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도 아니면서! 기아 K5 디자인 논란
포르셰도 아니면서! 기아 K5 디자인 논란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2.23 10:36
  • 조회수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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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이 완전히 바뀌지 않아도 풀 체인지다”
풀 체인지 모델이 나올 때 디자인 변경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째는 완전히 바뀌는 경우다. 둘째는 아이덴티티는 살리면서 완전히 바뀌는 경우, 셋째는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일부만 바뀌는 경우다.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대중차는 대개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다. 새로운 차라는 인식을 강조해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페이스 리프트나 풀 체인지 주기도 짧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일부만 바꾼다. 정체성이 워낙 강해 매번 신차를 내놓는 세대마다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 이미 익숙한 디자인을 다듬어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브랜드 파워가 강하고 고객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판매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셰의 911이다. 앞뒤 옆면의 전체적인 디자인 필은 그대로 두고 헤드라이트나 후면등,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부분을 살짝 바꿔 내놓는다. 물론 성능이나 내장 등은 완전히 새롭게 한다. 보통 프리미엄 브랜드는 2 ~3세대 정도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하다 큰 변화를 준다. 세대교체 주기도 대중차의 5∼6년에 비해 긴 편이다.



상단 기존 K5, 하단 신형 K5/제공=기아자동차
그런 점에서 K5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식을 따른 셈이다. 신선한 도전으로 볼 수도 있다.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다. 통일된 디자인을 확립한 기아차로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현재 디자인을 한 세대 정도 더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문제는 브랜드 파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수입차 공세가 날로 막강해지는 요즘, 기존 디자인을 고수하는 일은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아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유난히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 형제 브랜드인 현대차와 차체 뼈대와 파워트레인(동력장치)이 같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차별화 요소는 디자인밖에 없다고 느낀다.

게다가 현대보다 기아는 국내에서 브랜드 파워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완성도가 높아졌다 해도, 이전 모델과 디자인이 비슷한 차를 기아 브랜드라는 이유로 살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살리면서도 완전히 바꾸는 게 성공에 가까운 답이 될 수 있다. 물론 실패 가능성도 커진다.



상단 기존 K5,하단 신형 K5/제공=기아자동차
패밀리룩은 정체성이 강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대중 브랜드도 패밀리룩에 공을 들인다. 개별 모델의 디자인으로 승부를 하기 보다는 브랜드의 통일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고 싶어서다. 대신 위험성도 커진다.

대량 판매를 위해서는 그때그때의 유행을 따라야 한다. 모델마다 시장에서 인기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 모델별로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 브랜드 가치도 일정부분 뒷받침돼야 한다. 경쟁 차들과 비교해서 디자인이 아주 뛰어나면 모를까, 반응이 좋지 않으면 금세 외면을 당했던 게 자동차 역사의 경험이다.

기아차는 대중 브랜드로서 과감하게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신선하게 타이거 그릴로 바뀐 디자인 덕분에 판매도 크게 늘고 브랜드 위상도 높아졌다. 문제는 패밀리룩 효과가 기대만큼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은 차부터 큰 차까지 비슷하게 생겨서 새 모델이 나와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기아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모델마다 겉모습은 물론 실내까지 비슷해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디자인 이외에 브랜드 가치와 성능·품질 같은 여러 요소가 보완을 해준다.

기아 브랜드는 아직까지 프리미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2세대 K5가 성공하려면 비슷한 디자인에 대한 진부함을 떨쳐낼 다른 매력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형제 차인 현대 쏘나타와 다른 매력 말이다. 쏘나타와 차체와 엔진, 그리고 기능까지 같은 상황에서 새로움을 강조할 것은 결국 디자인 차별화 뿐이다.

K5는 기아차 라인업에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대표 모델이다. 그래서인지 2세대를 개발하면서 디자인에 손을 대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큰 변화를 주는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보다 현재 디자인을 다듬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런 ‘안전주의’는 이미 기아차 디자인 전반에 퍼져있다. 기아차가 디자인 경영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기아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



기아 K9은 기아만의 독자적인 분위기를 살리지 못해 대형차 시장에서 외면당했다/제공=기아자동차
공을 들였던 대형 세단 K9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해 독자적인 기아만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이미 검증됐던 프리미엄 브랜드 차에서 사용한 유행 요소를 갖다 붙이는데 주력했다. K9은 기아를 대표하는 플래그쉽인데도 불구하고 출시 처음부터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형차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오죽하면 경쟁 수입차 판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기아차의 이런 분위기는 점점 확산한다. 준대형인 K7이나 K5는 초기 모델이 신형보다 더 좋았다는 평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기아차는 신형 K5를 ‘디테일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른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평한다.



기아 디자인의 변화를 가장 잘 표현한 초대 K7. 이 때 디자인이 가장 기아다웠다는 의견이 많다/제공=기아자동차
결국 기아차 마케팅·홍보 부서에 큰 숙제가 주어졌다. K5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다는 것을 상세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겉모습이 완전히 바뀌지 않아도 풀 체인지다”라는 새로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내년 초 나올 K7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은 시각 언어다.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지 말고 시각적으로 감흥을 주어야 한다. 디자인 완성도를 강조하는 K5가 기존 국산차가 답습해

온 풀 체인지의 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선도자로 남을지,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한 실패로 귀결될지는 K5의 판매량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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