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품종 대신 보르도식 브렌딩에 프랑스 오크 숙성으로 특급 와인 올라”
“토착 품종 대신 보르도식 브렌딩에 프랑스 오크 숙성으로 특급 와인 올라”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0.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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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전통 깬 슈퍼 투스칸의 대명사 오르넬라이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오르넬라이아의 현대식 양조장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은 새로운 와인에 대한 도전의 역사로 넘쳐난다. 토착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배제하고 프랑스 보르도의 국제 품종으로 브렌딩한 와인 혁신가들이 주인공이다. 이른바 ‘슈퍼 투스칸’이라 불리는 와인이다.

슈퍼 투스칸을 대표하는 ‘오르넬라이아’의 수출 담당 패트릭 라샤펠(Patrick Lachapele) 매니저가 지난 5월 한국을 찾았다. 한국 수입선인 까브드뱅 초청으로 2012년 새로운 빈티지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오르넬라이아 와이너리는 1981년 로도비코 안티노리 후작이 토스카나 해안 지역인 볼게리에 설립했다. 다양한 종류의 토양층으로 이뤄진 이 지역은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띠고 있다. 일조량도 풍부해 포도 재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 등 프랑스 보르도에서 유명해진 국제 품종을 키워내는 최적의 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포도밭 면적만 97만㎡다.

라샤펠은 프랑스 보르도 태생이다. 그의 가문은 외가가 까베르네 소비뇽이 주력인 보르도 좌안(左岸) 지역인 페삭 레오냥의 명문 와이너리였다. 친가는 메를로가 유명한 보르도 우안 지역인 생떼밀리옹에서 와인을 만들어왔다. 태생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5살 때 처음 와인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외가나 친가 모두 대대로 와인을 만들어 왔다. 내 피에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반씩 블렌딩됐다”고 말했다.

보르도·홍콩·시드니에서 두루 와인 공부를 한 그는 2006년에 중국으로 이주한 뒤 아시아의 문화와 음식에 매료됐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의 아시아 시장을 담당하다가 2013년에 오르넬라이아에 합류했다. 라사펠은 “오르넬라이아는 프랑스 그랑크뤼 샤또 와인과 견주어도 뒤질 게 없다”며 “균형잡힌 밸런스와 풍부한 맛에 탄닌이 가득해 장기 숙성을 할수록 깊은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황홀경 2012 빈티지





▎6개 들이 케이스에는 특별한 레이블을 단 와인 한 병이 들어 있다
오르넬라이아가 좋은 와인이라는 것은 애호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선 맛과 향이 황홀하다. 맛뿐 아니라 와인 수집가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또 있다. 오르넬라이아는 새로운 빈티지가 출시될 때마다 케이스(6병) 당 1병씩 아주 특별한 레이블로 치장한 와인이 들어있다. 이 스페셜 레이블은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새 빈티지가 출시될 때마다 애호가들이 달려든다. 출시한 해의 이미지에 맞는 부제를 단다. 2012 빈티지에는 린칸토(L‘incanto) 즉, ‘황홀경’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한 모금 마셔봤다. ‘아 그렇구나’ 하는 탄성과 함께 손바닥으로 무릎을 내리치게 된다.

오르넬라이아 볼게리 DOC 2012 (권장 소비자가 58만원)

까베르네 소비뇽 56% ,메를로 27% , 까베르네 프랑 10%, 쁘띠 베르도 7%로 브렌딩했다. 2012년은 춥고 건조한 겨울을 지나 봄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계속되는 건조한 기후에 7, 8월이 다가와 우려했지만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내린 단비로 만족스러운 당도와 숙성된 폴리페놀, 풍부한 아로마를 지닌 포도를 수확했다. 뜨겁고 건조한 기후를 이겨낸 2012년 빈티지는 풍부하고 관능적인 캐릭터를 지닌다. 체리를 비롯한 풍부한 붉은 과실류의 아로마와 감초와 같은 다양한 향신료를 느낄 수 있다. 입 안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탄닌이 긴 여운을 지닌다. 손으로 수확된 포도들은 두 차례에 걸쳐 솎아내 밭 단위로 양조된다. 26~30도의 스테인리스 발효 탱크에서 약 1주간의 발효를 거친 후, 오크 숙성이 진행된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 70%, 한 번 사용한 오크통 30%를 사용한다. 이후 총 18개월간의 오크통 숙성 후 병입돼 다시 12개월의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오르넬라이아, 레 세레 누오베 볼게리 DOC 2012(권장 소비자가 16만5000원)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높은 일반적인 슈퍼 투스칸에 비해 메를로가 절반이 넘는 오르넬라이아의 세컨 와인이다. 멜를로 52% ,까베르네 소비뇽 28% ,쁘띠 베르도 12%,까베르네 프랑 8%로 브렌딩했다.

손 수확 후 선별작업을 거쳐 압착한다. 26∼30도로 조절된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 후 10일간의 추출을 진행한다. 발효 후 오크통으로 옮겨 15개월간 숙성한다. 새 오크통 25%, 사용한 오크통 75% 비율이다. 병입후 6개월간 병 숙성 과정을 거친 후 출시한다. 비교적 어린 포도밭에서 수확된 포도로 만들어져 뛰어난 구조감, 균형미와 더불어 신선한 과일향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짙은 루비색에 잘 익은 야생 베리와 달콤한 바이올렛의 깔끔한 향을 낸다. 풍부한 잘 익은 과실의 풍미와 함께 실크처럼 부드러운 미감이 특징이다. 안정적인 무게감을 가지며 적절한 산도는 진한 타닌이 어우러져 긴 피니쉬로 이어진다.

보르도식 양조 접목해 거듭난 슈퍼 투스칸





▎특별한 레이블 2012 오르넬라이아 린칸토.
전통보다는 품질에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투스칸 비노 다 타볼라(Tuscan Vino da Tavola)’ 와인을 말한다. 1968년 사시카이아 와인을 시작으로 오르넬라이아, 티냐넬로, 솔라이아 등이 대표적이다. 토스카나 지방의 몇몇 혁신적인 와인 메이커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토착 와인 품종이 산지오베제가 아닌 프랑스 보르도의 국제 품종을 사용했다. 양조도 프랑스식을 도입했다. 작은 용량의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해 새로운 스타일의 고급 와인을 만들어냈다. 자국의 와인 양조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이탈리아에서 이런 블렌딩 방법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제조한 와인이 출시되면서 큰 소동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의 블라인딩 테스트에서 보르도 그랑퀴르를 누르고 1위에 선정된 것이다. 아울러 와인 매체에서도 극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슈퍼 토스카나(영어식 발음으로 슈퍼 투스칸)’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탈리아는 1992년 이전까지 자국의 고유 품종을 사용하는 와인만 상위 등급을 줬다. 이 규정은 품질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고급 와인 시장에서 이탈리아 와인이 보르도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는 요인이 됐다. 현재 슈퍼 투스칸 와인 중에는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들지만 양조를 보르도 방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슈퍼 투스칸이라는 별칭을 처음 만들어 낸 와인은 ‘테누타 산 귀도’ 와이너리에서 1968년 출시한 ‘사시카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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