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RCA 볼보 디자인 주무른다. 호버리vs잉엔라트
영국 RCA 볼보 디자인 주무른다. 호버리vs잉엔라트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7.27 10:54
  • 조회수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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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엔라트가 확립한 볼보의 새로운 아이덴티티







2008년 포드가 손을 떼기 전 2년가량 볼보의 생산과 연구 개발이 완전 중단상태에 빠졌다. 중국 지리그룹이 수혈한 27억 달러는 단비였다. 여기에 독일 포츠하임 대학에서 운송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RCA에서 운송 디자인 마스터 학위를 취득한 토마스 잉엔라트 영입이 이뤄졌다.

1964년 독일 태생인 그는 폴크스바겐 그룹에서 20년이 넘게 자동차 디자인 경력을 쌓았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첫 직장으로 아우디에서 일했다. 이후 6년 동안 스코다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볼보로 오기 전까지 독일 포츠담에 있는 폴크스바겐 디자인센터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폴크스바겐 그룹은 강한 직선을 디자인 언어로 채택하고 있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폴크스바겐 총괄 수석 디자이너였던 발터 드 실바는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마치 자국의 위대한 디자이너로 칭송받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풍의 디자인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로 직선을 그룹 전체 브랜드에 대입시켰다. 직선의 스타일링을 추종하는 그룹에서 경력을 쌓고 선행 디자인을 선도했던 잉엔라트에게 직선은 매우 몸에 익은 스타일이었다.










자사의 전설적 모델인 P1800의 부활을 예견 한 쿠페 콘셉트(2013)는 곧 시판될 S90 디자 인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 ‘ᄃ’자로 꺾인 리어램프가 강인한 볼보의 안전성을 표현한 다. P1800ES를 재해석한 에스테이트 콘셉트 (2014)는 왜건 모델에 특화된 볼보만의 스타 일을 거시적인 시각으로 확립했다. 직선이 주 로 쓰였지만 투박함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다. 2015년 콘셉트 없이 바로 양산형으로 선보인 XC90의 등장은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디자인이 었다. 볼보가 첨단 안전 기술 외에 디자인만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잉엔라트만의 뛰어난 업적은 볼보만의 관용구를 창사 이래에 처음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라는 이름이 붙은 주간등이 대표다. 전 세계 수많은 브랜드가 각양각색 디자인으로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점에서 자국의 색깔이 짙게 묻어나는 디자인은 상품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볼보는 스웨덴 태생 이다. 나무의 천연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영롱한 크리스탈이 빛을 발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대변되는 인간중심의 색깔이 짙다.  쉽게 질리지 않는 간결함이 뛰어난 만듦새를 구성한다.


스웨덴 볼보와 미국 포드를 빚어낸 디자이너 피터 호버리(65·Peter D. Horbury)는 맘씨 좋은 아저씨 스타일이다. 디자이너의 카리스마적인 외모나 말투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다정다감한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다. 여기에 알코올을 엄청 좋아한다. 알코올중독자라는 평도 있지만 어찌됐던 디자인 실력만큼은 일취월장이다. 자동차 디자인스쿨의 톱으로 꼽히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CA·Royal College of Art)  운송디자인학과 출신이다.  볼보와 포드에서 디자인 총괄을 했다. 현재는 볼보를 인수한 중국 민영 자동차 기업인 ‘지리’그룹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1951년생으로 영국 안윅(Alnwick) 태생이다.

 


1959년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고안하고 인류의 안전을 위해 로열티 없이 특허를 공유한 범인류애 실천을 안전벨트 클립에 새겨 넣는 디자인 역시 스웨덴스럽다.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잉엔라트의 이러한 시야와 감각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는 볼보만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확립시켰다.





콘셉트 40.1은 C세그먼트 시장변화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세련미를 입은 최신 볼보 디자인


형태는 어떠한가? 직선을 선호하는 스타일을 지녔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을 얀 윌스가드 식으로 가져 갈 수는 없다. 그것은 보수를 혁신이라고 부르는 일과 같다. 헤드라이트·리어램프· 에어인테이크·C필러 등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에 직선을 사용했다. 호버리식 곡선의 현대적인 에어로다이내믹 볼륨이 패널과 실루엣을 구성하지만 적당히 절제해 직선의 요소와 조화를 이룬다. 디자인에서 조화는 중요하다.

21 세기 자동차 디자인에서 안전은 형태를 제약 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자리잡았다. 안전이 형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제약을 가해 손해보는 요소 중 하나는 세련미다. 특히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볼보에게 세련된 리어램프를 요구하는 일은 죄악이었다. 볼보 왜건과 SUV 의 리어램프는 수직적 형태를 루프까지 확장해 가독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크고 넓어야 발광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큼직큼직한 투박함으로 조형적 심플함을 메운 이전 모델들에 비해 잉엔라트의 리어램프는 섬세해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보는 이들에게 세련됐 다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LED라는 기술의 발전은 형태가 기능을 따라야하는 강박을 버리게 했다. 세밀하고 조밀해져서 생성되는 여백은 엣지와 크롬가니쉬 같은 장식으로 치장했다. 이것이 현재 트렌드이고 총괄 수석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

엠블럼에서도 볼보의 변화된 세련미를 찾을 수 있다.


잉엔라트는 트렌드를 잘 따르는 것에 머물 지 않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변화시키는데 열정을 기울였다. 볼보스러움의 헤리티지를 세련되게 끌어냈다.

이런 그의 노력은 프리미엄화로 귀결된다. 제일 먼저 XC90·S90·V90 의 리노베이션을 마친 그는 최근 40.1과 40.2 라는 이름의 콘셉트를 발표했다. 시장에서 볼 륨이 큰 C세그먼트의 변화를 보여주는 모델들이다. 새롭게 변화된 디자인을 플래그십에 입히고 하위 세그먼트에 관용적으로 반영하 는 방법은 패밀리룩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밀기에 상당히 효율적이다.

40.1과 40.2의 디자인은 플래그십의 맥락을 이으면서 변화를 추구한다. 한 마디로 평을 하자면 '직선이 강화 됐다.’ 단단해지고 다부져 보인다. 마치 볼보만의 아이덴티티가 극대화됐던 윌스가드 시대의 부활로 보인다. 최고 매출액을 올렸고 가장 볼보답다는 이미지를 뇌리에 심어 놓은 디자인 말이다. 복고풍이지만 훨씬 세련됐다. 직선만으로 구성한 형태의 최대 단점은 단조로움 인데 감각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잉엔라트 시대의 새로운 콘셉트들은 복고적 직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트렌디한 다각적 입체를 가져왔다.
40.2는 세단+SUV라는 볼보가 특화시킨 크로스오버 장르다. 세그먼트 자체도 독특하지만 직선으로 패널을 면분할한 조형은 더욱 독특하다. 간결하고 심플하지만 3D 조형 적으로는 복잡하다. 트렌드 세터의 면모로서 손색이 없는 디자인이다. 정측면에서 바라본 프런트 형태를 통해 인지할 수 있다. 아우디가 창조해낸 싱글 프레임으로 대변되는 트렌드는 보행자 충돌시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돌출된 범퍼를 없애버린 디자인이다.

안전을 우선했지만 싹둑 잘린듯한 프런트 디자인은 밋밋하다. 새로운 볼보의 콘셉트에서는 그런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입체적 커팅은 직선 의 단조로움을 해체해버리고 측면 이미지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그렇다고 보행자 충돌 안전이 소홀해졌을까? 볼보에게 안전은 브랜드의 생명이다.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시대도 지났고 기술 또는 소재의 발전은 이 둘의 하모니에 힘을 더한다. 더욱 강력해진 시티 세이프티 기능은 충돌 자체를 미리 방지하는 기술이다. 기술이 형태를 자유롭게 한다.





현재 스웨덴 예테보리 토슬란다 공장은 24 시간 풀가동해도 주문량이 3~6개월치가 밀려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 안전 신기술로 무장 해도 상품성 향상은 총괄 수석 디자이너 한 명의 뛰어난 감각에 비하면 부질없어 보인다. 그것이 디자인의 힘이고 능력이다. 잉엔라트 가 볼보 디자인을 진두지휘 하는 이상 볼보의 성장은 눈부신 앞날이 기다린다. 기술과 디자인의 세련된 하모니를 현재 볼보가 보여준다. 이것이 진정한 볼보 시그니처다. 디자인 평가에 취향을 거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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