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BMW·벤츠 잡으려면
현대·기아, BMW·벤츠 잡으려면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2.09 14:52
  • 조회수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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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차종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
요즘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공감 요소는 ‘많아야 산다’이다. 차종 세분화가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가능한 많은 차종을 만들어 소수의 취향까지 만족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차종 세분화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하나의 차체에 출력이 다른 여러 종류의 파워트레인을 집어 넣는다. 브랜드의 자존심과 정체성, 희소성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다수 메이커가 판매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의 모델 세분화 능력은 탁월하다. 차의 형태, 파워트레인, 구동방식, 디자인의 조합으로 하나의 차를 수십 종으로 쪼갠다. 디젤·가솔린, 수퍼차저·터보차저, 수동·CVT·자동·더블클러치, 세단·해치백·왜건·컨버터블·쿠페·크로스오버, 앞바퀴·뒷바퀴·네바퀴굴림 등 조합 요소가 매우 다양하다.

이런 풍부한 기초 재료를 준비해놓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세분화된 차종을 만든다. 이론상으로는 수백 종류까지 가능하고 실제로도 수십 종류에 달한다. BMW 5시리즈 세단의 경우 엔진을 기준으로 한 모델만 13종류에 이른다. 여기에 수동과 자동,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왜건과 그란 투리스모 등이 조합을 이루면 세부 차종은 순식간에 수십 종으로 불어난다. 세부 차종이 워낙 많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차가 없는 경우는 드물다.



도요타 캠리.일본차는 독일차에 비해 파워트레인 종류가 적다.
일본 메이커는 라인업 확대에 인색하다. 특히 파워트레인이 취약하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세분화 하기보다는 자국 시장 또는 대규모 시장을 염두엔 둔 모델에만 집중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디젤이 유행인데 일본차는 디젤이 없다. 그나마 인피니티가 최근에 디젤 모델을 추가해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차 쏘나타 터보. 쏘나타는 국산차 중 파워트레인 종류가 가장 다양하다.
국산차도 파워트레인 확대를 통한 라인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현대차쏘나타는 최근 파워트레인을7개로 늘렸다. 가솔린·디젤·터보·LPG·하이브리드·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등 종류별로 다 갖췄다. 쏘나타의 형제차인 기아차 K5도 신모델 출시 후 순차적으로 쏘나타와 동일하게 차종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쏘나타와 K5를 제외하면 국산차는 아직도 차종이 단조롭다. 쏘나타와 K5에 파워트레인이 늘어난 것도 올해 들어서다. 현대·기아가 최근 차종 세분화에 나선 이유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입차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파워트레인에 눈을 뜨는 소비자가 늘었다.



기아차 K5도 순차적으로 파워트레인을 늘리는 중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최근 1.7리터 디젤과 1.6리터 가솔린 터보, 더블클러치 변속기 등을 더해 사정은 좀 나아졌지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디젤 엔진은 2.0L가 가장 널리 쓰이는데 세단 라인업에는 2.0L 엔진이 아예 없다. 1.7L 디젤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만, 2.0L 디젤 엔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입 중형세단의 대항마인 제네시스의 경우 가솔린 3.3·3.8리터 엔진 두 종류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이 다양한 가솔린·디젤 엔진을 라인업에 배치한 것과 비교된다.

중소형차도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 골프의 경우 국내에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1.6·2.0리터(150마력, 184마력) 디젤, 2.0L 터보(211마력, 300마력) 등 여섯 종류나 된다. 독일 현지로 가면 이 수는 더 늘어난다. 골프의 경쟁 모델인 현대차 i30는 2.0리터 가솔린과 1.6리터 디젤이 전부다. 아반떼는 2.0리터 가솔린, 1.6리터 가솔린·디젤·LPG 네종류로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변속기와 굴림방식까지 고려하면 세부차종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폴크스바겐 골프는 엔진 종류는 물론 차의 형태에 있어서도 다양한 모델을 갖췄다.
차종 세분화는 점점 확대 일로에 있다. 소수의 다양한 취향까지도 만족시켜야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최근 들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한 이유도 세분화된 차종 확대로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산차의 차종 세분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켜서 고급차 차종이 늘어난다.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는 에쿠스 후속 EQ900과 현재 판매중인 준대형 뒷바퀴굴림 세단인 제네시스 두 종류다. 앞으로 뒷바퀴굴림 중형 세단, 대형 SUV, 중형 SUV, 스포츠쿠페 등 4개 차종이 추가된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지금까지는 자사 라인업에 없던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도 내놓는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세워 차종 확대에 나선다.
이제 중형 세단에 2.0리터 가솔린 엔진 하나만 집어 넣어도 잘 팔리던 시절은 지났다. 세부차종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 기본 재료를 갖출 수 있는 기술력과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생산 효율성을 발휘하는 자동차 회사만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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