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폴즈 그랜지' 프랑스 제치고 70년대산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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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산 와인 가운데 ‘펜폴즈 그랜지 1971’이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자에서 뒤로 넘어갈 뻔 했어요. 수 백만원이 넘는 프랑스 5대 샤또부터 브르고뉴를 대표하는 로마네 꽁띠까지 역사상 최고 와인 과 겨룬 결과 아닙니까.”
지난해 9월 유럽의 유명 출판사인 ‘파인(FINE)’과 웹사이트 테이스팅북닷컴(tastingbook.com)은 1970년대 생산한 와인을 대상으로 세계 40대 와인을 뽑았다. 1위에는 예상을 뒤엎고 호주를 대표하는 고급 레드 와인인 펜폴즈 그랜지 (Grange) 1971년산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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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터 홍보대사는 “전문가들은 오래 보관이 가능한 우수한 숙성력을 지닌 프랑스 특급 와인이 선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펜폴즈 그랜지’였다”고 말문을 연다. ‘펜폴즈 그랜지 1971년’은 병당 1500 달러(약 180만원)를 호가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됐고, 심사위원도 여러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한쪽으로 평가가 치우칠 가능성은 없었다. 호주 와인이 프랑스 와인과 나란히 경쟁하고, 더욱이 1위에까지 오른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심사위원들은 그랜지 레드 와인이 훈제한 고기와 다크 초콜릿과 잘 어울리며 12.3%의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랜지는 2001년 호주 문화재에 등재됐다. 이어 프랑스 와인을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로버트 파커와 와인 스펙테이 터에서 동시에 10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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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터는 “40위 안에 든 와인 가운데 70% 이상이 프랑스産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며 “펜폴즈가 무려 4개나 이름을 올려 호주가 세계 최고 와인산지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한다. 펜폴즈 그랜지는 연간 약 6만병 정도 생산된다. 한국에서 연간 1000병이 판매된다. 최신 빈티지인 ‘그랜지 2011’의 국내 가격은 120만원 전후다.
그는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2000년 이후 아시아 와인 시장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그 가운데 한국이 단연 주목을 받는다. 연 평균 두 자릿수 성장했다. 더구나 100달러(약 12만원)가 넘는 고가 와인 비중이 크다. 선진국 시장이 중저가인데 비해 한국은 고급 와인이 잘 팔리는 특징이 도드라진다. 고급뿐 아니라 5만~10만원 대의 중저가 라인 업을 보유한 펜폴즈가 성장 가능성이 큰 이유다.”
프록터는 지구 온난화가 와인 재배의 위험 요소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최근 10년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확시기가 빨라지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펜폴즈는 이런 위험 요소를 회피하기 위해 남 호주의 서늘한 지역의 포도밭 매입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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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폴즈가 와인 애호가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리콜킹 클리닉’(15년 이상 된 올드 빈티지 와인의 상태를 조사한 뒤 코르크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클리닉 서비스)의 멤버다. 그는 펜폴즈의 리콜킹 클리닉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리콜킹 클리닉은 수석 와인 메이커가 콜렉터들이 수집한 빈티지 와인의 코르크를 열어 직접 상태를 체크하고, 다시 코르킹을 해 품질을 인증해주는 무료 행사다. 1991년 시작해 20년 이상 지속 됐다. 지금까지 유럽·미국·홍콩·호주에서 열려 12만 병이 넘는 오래된 펜폴즈 와인이 정비됐다. 전 세계 와인 애호가를 만나고 와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다.”
펜폴즈 와이너리
1844년 영국의 의사였던 크리스토퍼 로손 펜폴즈가 부인인 메리 펜폴즈와 함께 호주 애들레이드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병원을 개업하면서 이름을 영국에서 살던 집의 애칭인 ‘더 그랜지(The Grange)’라고 지었다. 아울러 100ha 규모의 대지에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가져온 포도 표목을 이식해 포도밭을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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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펜폴즈가 세상을 떠나고 부인 메리가 와이너리를 이어 받으면서 전성기를 누린다. 1896년까지 메리가 운영하는 동안 펜폴즈는 파티용뿐 아니라 달콤한 귀부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면서 남호주 와인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거대 와이너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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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지를 탄생시킨 장본인
Max Schubert
펜폴즈 그랜지는 천재 와인 메이커인 맥스 슈버트(Max Schubert)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30년대 심부름꾼으로 펜폴즈 와이너리에 입사한 슈버트는 수완 이 좋았다. 포도밭 관리로 인정을 받았고 2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와인메이커가 됐다. 그는 1949년 주정강화 와인 제조법을 배우러 스페인과 포루투칼로 출장을 갔다가 귀국 길에 프랑스 보르도의 특급 와이너리인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투르, 샤또 마고를 방문한다. 여기서 고급 와인의 숙성력에 매료됐고 호주에 돌아와 수 십년간 저장 가능한 숙성력 을 지닌 고품질 와인 제조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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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지 1955 빈티지가 호주 와인 대회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생산금지가 해제됐다. 1962년 이후 1955년 빈티지는 몇 년 동안 각종 대회에 서 50여개 이상의 금메달을 수상했다. 롯데주류 펜폴즈 담당 진백서 대리는 “1995년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는 올해의 레드 와인으로 ‘그랜지 1990’을 선정했다. 슈버트는 죽기 전에 ‘그랜지 1971년은 독보적이다. 내가 생산 한 최고의 와인’이라고 손꼽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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