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이보크, 엔트리를 뛰어 넘는 성숙한 완성도
레인지로버 이보크, 엔트리를 뛰어 넘는 성숙한 완성도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2.14 15:55
  • 조회수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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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감성이 독특한 차



이보크 페이스리프트는 눈으로 보이는 부분은 생각만큼 많이 바뀌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신형 엔진으로 힘과 효율성을 모두 개선했다. 큰 변화는 없지만 개성파들이 원하는 브랜드 명성과 감성은 여전하다.

2011년 레인지로버는 아담한 사이즈의 새로운 차를 출시했다. 바로 이보크였다. 크기는 아담했지만 레인지로버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럭셔리함을 잃지 않았다. 당시 이보크는 디자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비례·자세·감성 등이 이전의 SUV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보크가 드디어 페이스 리프트를 했다. 디자인 완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어떻게 바뀌었을지 관심이 크다. 그런데 막상 보니 변화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도대체 바뀐 부분을 찾기가 힘들다. 설마 램프류만 조금 손보고 페이스 리프트라고 하는 걸까?

가장 큰 변화는 엔진이다. 이전 2.2L 엔진을 버리고 인제니움이 라 부르는 신형 2.0L 디젤 엔진을 달았다. 새롭게 바뀐 유로6 매연 규제에 대응하는 목적이 크다. 구형 엔진도 딱히 불만은 없었는데 신형은 성능을 더욱 개선했다. 최고출력은 190마력에서 180 마력으로 10마력 줄었다. 힘이 약해지지는 않았다. 최대토크는 42.9kg·m에서 43.9kg·m로 높아졌고 발생 회전수는 1750rpm 에서 1500rpm 낮아졌다. 일상 주행영역에서 출력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가용회전수가 위쪽으로 500rpm 더 생겼기 때문에 풀 가속시 고회전으로 쭉 뻗는 맛이 더해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은 1km에 153g에서 134g으로 현저히 줄었다. 복합연비는 1L에 13.8km로 13% 높아졌다.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차세대 주력 엔진이 될 전망이다. 엔진 덮개를 열어보니 엔진 크기가 생각보다 작다. 특히 실린더 헤드가 그렇다. 크기를 줄이고 경량 소재를 많이 써서 무게를 많이 줄였다고 한다. 터빈은 엔진의 뒤쪽 윗부분에, 인테이크는 앞쪽에 자리잡았다. 덕분에 정비가 쉬워 보인다. 달리는 느낌은 역시 강한 토크발이 느껴진다. 제 아무리 레인 지로버의 막내라고 해도 무게가 1675kg이다. 이런 녀석이 고작 2000cc에 불과한 배기량으로 답답하지 않고 힘차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2015년 모델부터 적용한 9단 자동변속기와 새로운 엔진과의 궁합도 훌륭하다. 신형 엔진의 성능은 수동 변속모드로 주행할때 돋보인다. 1500rpm부터 4000rpm 까지 어느 회전영역에서나 힘차게 출력을 발생시킨다. 수동 변속 모드에서 패들 조작에 따른 변속 속도는 ZF의 8단 변속기와 다를 바 없이 빠르고 신속하다. 기어비는 촘촘하다.

9단이나 되는 기어비는 회전영역이 가솔린 엔진 대비 상대적으로 좁은 디젤 엔진에 최적이다. 많은 기어단수와 적극적인 변속 로직으로 인해 달릴 때 상황 에 알맞은 기어단수로 계속해서 변속을 한다. 효율적인 회전수를 유지해 동력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향상시킨다. 하지만 매끄러운 주행을 원하는 운전자에겐 지나치게 잦은 변속이 불만일 수도 있다. 이 변속기는 매끄러움보다는 동력 손실을 최소화한 직접적인 연결을 추구한다. 토크가 높은 엔진과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인해 속도를 저속 으로 줄였다가 재가속하는 상황에서 가끔 운전자의 의도보다 지나치게 힘차게 치고 나가곤 한다. 골목길이나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소재로 비범한 결과를 이끌어낸 엔지니어링
포장도로 주행은 즐겁다. SUV이지만 천장과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낮아 주행능력은 일반 SUV와 승용차의 중간쯤이다. 보디 강성은 아주 높아서 SUV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다. 물론 요즘에는 이런 특징이 대중화돼서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앞 맥퍼슨 뒤 멀티링크 방식 서스펜션은 차 가격이나 브랜드 네임에 비해 초라하다. 그나마 앞쪽 로워암과 너클, 뒤쪽 너클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스프링 아래 질량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제 법 단단한 스프링과 댐퍼의 조합으로 승차감은 기분 좋을 정도 로 단단하다.

시승차는 19인치 휠과 폭 235mm 광폭 타이어을 달았지만 거친 노면에서 승차감 저하는 없다. 콘티넨탈 크로스콘택 제품인데 절반 정도 마모된 상태였지만, 포장도로에서 노면 소음이나 코너링 때 마찰음도 그리 크지 않았다. 비포장 산길에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전반적으로 이 차에 잘 어울리는 타이어다.



이보크는 앞 엔진 앞바퀴굴림을 베이스로 한 가로배치 엔진· 변속기 구조라 앞이 무겁다. 최적의 승차감을 얻기 어려운 구조인데 레인지로버 엔지니어들은 이를 극복하고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했다.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하지만 운행할 때 잡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쉬운 일은 아닌데 고급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브레이크 성능은 크게 두드러지는 않지만 최신 트렌드를 따라 초기 필링이 강하다. 고속에서 강하게 제동을 해도 선형적으로 반응한다. 지속되는 내리막 주행에서도 열로 인한 제동력 저하나 페달 감각의 변화도 없다. 특별히 사치스러운 브레이크 시스템은 아니지만 유효적절한 세팅으로 사용상 불편함을 줄였다.

파워스티어링 역시 최신 트렌드에 맞춰 MDPS(Motor Driven Powerassist system)방식을 쓴다. 일반 주행 시 MDPS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전통적인 유압식 파워 어시스트 방식과 이질감이 적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적절하다.



레인지로버의 본성은 오프로더다. 이보크는 일반·눈길·진흙 길·모래 등 4가지 주행모드를 갖췄다. 진흙길 모드에 놓고 주행해 봤다. 변속기의 변속로직 변경이 두드러지는데 엔진 브레이크 를 강하게 걸고 변속을 적극적으로 억제한다. 이 모드에서는 변속기 R-N-D 조작 시 다소 충격이 느껴진다. 아마도 강력한 직결 체제 때문으로 여겨진다.

오프로드 명가에서 생산한 차답게 비포장 산길 주행능력도 뛰어나다. 앞뒤 오버행이 짧고 앞뒤 범퍼 하단부 형상을 대각선 방향으로 만들어 푹 파인 길을 지날 때에도 앞뒤 범퍼와 노면과의 마찰은 없었다. 진입각과 탈출각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 때문이 다.

험로에서 바퀴가 노면에서 뜨거나 미끄러질 때 전자장비의 개입이 뚜렷하다. 험로 주파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하드코어 오프로드 마니아가 아니라면 어지 간한 비포장길 주행에서 부족함 을 느낄 일은 없다. 그런데 이 차의 구매자 중 몇 명이나 생전에 비포장길에서 타이어에 흙을 묻 히는 경험을 할지는 의문이다.



큰 불만거리는 후방 시야다. 후진할 때 머리를 돌려 눈에 들어오는 시야만으로는 월활한 후진이 힘들다. 좁은 뒤 창문 탓에 후방시야가 좁다. 외부 카메라에 의해 전송되는 센터페시아 모니터 화면에 의존해서 후진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주차할 때에는 적응할만하지만 좁은 산길 비포장도로에서 차를 돌리지 않고 후진하기는 정말 힘들다.

페이스리프트지만 차이는 크지 않아
3년 전 이보크를 처음 봤을 때 꽤나 혁신적이고 패셔너블한 디자인 이라고 생각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에서, 그것도 레인지로버에서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다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보고 이 차가 바뀐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헤드라이 트·안개등·테일램프 등에 변화가 있음을 겨우 알 수 있었다.



원래부터 전체적인 형상이 독특하고 혁신적인 차라 그런지 세부적인 변화 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실내 역시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이전부터 충분히 멋졌다. 재규어·랜드로버는 고전적이 변속레버 대신 동그란 변속 다이얼을 그들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 시동을 켜면 로터리 스위치가 ‘지 잉~’ 하고 올라오는데 자동차가 아닌 뭔가 대단한 탈 것에 오른 느낌 이다. 센터콘솔 재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양 옆의 금속 질감은 고급스럽지만 윗면은 그냥 그런 플라스틱 재질이다. 브랜드 명성과 차 값을 생각했을 때 개선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실내에서 엔진 소리는 다른 4기통 엔진 SUV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예민한 운전자라면 불만일 수도 있다. 시트는 체격이 큰 운전자를 고려해 크기가 넉넉하다. 가죽의 재질감도 우수하고 안락하다. 하루종 일 타고 다녔는데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시승차는 HSE TD4로 가격은 8000만원 가량이다. 경쟁차들은 둘째치고 같은 회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와도 가격차이가 미미하다. 그런데 크기는 훨씬 작다. 자동차의 격을 차의 크기로만 삼는 사람에 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차다.

우리나라에서 작고 고급스럽고 실용적이며 패셔너블한 차를 원하는 사람은 취향이 특별하고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이보크는 그런 사람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 그만큼 개성과 감성이 독특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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