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매각이 잘못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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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신년회를 겸해 옛 삼성자동차 기획단을 이끌었던 주요 간부들과 저녁자리에서 나눈 대화다. 2016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주가폭락이 한국 경제의 위협 요소로 등장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재계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으로 옮겨갔다. 공교롭게도 이야기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미래 먹거리를 찾으러 나란히 참석한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박람회(CES)’로 이어졌다. 올해 이 전시회의 주인공이 전자가 아닌 자동차라는 게 눈길을 끈다.
CES는 그 해 전자업계의 최신 기술과 신제품 동향을 읽는 단초다. 트렌드는 자동차 전자화의 끝판왕 격인 자율주행자동차(일명 무인차)다. 조금 과장하면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폰에 바퀴 4개만 달면 된다. 올해 CES에 참가한 자동차 관련 기업만 150개가 넘는다. 완성차 업체로는 아우디-폴크스바겐을 필두로 BMW,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현대·기아차가 참가했다. 보쉬· 콘티넨탈·현대모비스 같은 자동차 부품업 체도 빠지지 않았다. 범위를 넓히면 삼성·LG전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동차 전장사업을 본격화 했다.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C 사업부를 독립시켜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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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율주행차 개발의 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는 럭셔리 브랜드는 벤츠나 BMW, 대중차로는 도요타·GM 등이 100년 가깝게 패권을 겨뤄왔다. 모두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보유한 전통의 자동차 회사다.
이들의 경쟁우위 요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내재화한 기계공학이다. ‘0과 1’로 대표되는 IT기술이 아니다. 기계공학은 경험과 개선의 학문이다. 실패의 노하우를 통해 일보 전진한다. 혁신적인 신기술로 판을 뒤집는 IT 산업과 다른 게임 방식이다. 적어도 CES에서 전해진 뉴스를 분석 해보면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미국 IT업계를 대표하는 애플·구글이 이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삼성·LG전자도 점점 무게중심을 자동차 전장사업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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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삼성자동차를 2000년 프랑스 르노자 동차에 매각한 이 회장은 지난 1월 9일 병상에서 75세 생일을 맞았다. 삼성그룹은 자동차를 매각한 뒤 반도 체와 디스플레이에 주력해 세계적인 IT기 업으로 거듭났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거대 내수 시장으로 성장하 자 스마트폰으로 승부를 걸었다. 운까지 좋았다. 엔고 여파로 일본 경쟁업체들은 지지부진했다. 그 결과 반도체·디스플레 이·통신기기·생활가전 4개 사업을 축으로 대한민국 1등 기업으로 우뚝 섰다. 지 난해까지 4년 연속 연 매출 200 조원을 넘었다. 현대차그룹도 2000년 이후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 5위권으로 도약했다.
올해는 모두 상황이 녹녹치 않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매출이 200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통신기기 하락세에다 마땅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했다는게 부각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중국발 위기 등 먹구름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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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자(반도체포함)·자동차·조선·철강·석유 화학 5대 업종이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 왔다. 지금은 전자와 자동차를 뺀 3개 핵심 사업이 위기다. 더 이상 고용과 성장을 동반하는 먹거리가 될 수 없다. 백색가
전 역시 이미 중국에 기반을 내줬다.
한국 경제가 압축 성장하면서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주효했다. 삼성·현대차 역시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선두기업을 벤치마킹해 비슷한 상품을 저렴하고 품질 좋게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팔았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 장을 일궈낸 셈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병에 걸린 데는 더 이상 이런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는데 있다. 패스트 팔로어를 중국이 차지해서다. 중국은 한국의 주력업종인 IT 제품뿐 아 니라 철강·자동차·조선 등 산업 전 분야 에 걸쳐 이미 추월했거나 턱 밑까지 올라 왔다. 결국 한국 경제가 재도약을 하려면 새 판을 짜야한다. 승부를 유리하게 바꿀 패 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해 보인다.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시장 선도자로 나서야 한 다는 점이다. 단순간에 시장 선도자로 도약할 답안은 인수합병에서 찾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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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벤처기 업인 ‘아르고스 사이버 시큐리티(이하 아르고스)’의 지분 0.39%를 취득했다. 아르고스는 자동차 내 해킹을 실시간 감지·경보하는 알고리즘 특허를 출원한 회사다. 해킹 방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분야다.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바이오도 그렇다. 미국 ‘제약업계 애플’로 불리는 제약 사 퀸타일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2.2%를 투자했다. 퀸타일즈는 임상시험 컨설팅, 신약 프로젝트 관리 같은 신약 개발 노하우로 유명하다. 알츠하이머 신약 을 개발한 미국 바이오젠도 복제약을 개 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8.8%를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막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자동차 사업의 먹거리도 인수합병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차의 선두인 테슬라와 제휴하거나 인수하는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인수가격이 10조원을 훌쩍 넘는 ‘빅 딜’이 될 것이라 수많은 호 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입방아 만큼이나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가 확실 해지고 아무도 가지 않아 두려웠던 미로 에 대한 지도가 가시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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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결합은 테슬라의 주가 폭등으로 물거품이 됐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00억 달러(36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테슬라 인수에 쓸 적정 자금을 최대 100억 달러로 추산한다. 그 이상이면 애플이 관련 직원을 고용해 직접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비교해보자. 연간 55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 (2015년 12월 28일 종가기준) 40조4800억 원이다. 테슬라는 이제 겨우 5만대를 판매한다.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단순히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테슬 라가 고평가됐다는 것 보다는 미래가치 에 있어 테슬라가 얼마나 평가를 받고 있 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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