견적서를 내주는 ‘견적서 실명제’가 핵심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인기 차종까지 20%씩 할인해주던 딜러의  할인 판매를 단속하려는 장치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체가 발표하는 신차 가격(권장소비자가격:MSRP)이 실제 구입가격으로 정착되는 ‘ 원 프라이스’  정책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per)’ 200여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고객으로 가장한 채 딜러사를 방문해 신차를 구매하는 척 하면서 서비스와 할인 조건을 체크한 뒤 BMW코리아에 보고를 한다. 영업사원에게 집중적으로 할인 조건을 캐묻는다는 것이다.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per)=손님을 가장해 매장을 방문, 서비스 등 각종 지표를 평가하는 사람을 말한다. 서비스 수준을 체크하고 개선점을 기업에 보고하는 직업이다.

아울러 미스테리 쇼퍼 만으로 할인 단속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공식 실명견적서’와 ‘공식 정산서’도 도입했다. 공식 정산서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한 뒤 후 BMW코리아에서 취득세영수증, 공채영수증, 세금계산서 등을 일괄 발송하는 것이다. 딜러의 고유 권한인 실제 판매 가격을 고객의 취득세영수증으로 확인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개인정보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제도 이면에는 소비자의 기본 권리인 권장소비자가격에서 깎아 사는 할인율을 반 강제적(?)으로 줄이는 부작용이 생긴다. 또 지금까지 딜러에게 지급한 막대한 판매 인센티브를 줄여 BMW코리아와 독일 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수입차의 모든 신차 가격은 권장소비자가격이다. 딜러가 수입사(임포터)에서 신차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할인율은 딜러사의 권한이지 BMW코리아가 개입할 수 없는 게 현행 공정거래법이다. 결과적으로 견적서 실명제는 소비자의 이익을 BMW코리아, 딜러사, 영업사원이 가져가는 형태다.

기자에게 제보를 한 딜러사 영업사원에 따르면 미스테리 쇼퍼는 아래 2가지 사항을 집중적으로 체크한다.

  1. 수입차 할인 견적 사이트인 ‘카비, 수사자, 바로딜, 베푸시오 등’ 및 다이렉트 리스 회사의 소개나 이를 통한 판매=>적발되면 해당 영업사원 즉각 퇴사.

  2. 과다 할인 견적(BMW코리아의 공식 조건 이상의 할인 견적) =>적발시 즉시 퇴사 및 딜러사 인센티브 미지급.


서울 강남의 BMW 딜러사 A 영업 간부는 “지난달 미스테리 쇼퍼가 매장에 나올 것이라는 교육을 받았다”며 “초기에 일부 영업사원의 반대가 심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할인판매 관행이 고쳐져 시장 가격이 제대로 형설될 것으로 기대하고 수긍했다”고 말한다. 이어 “할인판매가 줄면 영업사원의 이익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해도 작용했다”고 전한다.

문제는 소비자의 이익이 줄고 BMW코리아, 딜러, 영업사원의 이익만 높아진다 점이다. 아울러 BMW코리아가 딜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을뿐더러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H딜러사 한 임원은 “판매가 고유 권한인 딜러사의 경영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과다 할인 경쟁은 밀어내기식 판매 정책을 펴온 BMW코리아의 책임이 큰데, 이를 무시하고 딜러만 닥달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한다.

K딜러사의 전직 임원은 “2000년대 중반 한 때 수입차 1위를 내준 뒤부터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앞장서 목표대수를 강조하면서 딜러간의 경쟁을 통한 할인 판매를 장려했다”며 “분기 또는 반기 목표대수를 채우지 못하면 인기 차종을 공급하지 않는 등 딜러 통제가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심한 회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정 지방의 딜러사 임원도 “최근 ‘딜러연합회’ 설립이 딜러사의 핫 이슈로 떠오르자 BMW코리아 본사에서 ‘가입하면 재미 없다’는 뉴앙스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이번 견적서 실명제는 사실상 ‘원 프라이스’로 가기 위해 것으로 딜러 적자를 메워주는 척 하면서 딜러의 권한이 커지는 걸 막으려는 BMW코리아의 속셈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디젤 사태로 떠난 아우디 고객을 할인 없이  BMW로 껴안자는 전략>


BMW의 베스트셀링 모델 520d


업계에서는 BMW코리아가 미스테리 쇼퍼를 등장시키면서  ‘견적서 실명제’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사실상의 ‘원 프라이스’  도입으로 해석한다. 또 최근 폴크스바겐-아우디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확대되면서 아우디 판매가 줄어 든 것을 호기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아우디 고객을 붙잡아 할인폭이 줄면서 동반될 판매 감소분을 최소화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올해 상반기 아우디 판매는 1만3058대로 전년(1만4559대) 대비 10.3%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만 빼고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했다.

아우디 딜러사 관계자는 “독일차를 사려던 고객이 미국이나 일본차로 발길을 옮기기는 어렵다”며 “디젤 사태로 올해 상반기 아우디 판매가 줄자 BMW가 아우디 고객을 데려가기 위해 할인을 줄이면서 판매를 늘리기 위한 장치로 ‘견적서 실명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BMW코리아가 수입차 1등을 질주하기 위해 목표 대수를 높이고 이에 따른 세일즈 인센티브를 남발했던 관행이 독이 될지, ‘견적서 실명제’가 성공을 거둬 ‘원 프라이스’ 정책까지 이어지면서 신차 할인율이 통제권으로 들어설지는 정부 당국과 소비자의 대응에 달려 있다. 더 이상 꼼수는 통할 수 없는 SNS 세상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할인 판매 ‘독일까, 약일까’ 후속 기사로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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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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