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더 이상의 패밀리카는 없다
혼다 어코드 더 이상의 패밀리카는 없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1.06 14:12
  • 조회수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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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어코드는 9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표정에 변화를 줬다.
페이스리프트로 돌아온 뉴 어코드는 매력적인 존재다. 좋은 차 만드는 공식이 확실한 혼다의 노하우가 집약됐다.

혼다를 대표하는 말은 ‘기술의 혼다’다. 엔지니어들의 공학회 모임 같은 인상을 주는 색상이 또렷한 브랜드다. 혼다는 일본의 페라리라는 별명을 지닌 미드십 방식의 NSX와 S2000 같은 정통 스포츠카를 내놓으며 초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세상에 알렸다.

F1에서 가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일본 양산 메이커도 혼다다. 지금도 전설적인 스즈카 서킷을 보유해 각종 레이스 이벤트와 테스트를 진행한다. 비행기와 로봇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효율성과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S660이라는 경차 로드스터를 출시해 주목을 끌었다. 메이커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렇다면 혼다의 대표 세단인 어코드는 어떤 철
학을 담고 있을까?



헤드램프 변화가 가장 크다. 이전 어코드의 LED 램프보다 광량이 풍부해 야간 주행할 때 만족도가 높다/제공=혼다코리아
뉴 어코드는 9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보닛부터 앞 범퍼까지 외장은 모두 새롭게 단장했다. 뒤쪽은 테일램프 구성과 범퍼 디자인만 일부 손봤다. 트렁크 리드와 루프, 측면 패널들은 이전 그대로다. 작은 요소들의 변화지만 이미지 차이는 의외로 크다. 특히 보닛은 알루미늄 소재로 개선해 무게를 8kg 정도 줄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램프다. 이전 어코드의 LED 램프보다 광량이 풍부해 야간 주행할 때 만족도가 높다. 양쪽에 9개씩 LED가 박혀 있는데 점등했을 때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릴은 두툼한 크롬 바가 좌우를 가로지르며 혼다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암시 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신형 시빅도 모양이 같은 그릴을 쓴다.

전면 범퍼는 낮고 넓게 비추는 LED 타입 안개등을 달고 있다. 중앙 립 스포일러가 더 길게 돌출되어 하부 기류를 다스린다. 측면에는 디자인이 역동적인 알루미늄 휠이 포인트다. 테일램프는 미등 면적을 넓혀 시인성을 높였다. 점등 방식의 변화로 야간에 보여지는 모습이 당당해졌다. 후면 범퍼는 하단에 크롬 장식을 추가해 화려한 이미지와 좌우로 넓어 보이는 효과를 동시에 챙겼다.



인테리어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 제공=혼다
인테리어는 익숙하다. 커다란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아날로그 계기들은 구형 그대로다. 계기 배치나 직관성은 좋지만, 작은 LCD 컬러 디스플레이 하나 없는 구성은 검소해 보인다. 클러스터를 둘러싼 대시보드에서 도어트림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소재 감촉이나 조립상태는 일본 경쟁 브랜드의 상급 모델과 맞붙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실내 변화의 핵심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센터페시아 위아래로 7.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와 7인치 터치스크린을 배치했다.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OS로 구동된다. 애플사의 카플레이를 도입했다.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웹 브라우징도 가능하다. 실제 차에서 처음 접해본 카플레이는 케이블만 연결하면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이 간편하다.



국내 판매중인 수입차 중에는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를 도입했다 / 제공=혼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클라우드 내비게이션이다. 만약 해외에서 어코드를 탄다면 카플레이 연결 후 지도 앱을 통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상단 디스플레이는 평상시 시계·연비·오디오를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화면에 차 우측 사각지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

‘레인 워치(lane watch)’라 불리는 이 기능은 우측 아웃사이드 미러 하단에 달린 카메라로 오른쪽 후측방 80도 정도 범위를 비춘다. 한 번에 두 차선 이상 변경해야 할 때 매우 유용하다. 이 기능에 익숙해지면 우측 미러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선 이동이 줄어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레인 워치’ 기능은 우측 사각 지대를 비춰준다. 거울을 볼 필요가 없다 / 제공=혼다
뉴 어코드에 담긴 편의장비들은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빛을 발한다. 1·2열 열선 시트와 원격시동 리모컨으로 미리 실내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동급 중에서 가장 큰 차체 덕분에 실내 공간도 꽤 넓다. 1열 운전석을 키 176cm에 맞춘 후에도 뒷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



큰 차체는 넓은 실내 공간으로 이어진다. 뒷좌석은 매우 여유롭다/ 제공=혼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엔진룸을 살펴본다. 혼다라면 감탄할 만한 부분이 분명 있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펜더에서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프레임의 형상과 용접 마무리가 눈에 띈다. 충격을 받으면 효율적으로 접혀 구겨질 형태다. 엔진 뒤쪽과 실내 격벽 사이에는 빈 공간이 제법 넓다.

전륜 서스펜션 상단을 연결하는 스트럿바 적용도 독특하다. 얇은 폭으로 미뤄볼 때, 전방 구조 강성을 강화하면서 추돌 시 피해 정도를 줄이기 위한 묘책으로 보인다. 뉴 어코드는 NHTSA와 IIHS 추돌 테스트에서 모두 훌륭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보닛 안쪽과 엔진 커버 안쪽도 꼼꼼하게 흡음재로 마감했다. 덕분에 낮은 회전대로 움직이는 구간에서는 엔진음을 듣기가 쉽지 않다.



282마력 3.5L V6 i-VTEC 엔진은 저회전 토크가 우수하다 / 제공=혼다
시속 100km에서 6단 기준 엔진 회전 수는 1700rpm이다. 최신 CVT나 다단화 변속기에 비하면 순항 회전수가 높은 편이다. 저회전 토크가 우수한 3.5리터 V6 엔진을 십분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 282 마력 i-VTEC 엔진은 혼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유닛
이다. 전 영역에 걸쳐 부드럽고 평탄한 힘을 발휘한다. 변속시 약간의 지체 현상을 보이는 6단 자동변속기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가변 실린더 기술을 적용해 주행 여건에 따라 실린더를 3개 또는 4개만 가동한다 / 제공=혼다코리아
패들 시프터나 별도 수동 모드가 없는 점에서 이 차의 성격이 드러난다.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탈 수 있는 중형 세단을 목표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가변 실린더 기술(Variable Cylinder Management, VCM)은 접해본 차 중에서 가장 작동 영역이 넓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이내 4기통이나 3기통으로 바뀌어 배기량이 작아지는 효과를 낸다.

VCM이 작동할 때, 별도의 계기판 표시는 없다. 진동에 아주 민감한 오너가 아니라면 언제 작동하는지 알 겨를이 없다. VCM 작동상태에서 시속 80~90km 사이로 순항하면 연비는 1리터에 20km까지 올라간다. 3.5리터 엔진이 1.8리터 엔진으로 변하는 마법이다.



운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실용 속도 영역의 핸들링은 흠잡을 곳이 없다 / 제공=혼다
출근길 정체 구간에서만 측정한 연비는 1리터에 7km 전후였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치다. 시속 160km가 넘는 고속 영역에서는 직진 안정성이 약간 감소하고, 롤링 양이 증가해 자세를 추스르기 바쁘다. 운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실용 속도 영역의 핸들링은 흠잡을 곳이 없다.

코너에서는 항상 안정적인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임이 변하는 일이 없다. 사고 회피 동작에서도 최대한 운전자를 놀라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굽이치는 산길에서도 신뢰감이 두텁다. 요철 흡수 능력 및 하중 이동 억제도 우수해 언제나 탄 탄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고출력 앞바퀴굴림 형식이지만 급가속할 때 토크스티어가 적은 점도 넓은 운전자 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다. 운전이 자극적인 재미를 주지는 않지만 일상용·가족용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브레이크 페달의 감각도 적응 시간이 불필요할 정도로 선형적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중형 패밀리 세단의 기본기에 충실하다 / 제공=혼다
뉴 어코드와 시간을 보낼수록 혼다의 상품 개발 철학이 명확해진다. 유행따라 스포츠 세단 또는 4도어 쿠페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 진검 승부를 건다. 쓸데없이 이런 저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넉넉한 실내, 안전 우선 차체 설계, 넉넉한 파워와 가변 실린더 기술을 접목한 내구성 뛰어난 VTEC 엔진, 승객을 위한 똑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편의장비까지 딱 필요한 부분만을 공략했다.

이런 차는 보유 기간이 늘어날수록 질리지 않고 만족도가 커진다. 베스트셀러는 항상 타깃이 명확하다. 매일 가족과 함께 탈 편안한 중형 세단을 찾고 있는 바로 당신이 이 차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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