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한국 진출, 현대⋅기아 독점 패러다임을 바꾼다
테슬라 한국 진출, 현대⋅기아 독점 패러다임을 바꾼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31 17:36
  • 조회수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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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이 취재부 carguy@globalmsk.com

전기차 혁신을 일으킨 테슬라가 한국에 들어온다.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미적지근한 국내 업체들에게 자극제가 될 게 분명하다. 이미 테슬라를 비롯해 BYD · 닛산 · BMW · GM 등은 한 해 몇 만대씩 전기차를 팔아 치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앞장서기보다는 따라가기 바쁜 국내 업체들이 분발해야 할 때다.

테슬라가 진출하면 머지않아 이런 모습이 익숙해진다.


대한민국은 최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변화에 민감한 역동적인 시장으로 통한다. 빠른 속도전은 부작용이 따르지만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이룬 비결로 꼽힌다. 그런데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보수적이고 이해관계에 얽매인 시장이 대한민국이다. 혁신을 위한 도약보다는 당장의 수익을 중시한다. 변화를 받아들여 세계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기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안주하는데 골몰한다. 능동적 변화보다는 수동적 변화에 익숙하다. 자발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버티다가 강제적으로 개조당한다.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아이폰이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 개막하는 서곡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통신사는 물론 휴대폰 제조사도 하지 않았다. 통신망이 데이터 위주로 변하고 와이파이가 활성화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스마트폰은 국내 보급을 막아야 할 제품이었다. 당시에 국내 휴대폰에는 와이파이 통신 기능이 없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통신망으로 값비싼 데이터 장사를 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와이파이 기능을 넣지 말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같은 모델인데 수출형은 와이파이가 들어갔다). 아이폰이 들어올 때만 해도 통신사들은 애플에 와이파이 기능을 빼달라고 했지만 애플이 그런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했다. 결국 아이폰이 들어온 이후 국내 통신 시장은 물론 휴대폰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고 상상하지도 못한 모바일 시대가 활짝 열렸다. 아이폰이 대한민국 사회에 일으킨 변화는 엄청나다.

변화 절실한 국내 자동차 시장


통신과 휴대폰 시장에 이어 변화가 절실한 분야는 자동차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에 유례없는 독과점 시장이다. 현대 · 기아차 독점이 80%에 이른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이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 · 기아차는 7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지킨다. 현대 · 기아차가 가성비 높은 차를 생산하는 능력은 인정하지만,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현대 · 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 발전에 기여한 부분만큼 크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래차 트렌드에 발빠르게 따라가야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 발걸음은 아주 더디다. 해외 다른 업체들은 우물 밖에서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데, 국산차 업체들은 우물 안에서 바다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만 하는 꼴이다. 혁신을 주도하지도 못하고 따라가려는 노력에도 인색하다. 시장 선도 업체인 현대 · 기아차가 시장을 지배하다 보니 현대 · 기아차의 수준이 곧 대한민국 자동차의 수준이고 발달 속도다.

타의에 의한 발전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발적 노력에 타의가 곁들여지는 것과 변화를 거부하다 타의에 ‘당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은 누군가 혁신을 주도해야 할 때다. 그 역할을 국내 자동차 업체가 하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힘이 필요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다.

테슬라는 자동차 시장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뜨렸다. 전기차만 만드는 후발 자동차 업체가 메이저 완성차 업체로 단기간에 우뚝 섰다.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렸고, 스포츠성을 가미해 전기차의 성격도 바꿔 놓았다.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는 멀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더딘 걸음을 할 때 테슬라는 전기차를 현실 세계로 끌어들였다.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 S는 이전에 제기되던 전기차 확대의 걸림돌을 일순간에 ‘자동차회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핑계’로 만들었다. 전기차 기술개발의 혁신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의 암묵적인 룰까지도 깨뜨리는 규칙 파괴자 역할까지 해냈다.

테슬라의 이런 혁신이 국내에 전파된다면 아이폰이 지각 변동을 일으킨 것처럼 자동차 시장도 크게 변하리라는 기대를 할 만하다. 지난 4월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 3 예약을 온라인으로 받았다. 전세계에서 일주일 만에 40만 명이 예약을 할 정도로 예약 열풍이 거셌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도 예약을 한 사람이 꽤 있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온라인 예약을 받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테슬라가 진출했고 충전소도 운영한다. 한국 시장에 테슬라가 들어오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테슬라 진출 요구 목소리가 컸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최근 들어 테슬라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 진출을 앞둔 테슬라는 조용히 활동했다. 한국 시장 담당 직원을 뽑고사무소를 물색 하는 등 활동이 이뤄졌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전시장 개장도 최근에야 알려졌다. 하남에 개장한 스타필드 쇼핑몰에 테슬라가 입점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대로변에 자동차를 전시하는 단독 전시장을 내기보다는 쇼핑몰에 상담과 시승을 위주로 하는 숍인숍에 주력한다.

테슬라는 상담과 시승을 주로 하는 숍인숍 형태 매장을 주로 운영한다.


로드숍도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코리아유한회사(이하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9월 1일 서울 청담동 131-11에 위치한 건물에 5년간 입주하는 내용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전세금은 5억 원이고 기간은 2016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다. 계약 내용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전부를 사용하는 내용이 기재돼있어서 1층과 2층을 전시장과 사무실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입점하는 건물은 전체가 유리로 지어진 건물로 자동차 전시장과 인연이 깊다. 2006년까지 페라리 · 마세라티 국내 공식 딜러사인 쿠즈플러스가 자동차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이후 삼선모터스가 소유권을 넘겨 받아 푸조 전시장으로 사용했다. 로드숍은 서울 강남 삼성동과 잠실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다.

전시장 하나가 들어온다고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는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자극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소문으로 듣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테슬라로 인해 전기차 시장 물꼬가 트여 여차 수입차 업체들도 달려든다면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 국산차 업체들도 분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는 역할만 해도 테슬라의 진출 의미는 커진다.

전기차는 나서냐 나서지 않느냐 문제


결국 국내 전기차 시장은 나서냐 나서지 않느냐의 문제다. 우리보다 자동차 기술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중국을 보자.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당국의 전기차 보급 의지도 강하고 대기 오염이 심해 공해 없는 전기차 수요도 크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판매 1위에 올랐다. 해외 수출도 적극적이다.


자동차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기술이 뒤처지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전기차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21만대로 11만대인 미국의 두 배에 이른다. BYD라는 중국 업체는 테슬라보다 많은 전기차를 팔았다. BYD는 테슬라에 가려 인지도는 낮지만 활약상을 들여다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BYD의 모태는 배터리 공장이다. 망해가는 친추안 자동차를 인수해 자동차회사로 변모했다. 특히 전기 버스에 강세를 보인다. 5개 대륙, 35개국, 150개 도시에 전기 버스를 공급한다. 보유한 특허만 1만 개가 넘는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4개 중 1개는 BYD가 공급한다. 파나소닉에 이은 2위다.

충전중인 닛산 리프. 닛산·BMW·GM 등 기존 양산차 업체도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다. 닛산은 지난해 2만대 넘는 전기차를 팔았다.


만약에 현대 · 기아차든 다른 국산차 업체든 누군가가 전기차에 꽂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업체가 나오지 않았을까? 스마트폰 태동기에 아이폰이 어떤 파급력을 발휘할지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아이폰이 국내 진출할 때도 스마트폰 초창기여서 변화가 시작되던 때다. 테슬라는 좀 다르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 이룰 혁신을 보여줬다. 따르냐 따르지 않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테슬라 진출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판단을 내리는 데 자극제가 될 것이다. 스스로 변할 수 없다면 타의에 의한 변화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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