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차는 없지만 모두가 효자일 수는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일 일컫는 말이다.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다. 생산한 모델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차는 없다. 모두가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출시한 차량이다.
새로 개발한 차마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시장의 반응이 늘 우호적이지는 않다. 야심 차게 시장에 내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대자동차가 수입차에 대항하기 위해 2014년 말 내놓은 아슬란이 대표적이다. 아슬란의 올해 판매목표는 2만2000대다. 1~11월 판매량은 8061대에 그쳤다. 아래급인 그랜저의 7만5982대와 위급인 제네시스의 3만2951대에 한참 모자란다. 현대차는 2016년형의 가격을 최대 205만원 내려 아슬란 살리기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반등이 나올 지는 의문이다.
지난 7월 첫선을 보인 기아자동차의 2세대 K5의 성적도 기대를 밑돈다. 8월 한달 동안 택시를 제외하고 4794대가 팔렸다. 1세대 K5는 2010년 5월에 나와 6~7월 연속 1만대를 넘겼고 이후에도 월평균 7000~8000대 선을 유지했다. K5 판매는 개소세 인하 덕분에 11월에 6000대를 넘겼지만 같은 달 1만대 넘게 팔린 쏘나타와 격차는 여전히 크다. 업계는 K5의 부진을 기존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 변화가 적은 게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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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딜러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차에 대한 의혹이 이어진데다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개인 맞춤 주문 비중이 높아 주문하면 2~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량 문제도 있지만 7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기아 K5처럼 기존 모델과 비교해 외관 디자인이 별로 바뀐 부분이 없어 보인다는 소비자의 반응이 문제다. 언론 등에서 홍수처럼 쏟아져야 할 신차 마케팅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7시리즈에 판매량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대기 물량이 본격 인도되는 내년 1월부터 판매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선보인 현대차 i30와 i40는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이 각각 2961대와 1846대에 그쳤다. 파워트레인을 교체하고 연비를 개선했지만 판매는 꽁꽁 얼어 붙었다. 해치백 또는 왜건은 전통적인 비인기차종이라는 분석은 핑계에 불과하다. i30와 동급인 폴크스바겐 골프는 3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11월까지 i30보다 3배나 많은 8917대가 팔렸다. 같은 급의 프리미엄 모델인 BMW 1시리즈도 3116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선보인 기아 카렌스 2016년형도 대표적인 저평가차다. 1.7리터 디젤 엔진과 더블클러치 변속기(DCT)로 파워트레인을 업그레이드 했다. 성능이 개선됐지만 판매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해 월 판매대수는 300대에 미지치 못한다. 올해 11월까지 누적판매량은 3280대에 불과하다. 경쟁차인 쉐보레 올란도는 카렌스보다 5배인 1만7284대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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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크라이슬러 200, 포드 몬데오, 혼다 레전드 등 브랜드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차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차들은 판매를 확대하고 수익을 올려야 하는 자동차회사의 발목을 잡는다. 개발에 들어간 엄청난 비용도 공중으로 날아간다.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는다.
업체들은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모델 체인지를 하거나 아예 단종시키기도 한다. 파격적인 가격 인하로 손해를 보면서 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동차 회사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차는 없지만 모두가 효자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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