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레드 와인의 재발견… 한ㆍ호주 FTA 발효가 호재
호주 레드 와인의 재발견… 한ㆍ호주 FTA 발효가 호재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0.26 12:36
  • 조회수 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멜 버른 피노누아와 마가렛 리버 샤르도네는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맞먹어” 







▎지난 3월 5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와인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호주 아이콘 레드 와인 시음회가 열렸다. 가운데가 전 세계 320여명 뿐인 '마스터 오브 와인' 앤드류 카이야드.
200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 ‘와인하면 프랑스’라는 공식이 적용될 만큼 프랑스 와인이 대세였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한국이 글로벌 와인 시장에 포함되면서 점점 신대륙 와인의 소비가 급증했다. 지난해 관세청 통계자료를 살펴보자. 프랑스산 와인이 총 5553만 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칠레(3700만 달러), 이탈리아(2986만 달러), 미국(2000만 달러), 호주(780만 달러) 순이었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던 프랑스 와인 비중이 40%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대표적인 신대륙 와인 산지인 호주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15% 관세가 철폐되는 호재 덕분이다. 한국에서 호주 와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공해가 거의 없는 청정지대라는 특성에다 풍미가 강해 애호가 층이 두터워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호주 와인은 과실 향이 지나치게 진하고, 오크 향이 강해 쉽게 질린다”는 의견도 꽤 많다.

호주 와인은 프랑스 와인에 비해 장점이 여럿이다. 우선 까다롭지 않다. 별다른 준비 없이 테이블에서 즉각 오픈해 바로 마실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이 몇 시간에 전에 오픈해 숙성해 마시는 것과 다르다. 더구나 따기 힘든 코르크가 아니라 돌려서 여는 스크루 방식이다. 와인 초보자도 와인의 오묘한 맛을 바로 느낄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대신 호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프랑스 와인에 비해 가격차가 크지 않은 것은 보급의 걸림돌이었다.





마스터 오브 와인이 추천하는 레드 와인





▎앤드류 카이야드가 호주 와인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주와인공사가 주최한 ‘호주 아이콘 레드 와인의 발견’이 3월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국내 와인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호주 와인의 거장으로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MW)’인 앤드류 카이야드가 진행을 맡았다. 그는 1969년 이후 지금까지 320여명밖에 되지 않는 MW로 유명하다. 호주 와인의 교과서로 불리는 ‘랭턴 가이드’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1990년 시작한 랭턴는 현재 호주 고급 와인을 대표하는 펜폴즈 그레인지와 토브렉 런릭을 세계 최고급 와인 반열에 올려 놓았다. 랭턴은 평가와 분류체계가 정교한 걸로 유명하다. 최소 10년 이상 빈티지와 함께 일반 시장에서 구입이 가능해야 한다. 또 각종 경매 데이터를 기초로 5년 마다 등급을 변경한다. 랭턴은 2014년부터 최고 등급인 익셉시오날(Exceptional), 아웃스탠딩(Outstanding), 엑셀런트(Excellent) 3등급으로 구분한다.

이날 카이야드는 랭턴 가이드에 오른 ‘아이콘 레드 와인 10종’을 소개했다. 카이야드는 “호주 멜버른 일대의 피노누아 레드나 마가렛 리버 지역의 샤르도네 화이트는 프랑스 유명 산지에서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눈을 감고 맛을 보면 어느 쪽이 우위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질롱 지역의 피노누아 와인에 대해선 “과실의 복합미가 살아있고 입 안에서 포도 그 자체의 생생함이 느껴진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시음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시작하여 쉬라즈로 넘어갔다.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에서 강하고 농축된 스타일로 변화를 준 것이다. 카이야드는 블랙커런트와 카시스 풍미를 기본으로 갖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지역별 차이와 스타일에 시음 초점을 맞췄다. 호주 대표 품종인 쉬라즈에 대해선 이렇게 정리했다. “헌터밸리와 마가렛리버는 가벼운 스타일이다. 클레어밸리는 과거 펜폴즈에 포도를 납품할 정도로 농축된 스타일이 도드라진다. 쿠나와라는 카시스 풍미가 두드러지며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빅토리아와 그램피언즈 쉬라즈는 미디엄 바디에 후추 풍미를 갖는다.”

까다롭지 않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호주 와인은 1788년 유럽에서 온 정착민에 의해 포도나무가 심어지면서 시작됐다. 뉴사우스웨일즈주 시드니에 최초의 포도원이 설립됐고, 1817년 윌리엄 맥카서가 호주를 대표하는 쉬라즈 품종을 들여왔다. 이후 태즈매니아를 시작으로 퀸즈랜드까지 포도원은 급속히 확장됐다. 호주의 거의 모든 포도원은 겨울과 봄에 비가 내리는 온화한 기후대에 위치한다. 전반적으로는 온화하지만 서늘한 기후도 나타나 세밀한 와인의 풍미가 가능해진다.

호주산 와인은 2000년대 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세워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9년부터 2007년 사이 호주 와인은 해외 수출량이 3배가 늘었다. 영국 유통업계에선 ‘호주산 와인 공습’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2004년 영국 시장에서 호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와인 최다 판매 국가가 됐다. 하지만 곧 ‘호주산 와인은 저가’ 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국내 시장에서도 2004년 한국과 첫 FTA를 맺은 칠레 와인에 밀렸다. 이후 2011년 7월 한·EU FTA, 2012년 3월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호주 와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