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물질 펑펑...클린 디젤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 한계는?
발암 물질 펑펑...클린 디젤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 한계는?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24 17:40
  • 조회수 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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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 칼럼니스트  carguy@globalmsk.com

지난해 9월 18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환경 보호국이 폴크스바겐 디젤 엔진에 배기가스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세계 1위를 넘보던 폴크스바겐은 주가가 하루 아침에 38% 폭락하고 시가총액 33조원이 증발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문제는 디젤 사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약 17조원 배상에 합의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이하 EPA) 발표 후 우리나라 환경부도 폴크 스바겐코리아가 판매한 차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월 26일, 우리나라에서 팔린 일 부 폴크스바겐 디젤차에도 배기가스 불법 조작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해당 모델에 대해 판매정지와 리콜을 명령하고 인증을 취소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에는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모든 자동차 제작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사태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시끄러워졌다. 미국에서는 17조원 배상에 합의했는데 국내에서는 배상을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환경부는 79개 모델 인증 취소를 예고했다. 인증 취소는 현실화 됐고 국내에서 팔 차가 거의 남지 않았다. 과징금이 1000억원 대에 이른다는 계산도 나온다. 폴크 스바겐이 국내에서 퇴출 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스캔들에 대해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갖가지 기술적인 용어가 쓰인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까닭에 대중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본질은 모른 채 무조건 폴크스바겐 오너를 싸잡아 비난한다. 심지어 폴크스바겐 오너들 때문에 평균 수명이 짧아진다는 자극적인 루머까지 돈다. 사기를 당해 ‘클린 디젤’인 줄 알고 구입 한 오너가 오히려 비난을 받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놓였다.

전세계 수억대에 이르는 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의 양은 엄청나다.


핵심 파악을 위해 디젤 엔진의 후처리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효율이 높아서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대기 오염물질을 많이 뿜어낸다. 나날이 강화되는 각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후처리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폴크스 바겐 스캔들의 쟁점과 핵심 용어를 쉬운 설명을 통해 짚어본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오염물질이 가득하기 때문에 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환경 규제와 후처리 기술의 발전


폴크스바겐 스캔들 관련 기사에는 ‘유로5’, ‘유로6’라는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이는 유럽 배출가스 표준(European Emission Standards)을 뜻하는 말이다. 숫자가 클수록 배출 가스에 대한 규제가 더 까다롭다. 유럽이 디젤 엔진을 주도하고 있는 까닭에 유럽 배출가스 표준을 많은 국가에서 채택 혹은 참고한다. 유로5는 2009년부터 시행됐다. 현재 가장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는 2014년 9월부터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올 9월 이후 판매되는 모든 신차는 법적으로 유로6 규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2000년대 들어 디젤 엔진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30% 정도 효율이 높아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다. 자동차의 효율 및 배출가스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요소는 무게다. 공차 중량이 가벼울수록 엔진의 효율(연비)이 높고 배출가스를 줄이기 쉽다. 요즘 모든 자동차 회사가 경량화에 공들이는 가장 큰 이유다. 까다로운 유로5 혹은 유로6 규제를 통과하려면 경량화와 함께 다양한 후처리 기술도 필요하다.

폴크스바겐은 '클린 디젤' 이미지를 구축해 디젤 시장을 주도했다.


디젤 배출가스 관련법규는 보통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그을음(PM), 질소산화물(NOx) 네 가지를 주로 규제한다. 과거 시꺼먼 매연을 내뿜고 다니던 트럭의 이미지 때문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디젤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다. 실제로 이 네 가지 물질은 대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호흡기 질환이나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독일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친환경 ‘클린 디젤’ 마케팅으로 인해 지금은 ‘디젤차=환경오염’이란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 ‘클린 디젤’이란 말이 나온 배경도 후처리 기술이다.

질소산화물과 그을음 생성은 반비례


가장 기본적인 후처리 기술은 DPF(Diesel Particle Filter와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이다. DPF는 그을음 같은 눈에 보이는 먼지(PM)를 제거하기 위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배기관에 필터를 달아 그을음을 포집한 후 높은 온도에서 연료를 분사해 태워버리는 방식을 쓴다. EGR은 질소 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이미 연소과정을 거쳐 산소 농도가 낮아진 배기가스를 다시 흡기 쪽으로 재순환시킨다. 언뜻 연소효율을 떨어뜨리는 장치처럼 보인다. 신선한 공기 대신 재순환된 배기가스가 섞여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로 효율이 떨어진다. 과거 EGR 작동이 문제가 됐던 일부 국산차에서 리콜 후 연비가 나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디젤 후처리 기술 중 하나인 EGR의 작동방식


이런 장치를 쓰는 이유는 질소산화물과 그을음 생성이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온도가 적당하고 산소가 충분해 연료가 잘 연소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을음이 적게 발생한다. 하지만 온도가 높으면 질소산화물이, 온도가 낮아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는 상황에선 그을음이 많이 생긴다. 온도를 높게 해서 연소 효율을 높이면 질소산화물이, 연소효율을 낮추면 그을음이 발생하는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 디젤 후처리 기술의 목표다. 요즘 경향은 EGR 등을 통해 질소산화물의 발생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그을음은 DPF를 통해 처리한다.

유로5까지는 경량화와 더불어 DPF와 EGR을 통해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6 이후부터는 질소산 화물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 추가적인 후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후처리 장치가 하나 둘 붙을 때마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환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는 얻는 것 없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는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방식을 쓴다. 현재까지 유로6를 만족시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연비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 그러나 요소수를 담기 위한 별도의 탱크와 분사장치가 필요해 단가가 많이 높아진다. 폴크스바겐 같은 대중 브랜드의 차는 이 방식을 사용하기 힘들다. 비교적 값이 저렴한 LNT(Lean Nox Trap) 방식은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 배출한다. 그런데 필터가 흡착하고 있는 질소산화물에 연료를 분사해 연소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진다. 폴크스바겐 같은 대중 브랜드가 주로 쓰는 방식이다. 문제는 대중 브랜드 고객이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보다 연비에 훨씬 더 민감하다.

유럽보다 까다로운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US EPA Tier 2 / Bin 5, 또는 California LEV-II ULEV)는 유럽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문제가 됐던 폴크스바겐 EA189 디젤 엔진의 경우 유로5를 충족시키는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EGR과 DPF만 달렸다. 미국의 환경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선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의 양을 더 줄일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연비도 우수해야 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은 실제 도로 주행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섀시 다이나모를 갖춘 실험실에서 이뤄진다. 이때 자동차는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듯 롤러 위에서 바퀴만 구른다. 지금까지 배 출가스 규정도 실험실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배기가스 테스트 상황에서만 후처리 장치를 최대한 가동하고, 실제 주행 시에는 사용 빈도를 떨어뜨리도록 프로그래밍 한다면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통과와 높은 효율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설계된 소프트웨어가 바로 쟁점이 된 ‘임의설정(Defeat Device)’이다. 이후의 상황은 모두에 게 잘 알려졌다.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의 핵심은 미국의 환경규제를 의도적으로 속이는 ‘임의설정’ 개발이다. 미국은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 폴크스바겐의 행위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사기행위다. 폴크스바겐 미국 법인은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상 폭스바겐 스캔들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후처리 기술과 쟁점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사태로 인해 ‘클린 디젤’에 대한 환상은 이미 깨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럽에서도 디젤 엔진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선 디젤의 입지가 공고하다. 심지어 ‘폭풍할인’을 통해 폭스바겐의 판매가 역대 최고를 찍기도 했다. 앞으로 디젤 엔진에 대한 검증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런 위기 앞에서 디젤 엔진이 과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혹은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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