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율주행차 개발 애플이 테슬라를 눈독 들인 이유
[칼럼]자율주행차 개발 애플이 테슬라를 눈독 들인 이유
  • 정재헌 인턴
  • 승인 2017.09.27 13:05
  • 조회수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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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애플은 최근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어떤 자동차 업체가 되던 애플의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해 자동차를 생산하면 된다는 식이다. 마치 iOS를 애플이 개발라고 독점한 뒤 앱 마켓을 만들어 놓은 것과 같은 비즈니스 생태계다.

스마트폰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애플은 다음 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동차를 꼽는다.

애플이 내연기관을 달고 있는 고전적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혁신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자동차여야 한다.

애플의 이런 바람을 충족시키는 브랜드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애플과 테슬라는 공통점이 많다. 애플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테슬라는 자동차 분야에서 상식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애플과 테슬라 모두 혁신 기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진행중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애플은 스티브 잡스 이후 ‘더 이상 애플에 혁신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애플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테슬라 모델 S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경쟁을 촉발했다.



테슬라 인수는 애플의 혁신성을 단번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애플은 다음 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동차를 꼽는다. 애플이 내연기관을 달고 있는 고전적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혁신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자동차여야 한다. 애플의 이런 바람을 충족시키는 자동차와 브랜드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무인자동차를 개발중이다. 테슬라를 인수하면 무인자동차 개발도 날개를 달고, 무인자동차와 더불어 전기차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는 역량을 얻는다. 애플은 자동차를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부른다. 애플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을 짐작할 수 있다. 테슬라의 자동차는 애플이 원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테슬라 모델 S는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스크린 메뉴로 조절한다. 대시보드에 달린 17인치 모니터는 태블릿 다루듯이 차의 기능을 통제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 경험에서 다른 어떤 브랜드의 차보다 모바일기기화가 잘 돼있는 차가 테슬라다.

스마트폰에서 보여준혁신과 창의력이자동차에 어떻게 접목될지전세계가 주목한다.
스마트폰에서 보여준
혁신과 창의력이
자동차에 어떻게 접목될지
전세계가 주목한다.

두 회사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일반인들도 애플과 테슬라가 공통점이 많다고 여긴다. 혁신성이나 CEO의 성향 등이 대칭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세기의 혁신 기업 두 곳이 합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실제로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두 회사의 합병설은 두 CEO의 만남으로 인해 증폭됐다. 애플은 자사 M&A 책임자를 테슬라로 보냈고, 실제로 팀 쿡과 엘론 머스크는 2014년에 만남을 가졌다. 두 CEO의 만남은 애플이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전이 빠르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테슬라의 배터리가 애플 제품을 더 작고 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비록 M&A는 아니었지만, 애플과 테슬라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인수에 관한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 2015년 3월 열린 애플의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테슬라 인수 의향을 묻는 질문이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주주들도 애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테슬라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팀 쿡 CEO는 테슬라와 깊은 관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테슬라가 카플레이를 채택하기 바란다는 답변으로 피해갔다.

테슬라 매장은 대부분 숍인숍 형태로 이뤄진다.일반 자동차회사와는 소비자 접근법이 다르다.
테슬라 매장은 대부분 숍인숍 형태로 이뤄진다.
일반 자동차회사와는 소비자 접근법이 다르다.

테슬라는 애플과 공통점이 많다. 애플 직원의 테슬라로 이직하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플은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 이런 애플에서도 테슬라로 이직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애플에서 테슬라로 건너간 직원은 150명이 넘는다. 엘론 머스크의 강력한 리더십과 애플에서 경험한 혁신을 테슬라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2013년에는 애플 부사장 더그 필드도 테슬라로 옮겼다. 그가 내세운 이유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테슬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앨런 머스크는 종종 스티브 잡스와 비교된다. 변덕스러운 성격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점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머스크 자신도 스티브 잡스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머스크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이 테슬라와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로 애플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자동차와 IT라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성격은 비슷하다. 만약에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하더라도 합병 후 잘 융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애플로서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수많은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소속이 바뀐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미국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는 다임러와 하나가 됐다가 피아트로 넘어갔다. 재규어 · 랜드로버는 인도 타타 그룹으로 넘어갔고, 볼보는 중국 지리로 넘어갔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도 인수합병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자동차는 르노, 대우는 GM, 쌍용은 인도의 마힌드라 소속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현대가 기아를 흡수해 한식구가 됐다.

자동차 업체간 인수합병은 철저하게 자동차 업체 사이에 이뤄진다. 세력을 팽창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이종간의 결합은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업체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IT 개념을 접목해 자동차를 플랫폼화 하는 독특한 전략이 기존 자동차 업체와 다른 차별화 요소다. 이종간의 결합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다.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면서, 과연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기존 자동차 업체에 관심을 가지기나 할까? 애플보다 먼저 무인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구글 역시 기존 자동차 회사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테슬라였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IT 회사가 자사의 미래를 책임질 업체로 자동차 회사를 낙점하고 관심을 보인다.

전기차와 IT의 결합은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불러온다.


애플은 독자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추진중이다. 2015년 9월 전기차 생산을 확정 프로젝트로 지정했다. 사내에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팀을 꾸리고 2019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600명으로 시작한 인력이 1800명까지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팀 쿡 애플 CEO는 “미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가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아이폰에서 누리는 경험을 자동차에서도 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애플의 전기차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다. 전기차 프로젝트를 지휘해온 스티브 제이즈키 부사장이 올해 초 퇴사했다. 이후 애플은 테슬라 엔지니어링 부사장 출신 크리스 포릿을 영입했다. 애플의 전기차는 자율주행차로 알려졌다. 최근 자율주행차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소문이 돈다. 기술 개발 진척이 더뎌서 프로젝트를 재검토 한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잡스의 오랜 친구이자 201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밥 맨스필드가 지난 7월 자동차 개발팀으로 복귀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자동차 부서를 맡으면서 계획에 변동이 생기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관련 분야 종업원 수십 명이 해고 당했다. 자율주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애플이 경쟁력을 지니는데 걸림돌이다. 애플이 자동차에서 방향을 틀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카플레이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인 만큼 인수합병 등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애플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가장 유력한 대상은 테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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