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의 운명...사라지지 않고 다만 서서히 죽어갈 뿐
디젤의 운명...사라지지 않고 다만 서서히 죽어갈 뿐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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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재 기자 carguy@globalmsk.com




디젤 사태로 인해 디젤 시장이 폭약으로 건물 철거하듯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디젤 사태가 진정되고 배출가스 문제가 해결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될 수도 있다. 디젤 쏠림이 심하던 한국 시장은 디젤 사태 덕분에 유종간 균형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디젤 사태가 남긴 가장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겠다.



지금 자동차 시장은 유례없는 일을 겪고 있다. 한 종류의 엔진이 오염의 주범으로 몰려 신뢰를 잃고 외면받는 일이 벌어졌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검사 조작에서 시작된 디젤 사태에 전세계가 놀랐다. 사태의 전개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어차피 디젤 비중이 적은 곳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그룹 판매모델 비중이 적은 나라도 사태에서 비껴간다. 결국 크게 문제되는 곳은 세 곳으로 압축된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다. 미국은 디젤 모델 판매 대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가 불거진 직접 원인이 됐기 때문에 사태의 중심에 섰다. 징벌적 배상이 강력하게 이뤄지는 점도 문제가 커지는데 한 몫 했다. 최근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17조원에 달하는 배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유럽과 한국은 불똥은 튀었지만 아직 제대로 타오르지는 않았다. 아니 아예 타오르지 않고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유럽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젤 판매량이 많다. 유럽에서 미국에서 하듯 배상을 하면 그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 그룹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한국에서는 철저하게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이다. 디젤 사태를 겪으면서도 할인판매 덕분에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고공 행진을 했다. 소비자들도 디젤 사태와 구매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했다.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물론 국내 소비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가 생길 때만 반짝 요란 떨다가 금세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 17조 원이라는 거액 배상이 결정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수치로 감을 잡기 시작했다. 인증 취소로 판매 정지를 당하고 한국 시장에서 퇴출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았다. 상반기 판매량 결산은 디젤에 대한 인식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수입차는 올해 9월까지 16만5189대가 팔렸다. 지난해 대비 7.8% 줄었다.  이 가운데 디젤 모델 판매는 61.5%다. 지난해와 비교해 7.4%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다. 선진국과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폴크스바겐 사태로 인해 현재 디젤 판매는 바닥을 찍고 있다. 이 사태는 큰 전환점이 되고 있고 디젤 엔진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입차들에게는 큰 악재다. 가장 큰 문제는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벌써부터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의 반사이익을 계산하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한 일본 브랜드의 판매는 성장세를 그렸다. 디젤차가 라인업의 100%를 차지하는 푸조는 37%나 감소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지난해 대비 상반기 판매량이 33.1%와 10.3% 떨어졌다.

마치 디젤 붕괴의 서막이 열린 것처럼 수치상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쯤에서 디젤 사태가 터진 이후 판매가 어떻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젤 여파가 없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비교는 신차 부재 등 디젤 외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월별 점유율 수치는 디젤 시장이 급속하게 붕괴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락세는 맞지만 디젤 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지속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는 않다.



디젤 사태의 당사자인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모델은 디젤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의 인기모델 골프(위)와 티구안(아래)


티구안은 몇 번을 제외하고는 1위 자리를 계속해서 지켰다. 골프 2.0 TDI는 순위는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계속적인 하향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우디 A6 역시 꾸준하게 10위권을 유지했다. 세부 트림 기준 상반기 결산에서 티구안은 1위를 차지했고 골프는 3위에 올랐다. A6 35 TDI는 5위다. 파격적인 프로모션 등의 영향이 컸지만 디젤 문제가 불거졌다고 해서 디젤에 대한 선호도가 급속도로 바뀌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부정적 여론이 본격화 되면서 디젤 판매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다.




디젤이 점유율이 갑작스레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디젤의 장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한번 디젤 엔진의 맛을 본 사람은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디젤은 연료 특성상 폭발력이 높아 가솔린 엔진 대비 힘이 월등하게 좋다. 연료 효율성도 높다. 가솔린 대비 기름도 현저히 적게 먹는다. 2.0L 디젤 엔진은 3.5L 가솔린 엔진과 체감 출력이 비슷하고 고속 주행 능력은 차이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에서는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자취를 감췄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유류비 절감도 디젤이 앞선다. 가솔린 모델의 대략 연비는 1L에 8~13km 선이다. 디젤은 12~17km 사이를 오간다. 연간 1만5000km 주행한다고 가정해보자(연료비는 1L에 가솔린 1450원, 디젤 1250원 가정). 가솔린은 대략 170만~250만원 선이다. 디젤은 110만~155만 원 선이다. 유류비로 인한 유지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쉽게 디젤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디젤 사태로 가솔린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디젤을 앞서지 못한다. 가솔린 엔진은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따른다. 아쉽게도 다운사이징 엔진이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탄생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테스트 환경에서는 연료 소모가 분명히 적다고 하지만 실제로 차에 얹는 순간 연비가 떨어진다. 기술 개발이 한참 더 이뤄져야 한다. 각 업체들마다 가솔린 엔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배출가스 문제 해결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디젤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지만 디젤이 사라진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소비자 인식이 변하고 있어서 오염물질을 유발하는 디젤을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디젤 시장이 폭약으로 건물 철거하듯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디젤 사태가 진정되고 배출가스 문제가 해결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될 수도 있다. 디젤 사태로 인해 디젤 쏠림이 심하던 한국 시장은 유종 간 균형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디젤 사태가 남긴 가장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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