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쉐보레 카마로 SS...나비 넥타이를 맨 신세대 머슬카
[시승기]쉐보레 카마로 SS...나비 넥타이를 맨 신세대 머슬카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01.04 09:12
  • 조회수 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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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쉐보레 카마로 SS는 나비 넥타이를 맨 신세대 머슬카다.  평상시 출퇴근뿐 아니라 트랙 주행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스포츠카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돈다.
실제로 2015년 한 해 동안 팔린 스포츠카 판매 대수는 국산 · 수입차 통틀어 3000대 남짓이다.
156만 대를 넘긴 우리나라 승용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0.2%가 채 되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조차 1년 판매량이 243대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스포츠카를 출시하는 브랜드에게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다.
판매량은 적지만 관심은 크다.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모델은 스포츠카다. 바로 쉐보레 카마로 SS다.



쉐보레 카마로 SS는 요즘 가장 ‘핫’한 자동차다. 모두가 연비에만 관심을 쏟고 다운사이징을 부르짖는 현실 속에서 무려 6.2L 8기통 엔진을 얹은 정통 스포츠카가 나타났다. 최고출력은 무려 453마력, 최대토크는 62.9kg · m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차를 출시한다는 일은 반쯤 미친 짓이다. 쉐보레는 파격적인 가격표까지 붙였다. 5098만 원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카마로 SS는 미국에서도 4만8000달러다. 현재 환율로 계산해봐도 미국보다 싼 값에 파는 셈이다. 한마디로 “사장님이 미쳤어요!” 가격이다.

8기통 정통 스포츠카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몰아보고 싶은 차다. 현실은 구입비나 유지비 걱정 같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대부분 포기한다. 이번에는 다르다. 문턱이 대폭 낮아진 덕분이다. 마치 가뭄의 단비 같다. 시장은 화답했다. 사전계약을 실시한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아서 계약이 700건을 넘어섰다. 작년 한 해 국산 스포츠카가 모두 291대 팔린 사실을 생각하면 ‘대박’이다. 쉐보레는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섰다.

덩치 줄이고 무게 덜어내


전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외모는 한 눈에 봐도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통해 익숙해진 모습이지만 확실히 머슬카답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이전 5세대 모델과 비슷하다. 6세대 모델은 스포츠카로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크기를 줄였다. 길이는 5cm, 휠베이스는 4cm가 줄었다. 높이도 약 3cm 낮아졌다. 줄였어도 휠베이스는 2.8m, 길이는 4.8m에 달해 여전히 큰 크기다. BMW 3시리즈로 대표되는 D세그먼트 세단만하다. 휠베이스가 줄었기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 좀 더 날렵한 핸들링이 기대된다.

덩치가 작아진 만큼 무게도 줄었다. 알루미늄을 충분히 활용한 신형 알파 플랫폼 덕분에 체중은 90kg 줄었다. 강성은 되려 28%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콜벳에 들어가는 스몰 블록 V8 LT1 엔진을 얹었다. LT1은 명품 8기통 엔진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전 LS 엔진에 기반한다. 푸시로드 방식 OHV를 유지하면서도 직분사와 가변밸브 기술을 넣어 효율을 끌어올렸다. OHV 방식 엔진은 회전수를 높이는 데 제한이 있지만 밸브를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블록 안에 자리잡기 때문에 전체 사이즈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GM의 스몰 블록 V8은 구조가 단순하고 사이즈 작아 많은 자작차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엔진이다.

크기가 작은 8기통 엔진은 뒤로 쑥 밀려 있다. 엔진 앞에는 냉각성능을 극대화하는 3분할식 대용량 라디에이터가 자리잡는다. 라디에이터 사이에는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큼지막한 덕트가 위치한다. 배터리는 최적 무게 배분을 위해 동승석 쪽 트렁크에 배치했다. 신형 플랫폼과 최신 엔진으로 성능을 높였지만 스포츠카치고는 여전히 크다. 무게는 1715kg에 달한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추면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다. 그래야 타이어와 브레이크에 걸리는 스트레스가 적고 코너를 돌 때에도 부담이 적다. 실제 달리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실내는 스포츠카 기준으로 충분히 넓다. 운전석은 폭이 여유롭고 시트 포지션도 아주 잘 나온다. 이전 카마로보다 높이가 낮아졌는데 헤드룸은 오히려 넓어진 느낌이다. 이전에는 헤드룸 때문에 시트 포지션이 불만이었다. 등받이를 세우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했다. 이번에는 등받이를 세워도 머리 위로 주먹 한 개 반이 들어간다. 헬멧을 써도 머리 공간이 여유 있다.



폭이 넓어 버킷시트를 달기에도 편해 보인다. 물론 순정 시트도 훌륭하다. 편안하면서도 몸을 적당히 잘 지지해준다. 특히 허벅지 부분 서포트가 아주 좋다. 그럼에도 트랙 주행을 자주 한다면 버킷시트를 권한다. 일부 경량 로드스터는 실내가 아주 좁아서 버킷시트를 선택할 때 애를 먹는다. 버킷시트의 두툼한 어깨 부분이 보기보다 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과 시트의 센터라인을 맞추면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실내 폭이 넓은 카마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라지 사이즈 버킷시트도 편하게 달 수 있을 것 같다.

뒷자리는 짐 공간으로 생각하는 편이 낫다. 레그룸은 어느 정도 확보 했지만 헤드룸이 너무 좁다. 헤드라이너를 움푹 팠는데도 목을 똑바로 세울 수 없을 정도다. 성인은 절대 앉지 못하고 중학생 이하 어린이나 키 작은 여자만 앉을 수 있다. 뒷자리를 트렁크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실용성은 높아진다. 런플랫 타이어 덕분에 스페어 타이어도 없다. 트렁크가 생각보다 많이 깊고 뒷좌석 폴딩도 되기 때문에 짐 공간이 충분하다. 골프장을 가든 트랙을 가든 두 명이 필요한 모든 짐을 실을 수 있다. 스포츠카 하면 늘 따라오는 트렁크 걱정은 할 필요 없다.

편의장비는 스포츠카에서 바랄 수 있는 모든 게 달려 있다. 열선과 통풍시트는 물론 스티어링휠 열선까지 갖췄다. 정말 손뼉을 칠만큼 마음에 드는 부분은 트랙을 달리는 데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다기능 디스플레이다. 엔진오일 압력과 냉각수 온도는 항상 표시된다. 엔진오일 온도, 변속기 오일 온도도 확인할 수 있다. 트랙에 자주 가더라도 별도의 게이지를 주렁주렁 달 필요 없다.

머슬카에서 스포츠카로 변신


시동 걸 때 엔진음은 예상과 달리 나긋하다. 원격시동 기능을 써서 밖에서 시동을 걸어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배기음은 나지 않는다. 한국 사양에 스포츠 머플러가 빠졌기 때문인 듯하다. 엔진음은 3000rpm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서히 커진다. 밖에서는 꽤 크게 들리지만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매일 탄다면 실생활에서는 조용한 머플러가 나을 수도 있다. 배기 튜닝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운전석에 앉으면 D컷 스티어링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굵기도 소재도 적당하다. 그립이 아주 우수하고 스티어링 컬럼의 각도도 좋다. 스티어링 록투록은 2.4회전에 불과하다. 조향 기어비가 상당히 타이트하다. 더 이상 헐렁한 머슬카 감각이 아니다. 스티어링휠의 지름도 작은 편이고 조향 기어비도 높아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돌려도 머리가 빠르게 반응한다. 덩치가 있어 날카로운 느낌은 아니다. ‘조향이 빠르고 회두성이 생각보다 훨씬 좋네?’ 하는 정도다.

머슬카라는 선입견을 배제하면 동급 어떤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핸들링은 우수하다. 8기통 엔진을 앞에 얹었기 때문에 머리가 많이 무거우리라 생각했는데 무거운 느낌은 거의 없다. 차가 전체적으로 무거워 짧은 코너에서는 부담스러운 감은 있다. 묵직한 움직임으로 중고속 코너를 정확하게 돌아 나간다. 거동이 안정적이고 타이어 접지력 한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신 차린 요즘 미국차는 정말 대단하다. 이제 굳이 ‘머슬카’라는 이름으로 부를 이유가 없다. 카마로는 확실히 스포츠카다.

서스펜션은 꽤 단단하다. 자성을 띈 유체에 전기 신호를 흘려 전자석의 원리로 감쇠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댐퍼는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가 매우 크다. 투어에서는 꽤 좋은 승차감을 보이고 트랙 모드에서는 많이 단단해진다. 공도 주행에서 트랙 모드를 선택하면 좋지 않은 노면에서 무거운 차체가 좌우로 움찔거리는 느낌에 등줄기에서 땀이 날 정도다. 감쇠력 변화의 범위가

큰 덕분에 상황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MRC는 좋은 선택이다.

계기판은 스포츠카에 필요한 각종 게이지를 여럿 갖췄다.


6.2L V8은 넉턱한 토크로 대배기량 엔진의 풍성한 파워를 전한다.


엔진은 아주 활기차다. 회전 질감이 훌륭하고 반응도 매우 빠르다. 부드럽고 빠르게 엔진 회전수가 쭉쭉 올라간다. 게다가 엄청난 토크를 낮은 회전수부터 순식간에 쏟아낸다. 아무 생각 없이 가속페달을 콱 밟으면 목이 꺾일 정도다. 6.2L 엔진으로 1.7톤에 달하는 차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느낌은 앞으로는 더욱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3000rpm대부터 토크가 워낙 풍성해서 굳이 레드존이 시작하는 6500rpm까지 빠듯하게 돌릴 필요는 없다. 엔진의 토크가 워낙 높아 가속페달을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VDC가 연신 깜빡이며 뒤가 움찔움찔 움직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직결감과 업 시프트는 흠잡을 데 없다. 다운 시프트는 때에 따라 조금 느리게 반응하기도 한다. 엔진 회전수 보상은 “왕~” 하는 소리를 내는 스포티한 연출은 없다. 레브 매칭은 곧잘 한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변속한다. 스포츠카 관점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포르쉐 PDK 같은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비교하면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일반 자동변속기로서는 꽤 훌륭하다. 수동 모드에서는 레드존에 도달해도 자동으로 단수를 올리지 않는다.

기어비도 적절하다. 워낙 저속 토크가 좋은 엔진이라 1~3단까지는 비교적 롱기어, 5단부터 기어비가 조금 더 촘촘해지는 느낌이다. 5단에서 시속 240km까지 커버하고 2단에서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트랙 주행을 한다면 3~5단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인제 서킷 기준으로 메인 스트레치에서 5단을 잠깐 넣는 일을 제외하면 3단과 4단을 주로 사용할 듯하다. 넉넉한 토크를 바탕으로 하는 대배기량 엔진에 알맞은 기어비다. 실제 주행에 있어서는 수동모드를 쓰는 것 보다 트랙 모드에 놓고 자동변속을 선택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

연비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배기량이 배기량이니만큼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에는 기름을 퍼먹는다. 디지털 게이지의 눈금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일 정도다. 고속도로 정속주행 연비는 준수하다. 가속페달을 살살 다루면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ctive Fuel Management, AFM) 기능 덕분에 4기통 모드로 작동한다.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가 1400rpm에 불과해 이 때 순간 연비는 18km를 상회한다. 이번 시승에서 고속도로 정속주행 연비는 1L에 12.1km를 기록했다. 물론 밟으면 연비는 5km/L 이하로 뚝 떨어진다.


트랙 주행에 최적화


고속 안정성과 직진 안정성은 아주 인상 깊었다. 엔진의 엄청난 출력을 오롯이 받아내며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에서도 안전성이 뛰어나다. 급출발 하는 상황에서 휠스핀은 일어나지만 방향이 틀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출력이 출력이니만큼 엉덩이는 움찔움찔 한다. 주행안정장치가 바로 개입해 위험하지는 않다.

번아웃과 파워 슬라이드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가능하다. 아주 쉽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뒤에서 피어 오르는 뭉개구름을 사이드미러로 볼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이 해제된 상태에서는 가속페달을 조금만 거칠게 다뤄도 꽁무니가 바로 흐른다.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를 적용한 브레이크도 적당하다. 순정 브레이크 패드의 재질이 꽤 고성능을 지향한다. 가벼운 트랙 주행에서는 충분하다.

가장 주의 깊게 본 부분은 냉각장치다. 트랙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카마로 SS는 북미에서는 대놓고 트랙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냉각장치에 많은 공을 들였다. 3분할식 대용량 라디에이터가 엔진룸 중앙과 좌우에 자리한다. 엔진오일은 라디에이터를 거치며 온도가 떨어진 냉각수로 식힌다. 변속기 오일 쿨러는 라디에이터 앞에 지면과 수평으로 자리한다. 달리면 기압차에 의해 찬 공기가 엔진룸 안쪽으로 들어오며 변속기 오일 온도를 떨어뜨린다. 트랙 주행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가혹한 공도 주행에서도 냉각수 온도는 100도를 넘지 않았다. 트랜스미션 오일 온도 역시 90도 선을 왔다 갔다 한다. 이 정도면 파워트레인에 스트레스가 심한 인제 서킷에서도 큰 걱정 없겠다. 엔진오일 온도는 냉각수를 통해 조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94도 정도를 가리킨다. 가혹한 주행을 하면 쉽게 120도에 다다른다. 130도까지 넘어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은 딱 하나다. 바로 시야다. 카마로다운 디자인을 위해 시야를 희생한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야가 너무 좋지 않다. 전면 윈드실드 자체가 좁은데 계기판이 불쑥 튀어 나왔다. 측면 벨트라인도 높아 좌우측 시야도 아주 좁고 A필러까지 두껍다. 마치 장갑차에 탄 기분이다. 다행히 사이드미러는 시야가 넓고 사각지대 경보장치까지 갖춰서 뒤에서 오는 차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좁은 시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 여부가 카마로의 뛰어난 성능을 이끌어내는 열쇠다.

카마로 SS는 가격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정성을 많이 들여 만든 웰메이드 스포츠카다. 가격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욕할 구석이 없다. 5000만원에 453마력도 엄청나지만 출력을 받아낼 수 있는 훌륭한 섀시와 트랙 주행까지 가능한 냉각장치와 브레이크를 갖췄다. 편의장비까지 훌륭하다. 값 대비 가치가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값을 훨씬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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