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풀이]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해결 못한다...멸종될 뿐
[문제풀이]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해결 못한다...멸종될 뿐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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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 carguy@globalmsk.com

폴크스바겐의 디젤 배기가스 조작이 발각된 건 지구 환경, 작게는 한국의 수도권 2500만 주민의 대기 환경을 위해서는 잘된 일이다. 그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는 독일 자동차 메이커를 필두로 “디젤차는 친환경이다(클린 디젤)” 라고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디젤차 점유율을 높여 왔다. 수입차 판매에서 디젤 비중은 2014년부터 무려 70%에 육박했다. 이는 유럽의 디젤차 비중 약 50%보다 훨씬 높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한국에서 디젤 승용차 인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자동차 업체를 위한 인증제도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인증 방식은 실제 도로가 아닌 실험실 롤러(다이나모) 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해 규제치만 넘기면 무조건 통과됐다. 더구나 독일 수입차는 한국 정부의 실험실 테스트도 생략한 채 대부분 독일 본사에서 유리하게 측정한 뒤 서류로 대신했다. 일명 자가인증제의 함정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실제 도로에서는 ‘의미 없는 거짓 데이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번 디젤 게이트 이후 각종 실험에서 속속 드러났다.


폴크스바겐은 블루모션이라는 청정 디젤 브랜드를 앞세워 디젤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 ‘클린 디젤’이라는 마케팅까지 내세운 이면에는 사실상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추기만 하면 되는 현실이 숨어 있다. 지구 환경이나 소비자의 대기환경 보전에는 사실상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규제치를 충족 시 킨 수치를 근거로 마음껏 ‘클린 디젤’을 광고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한국정부는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을 자동차 업체가 잘 지키고, 또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대기 오염은 걱정하지 말라”고 역으로 국민에게 홍보까지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식의 이런 행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까지 비슷했다. ‘늑대(제조사)와 양치기 소년(정부)’의 비유가 더 적합한 셈이다. 엄청난 고용과 수출액을 기록하는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자는 미명 아래 정부와 공무원, 자동차 업체가 단합해 저지른 구조적 비리 형태다.

폴크스바겐의 주장대로 “ECU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데 의문이 남는다.



유로5 규제는 통과할 수 있지만 해당 차량에 ‘출력 저하’ 같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국내 폴크스바겐 동호회에서는 “ECU 업그레이드를 받으면 연비가 나빠지고 출력이 떨어져 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AVK는 이에 대해 “독일에서 각종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연비가 떨어지거나 출력 저하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영국 소비자와 언론에서는 “최고 출력은 큰 차이가 없지만 디젤차의 장점인 토크 곡선이 하향하는 등 가속감이 떨어진다”는 실험치를 내놓으면서 반박한다. 문제는 토크 곡선 하향과 가속감 저하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관련 법규가 전 무하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에서 ‘과장 광고’ 수준으로 제재를 할 지 고심할 정도다. 앞으로 AVK가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 이후에 한국 소 비자와 언론을 달랠 어떤 당근을 내놓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 브랜드가 한국에서 퇴출되는거 아니냐’는 소문도 나온다.

“지난 7월 검찰이 디젤 게이트 수사의 목표가 요하네스 타머 AVK 대표와 관련 경영진 구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독일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강력한 맞대응을 준비한다는 시나리오도 법무 대행사를 통해 흘러나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서류 조작으로 인한 인증 취소가 부당하다는 제소와 함께 아우디·폴크스바겐 그룹의 한국 철수가 후속타라는 내용이다. 신차 판매는 완전 철수하고 AS는 법적 기간인 8년만 기존 딜러를 통해 최소 조건으로 유지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대신 WTO 제소를 통해 한국 정부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을 낸다는 시나리오다. 구체적일 듯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 배출가스 임의 조작 의혹을 받은 포르쉐 카이엔 3.0디젤 모델. 아우디폴크스바겐과 같은 디젤 엔진을 쓴다.


문제는 폴크스바겐·아우디 브랜드뿐 아니라 같은 그룹인 포르쉐·벤틀리도 엮여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 역시 AVK 법인을 강제로 퇴출 시킬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문제가 된 차에 대한 인증 취소뿐이다. 이럴 경우 판매가 사 실상 중단돼 스스로 철수할 수 있지만 AVK 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혹시 철수를 하더라도 잠시일 뿐 수년 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국만큼 수입차 시장이 매력적인 나라가 전세계 없다. 철수하더라도 국내법에 따라 이미 판매한 차량에 대해서는 구입 이후 10년까지 AS를 해줘야 한다.

내년 출시예정인 티구안 2017년형


철수 가능성이 희박한 또 따른 이유는 앞으로 판매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앞으로 나올 신차가 매력적이다. 올해 연말 나올 예정이었다가 내년으로 연기된 수입차 SUV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폴크스바겐 티구안이 대표적이다. 유로6를 만족시키는 차라 아무 문제가 없다. 디젤 사태가 잠잠해질 내년 상반기에 3000만원대 후반에 출시되면 말 그대로 ‘대박 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예상이다. 한국 소비자의 기억력이 짧은(?)데다 신형 티구안의 상품성이 워낙 뛰어나서다. 동급인 현대 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보다 주행성능 등에서 한 단계 앞선다. 폴크스바겐 판매 부진을 대비해 그룹 계열사인 스코다가 한국에 진출해 공백을 메운다는 소문은 사실인 듯하다. 스코다는 체코 브랜드로 주력 차종을 폴크스바겐의 인기 차종인 골프, 티구안과 같은 베이스로 만든다.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폴크스바겐에 비해 많이 싸지 않다. 폴크스바겐보다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스코다는 같은 급에서 찻값이 20% 이상 싸야 소비자가 지갑을 연다는 게 수입차 전문가의 예상이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뿐 아니라 올해 봄에는 미세먼지가 범국가적 문제로 떠올랐다. 국민의 생존권 차원에서다. 앞으로 디젤 승용차 인기가 떨어지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젤 승용차 판매는 세계 각국 정부가 점점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해 2020년대에는 사실상 멸종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디젤은 버스·트럭 같은 상용차로만 살아남는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부 독일 자동차 업체는 2018년 이후 승용 디젤 엔진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기차는 정치권과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전기차는 적어도 두 가지 명분이 있다. 무공해 대기환경 개선, 그리고 새로운 일자 리 창출이다. 커넥티드카 개념으로 확대했을 때 IT 및 스마트폰과 결합된다. 전기차는 필연이다. 예를 들어 차기 또는 차차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2025년부터 서울 시내에는 전 기차 같은 그린카만 운행할 수 있다’고 공약으로 내걸면 어떻게 될까. 대신 기존 타던 내 연기관 차량은 정부에서 잔존가치대로 구입해 주면 된다. 이럴 경우 서울의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은 급속히 개선될 것이다. 교통 체증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전기차는 커넥티드카로 사실상 자율주행차의 전 단계다. 육상 물류는 서울 도심 근교 물류센터에서 디 젤 트럭에서 내린 물건을 소형 전기차 픽업으로 나르면 된다. 궁극적으로 대기환경 개선에 쓸 예산까지 감안하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수입차뿐 아니라 국산차 소비자 역시 비슷한 문제로 분통이 터진 경우가 여러번 있다. 외국에서는 리콜과 보상을 하고 한국 소비자만 안해 준다든지, 우리나라만 유독 부품값이나 수리비가 비싸 호갱 노릇한 경우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이런 지적이 나오면 “오해다. 잘못 알고 있는 거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는 변명만 늘어 놓는다.

수입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일부 특권층의 차였다가 급격히 대중화됐다. 2005년부터 중산층을 파고들더니 2015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 20만 대를 돌파했다. 앞으로도 수입차는 매년 20 만대 이상 팔릴 전망이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벤틀리, 레인지로버 모두 1억원이 넘는 차다. 모두 대형 세단이랑 대형 SUV다. 아파트 주차장 구획을 2개 차지해야 하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차들이다. 이 가운데 디젤 모델은 한국이 세계 판매 순위 1,2,3위를 휩쓴다. 벤츠 S500 롱바디 디젤 모델은 세계 1위다. 벤틀리 일부 모델도 세계 1위다. 해당 업체 본사에서는 ‘한국 소비자는 모두 호갱’으로 보일수 있다. 이들 차량은 디젤이 안 팔리는 미국이나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한국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보다 몇 배 더 많이 팔린다. 한국 소비자는 아직도 자동차를 이동수단이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운송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를 알리거나 과시하는 도구로 이용한다. 문제는 유지 비용이다. 이 역시 점점 줄어들 것이다. 공식 AS가 아닌 일반 정비업체에서도 올해부터는 얼마든지 정비를 받을 수 있다. 2016년부터 수입차 부품, 정비 매뉴얼, 고장 진단기 같은 것을 소비자나 일반 정비소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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