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테슬라 모델S 성공, 전기차=소형차 관념 깬 혁신
[칼럼]테슬라 모델S 성공, 전기차=소형차 관념 깬 혁신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17.10.05 07:39
  • 조회수 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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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혁신은 고정관념 파괴부터

여태껏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개발한 전기차의 전형적인 모습은 소형차다. GM 볼트EV , 현대기아차  아이오닉· 쏘울부터 BMW I3, 다임러-벤츠 같은 고급 브랜드까지 한결 같이 전기차는 소형차였다.   그 이유는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배터리 성능 때문이다. 전기차의 최대 약점은 주행거리다.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는 무겁고 비싸 무작정 많이 쓸 수 없다. 한정된 배터리로 최대한 멀리 가려면 차체는 작고 가벼워야 한다. 차의 성능도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일상적인 주행 수준에 맞게 억제한다. 차 값도 비싸기 때문에 차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편의사양은 가능한 줄인다. 소형차가 전기차의 양산 모델로 자리잡은 이유다. 최적화된 컨셉트로 여겨지는 소형차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판에 소형 전기차는 대중적인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테슬라는 어떤 전략을 택했을까. 먼저 전기차는 작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렸다. 전기차를 크고 고급스럽게 만들면서 대용량 배터리를 달았다. 대표 차종인 모델 S는 길이가 4978mm로 준대형급이다. 크기만 큰 게 아니다 가격도 비싸다. 비슷한 급의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대등한 7만~10만 달러 수준이다. 신생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라는 특수한 차를 프리미엄급으로 만드는 일은 누가 봐도 무모한 시도였다. 갓 태어난 아이가 걸음마 과정 없이 바로 뛰어 다니는 그런 꼴이었다. 하지만 모델 S는 무모한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테슬라 모델 S는 전기차는 작고 느리다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트렸다.


크기와 고급성은 다른 전기차와 차별되는 모델 S만의 핵심 요소이지만 사실상 부수적인 부분이다. 기본은 성능이다. 모델 S는 성능도 뛰어나다. 모델 S 중에 가장 높은 출력과 배터리 용량을 보유한 차는 P90D로 출력은 532마력에 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속만 놓고 본다면 슈퍼카급이다. 전기차의 강력한 토크를 내세워 일반 가솔린차보다 주행성능에서 더 역동적이라는 점을 어필한 셈이다. 차체가 커지면서 대용량 배터리를 잔뜩 채워 짧은 주행거리의 단점을 단 번에 극복했다. 한번 충전하면 무려 500km 넘게 달릴 수 있다. 주행거리가 100~150km 전후인 일반 소형 전기차보다 세 배는 더 달릴 수 있는 ‘괴물 전기차’다. 크고 강하게 만들어도 소형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긴 차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새로운 배터리

모델 S는 전기차의 미래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 자동차 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전기차의 약점을 테슬라는 어떻게 돌파했을까. 모델 S의 바닥에는 543kg이나 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팩이 깔려 있다. 배터리는 아주 평범하다. 1970년대 발명된 18650 배터리를 쓴다. 이 배터리의 이름은 직경 18mm, 길이는 650mm에 불과하다는 데서 따왔다. 원통 모양으로 노트북이나 소형 가전 제품에 주로 쓰는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다. 가격이 싸고 이미 안전성이 검증됐다. 이 배터리들을 6000개 이상 연결해 전원으로 쓴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특별한 기술로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 테슬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평범한 기술로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어냈다. 천재 수학자들이 달라 붙어도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수학 비전공자가 아주 간단한 공식을 적용해 하루 만에 풀어 버린 꼴이다.

모델 S는 2012년 출시직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에는 2만2477대가 팔렸다. 충전인프라 등을 이유로 전기차가 팔리지 않던 때에, 값비싼 전기차가 2만 대가 넘게 팔린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2013년 1/4분기에는 매출 5억6200만 달러, 이익 1100만 달러를 기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아쉽게도 2013년 연간 흑자는 내지 못했다). 2013년 3월까지만 해도 2주를 버틸 재정밖에 없던 테슬라가 재정적으로 큰 반전을 이뤘다. 모델 S는 2014년 3만1655대가 팔렸다. 2015년은 5만580대를 팔았다. 경제성이 높은 소형 전기차도 전기차의 제약조건과 선입견에 밀려 판매가 그리 많지 않다. 모델 S는 고급 준대형 세단으로 큰 성과를 일궈냈다. 전기차의 대중화가 소형 대중차가 아닌, 고급 준대형 세단에서 시작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내년 본격 시판에 들어가 테슬라 모델3는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시장의 평가도 후했다. 테슬라 모델 S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가이드로 유명한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다. 이전 전기차가 앞에서 지적한 짧은 주행거리와 비좁은 실내공간으로 70점을 넘기지 못하던 것과 비교하면 상품성과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다. 일반 자동차회사가 만든 전기차 가운데 그나마 완성도가 높았던 모델로 평가되는 닛산 리프는 69점, 쉐보레 볼트는 68점에 그쳤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는 2013년 올해의 차로 모델 S를 선정했다.

모델 S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기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 주행거리에 한계가 있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들다, 배터리 충전시간이 너무 길다, 내연기관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등등. 하지만 모델 S는 이런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출퇴근용이나 단거리 이동용 세컨드카에 불과한 전기차의 위상이 모델 S로 인해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급격히 떠올랐다.

김태진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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