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디젤 엔진 오염 주범
폴크스바겐 디젤 엔진 오염 주범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2.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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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디젤 사태로 인해 클린 디젤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내렸다.
디젤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폴크스바겐 사태로 인해 디젤은 연비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엔진에서 하루 아침에 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다.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이하 EPA) 발표 후 우리나라 환경부도 폴크스바겐 코리아가 판매한 차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월 26일, 우리나라에서 팔린 일부 폴크스바겐 디젤 차에도 배기가스 불법 조작이 있음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해당 모델에 대해 판매정지와 리콜을 명령하고 인증을 취소했다. 폴크스바겐 코리아에는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내년 4월까지 모든 자동차 제작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스캔들에 대해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갖가지 기술적인 용어가 쓰인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까닭에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본질은 모른 채 무조건 폴크스바겐 오너를 싸잡아 비난한다. 심지어 폴크스바겐 오너들 때문에 평균 수명이 짧아진다는 자극적인 루머까지 돈다. 사기를 당해 ‘클린 디젤’인 줄 알고 구입한 오너가 오히려 비난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폴크스바겐은 EA189 엔진 해결책의 일환으로 에어 매스 센서 앞에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유동 교정기’를 달겠다고 발표했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디젤 엔진의 후처리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효율이 높아서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대기 오염물질을 많이 뿜어낸다. 나날이 강화되는 각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후처리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폴크스바겐 스캔들 관련 기사에는 ‘유로5’, ‘유로6’라는 용어가 자주 나온다. 이는 유럽 배출가스 표준(European Emission Standards)을 뜻하는 말이다. 숫자가 클수록 배출 가스에 대한 규제가 더 까다롭다. 유럽이 디젤 엔진을 주도하고 있는 까닭에 유럽 배출가스 표준을 많은 국가에서 채택 혹은 참고한다. 유로5는 2009년부터 시행됐다. 현재 가장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는 2014년 9월부터 시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9월 이후 판매되는 모든 신차는 유로6를 만족시켜야 한다.

2000년대 들어 디젤 엔진이 장점이 다시 부각됐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30% 정도 효율이 높아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다. 자동차의 효율 및 배출가스와 가장 밀접한 요소는 무게다. 공차중량이 가벼울수록 엔진의 효율(연비)이 높고 배출가스를 줄이기 쉽다. 모든 자동차 회사는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경량화에 공을 들인다. 까다로운 유로5 혹은 유로6 규제를 통과하려면 경량화와 함께 다양한 후처리 기술도 필요하다.



두 개의 SCR 시스템이 달린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의 후처리 장치.
디젤 배출가스 관련법규는 보통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그을음(PM), 질소산화물(NOx) 네 가지를 주로 규제한다. 이 네 가지 물질은 대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호흡기 질환이나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과거 시꺼먼 매연을 내뿜고 다니던 트럭 때문에 디젤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독일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친환경 ‘클린 디젤’ 마케팅으로 인해 지금은 ‘디젤차=환경오염’이란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 ‘클린 디젤’이란 말이 나온 배경도 후처리 기술 덕분이다.



DPF는 필터로 그을음을 포집 후 고온에서 연료를 분사해 연소시켜버린다.
가장 기본적인 후처리 기술은 DPF(Diesel Particle Filter)와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이다. DPF는 그을음 같은 눈에 보이는 먼지(PM)를 제거하기 위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배기관에 필터를 달아 그을음을 포집한 후 높은 온도에서 연료를 분사해 태워버린다.

EGR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이미 연소과정을 거쳐 산소 농도가 낮아진 배기가스를 다시 흡기 쪽으로 재순환시킨다. 신선한 공기 대신 재순환된 배기가스가 섞여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로 효율이 떨어진다. 과거 EGR 작동이 문제가 됐던 일부 국산차에서 리콜 후 연비가 나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GR은 배기가스를 다시 흡기쪽으로 밀어 넣어 NOx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EGR 라인.
이런 장치를 쓰는 이유는 질소산화물과 그을음 생성이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이다. 온도가 적당하고 산소가 충분해 연료가 잘 연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을음이 적게 발생한다. 온도를 높게 해서 연소 효율을 높이면 질소산화물이, 연소효율을 낮추면 그을음이 발생한다. 디젤 후처리 기술은 이런 상황 해결이 목표다.

요즘 추세는 EGR 등을 통해 질소산화물의 발생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그을음은 DPF를 통해 처리한다. 유로5까지는 경량화와 더불어 DPF와 EGR을 통해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유로6 이후부터는 질소산화물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 추가적인 후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후처리 장치가 하나 둘 붙을 때마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환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는 얻는 것 없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는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방식을 쓴다. 현재까지 유로6를 만족시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연비에 미치는 영향도 없지만, 요소수를 담기 위한 별도의 탱크와 분사장치가 필요해 단가가 많이 높아진다.



SCR은 요소수를 분사해 NOx를 암모니아로 환원한다. 요소수를 저장·분사하기 위한 탱크와 인젝터가 필요하다.
비교적 값이 저렴한 LNT(Lean NOx Trap) 방식은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 배출한다. 필터가 흡착하고 있는 질소산화물에 순간적으로 연료를 많이 넣어 온도를 높인 후 촉매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연비가 낮아진다. 폴크스바겐 같은 대중 브랜드가 주로 쓰는 방식이다. 문제는 대중 브랜드 고객이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보다 연비에 훨씬 더 민감하단 점이다.



LNT는 촘촘하게 구멍이 뚫린 필터가 NOx를 포집 후 연료 분사량을 높이고 여기에 불꽃을 튀겨 촉매의 온도를 급격히 올린다. 이에 연비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US EPA Tier 2 / Bin 5, 또는 California LEV-II ULEV)는 유럽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문제가 됐던 폴크스바겐 EA189 디젤 엔진의 경우 유로5를 충족시키는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EGR과 DPF만 달렸다. 미국의 환경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선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의 양을 더 줄여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연비도 우수해야 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은 실제 도로 주행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섀시 다이나모를 갖춘 실험실에서 이뤄진다. 이 때 자동차는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듯 롤러 위에서 바퀴만 구른다. 지금까지 배출가스 규정도 실험실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배기가스 테스트 상황에서만 후처리 장치를 최대한 가동하고, 실제 주행 시에는 사용 빈도를 떨어뜨리도록 프로그래밍 한다면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통과와 높은 효율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설계된 소프트웨어가 바로 쟁점이 된 ‘임의 설정 (Defeat Device)’이다. 이후의 상황은 모두에게 잘 알려졌다.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의 핵심은 미국의 환경규제를 의도적으로 속이는 ‘임의 설정’ 개발이다. 미국은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 폴크스바겐의 행위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사기행위다. 폴크스바겐 미국 법인은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해 ‘클린 디젤’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럽에서도 디젤 엔진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런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선 디젤의 입지가 공고하다. 심지어 ‘폭풍할인’을 통해 폴크스바겐의 11월 판매는 역대 최고를 찍었다. 앞으로 디젤 엔진에 대한 검증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런 위기 앞에서 디젤 엔진이 과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클린’을 제외한 디젤의 다른 장점이 사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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