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높인 차세대 엔진… 출력 업, 공해 다운
효율 높인 차세대 엔진… 출력 업, 공해 다운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2.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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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와 출력은 높이고 공해물질 배출은 줄인 캠리스 엔진.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이다. 환경을 무시한채 성능만 높인 엔진은 더 이상 관심을 끌 수 없다. 지난 30여년 동안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표방하던 BMW는 이제 ‘이피션트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cs)를 강조한다. 운전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효율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치중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셰조차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국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효율과 성능은 서로 상반된 관계가 아니다. 두 엔진이 배기량이 같다면 효율이 높은 쪽이 같은 출력을 내면서 연료를 덜 소모한다. 엔진의 힘은 연료와 산소가 결합하며 일으키는 연소반응에서 나온다. 연료가 덜 드니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와 공해물질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은 결국 연료가 연소하며 생성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많은 자동차회사가 효율을 높여 성능을 올리기보다는 배기량을 늘려 출력을 키우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고성능 엔진은 연비가 나쁘다는 오해가 생긴 이유다. 지금은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이 대세다. 직분사와 터보차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은 대중 브랜드의 범용 엔진에도 들어가는 일반 기술이 됐다.



당분간 저유가가 지속되리라 예상한다. 대체 에너지는 개발이 더디다. 내연기관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게 분명하다.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한다. 이제는 슈퍼카 브랜드조차 환경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흡기 엔진만 고집하던 페라리도 과급기를 쓰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슈퍼카 브랜드 쾨닉세그는 얼마 전 캠 샤프트가 없는 캠리스 엔진을 소개하기도 했다. 엔진 효율을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한 최신 기술을 짚어 본다.

*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은 엔진이 큰 힘 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일부 실린더의 작동을 멈추도록 해서 연비를 높인다.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큰 힘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추월을 위해서 급가속을 하거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엔진이 발 휘할 수 있는 최대출력의 30%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런 주행을 할 수 있다.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했다. 실제 주행 구간의 대부 분인 저속·저부하 구간 또는 정속주행 구간에서 일부 실린더의 밸브 작동을 멈추고 연료를 공급하지 않는다. 연료가 들어가지 않는 실린더가 많아질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장시간 정속주행을 하면 연비가 20% 이상 높아진다.



혼다의 V6 엔진엔 VCM이란 이름의 가변 실린더 제어기술이 스며있다/제공=혼다
혼다의 3.5L V6에 쓰이는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높은 출력이 필요한 경우 6개의 실린더를 모두 사용해 충분한 힘을 얻는다. 힘이 많이 들지 않는 구간에서는 상황에 따라 3개 혹은 4개의 실린더에만 연료를 공급한다. 두세 개 실린더에는 연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배기량이 작은 3기통 혹은 4기통 엔진으로 변한 효과를 낸다.



혼다 VCM의 밸브 메커니즘을 확대한 모습/제공=혼다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은 가변 배기량 제어 기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린더는 밸브의 여닫힘을 조절해 제어한다. 연료분사와 점화만 정지시키면 될텐데 굳이 밸브까지 제어할 필요가 있을까? 연료분사와 점화장치가 멈추면 연소과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흡기밸브와 배기밸브가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는 상태라면, 연소과정이 일어나지 않는 실린더에도 공기를 흡입·압축·배출하는 과정이 계속된다.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동력 손실을 ‘펌핑 로스(Pumping loss)’라 한다. 결국 작동을 멈춘 실린더가 엔진 브레이크 역할을 해 작동하는 실린더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 밸브의 개폐를 제어하면 이런 ‘펌핑 로스’를 없앨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실린더 디액티베이션 시스템. 유압에 의해 로커가 작동하면 밸브가 닫힌 상태로 고정된다/제공=폴크스바겐
흡기와 배기 밸브가 작동을 멈추면 연소실 내의 공기는 나갈 곳이 없다. 밀폐된 연소실 안의 공기는 ‘에어 스프링’의 역할을 한다. 피스톤의 운동에 따라 압축됐다가 피스톤을 밀어냈다 하기 때문에 작동을 멈춘 실린더가 동력 손실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엔진 제어시스템은 밸브의 개폐가 멈춘 실린더에는 연료 공급을 중단한다.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이 들어간 크라이슬러의 5.7L HEMI 엔진/제공=크라이슬러
모두가 다운사이징을 부르짖지만, 다기통 엔진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저유가의 영향으로 대배기량 엔진의
판매가 늘고 있다. 영화 ‘매드맥스’에서는 대배기량 엔진에 대한 로망을 엿볼 수 있다.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은 대배기량 엔진 특유의 감성과 성능뿐 아니라 높은 연비까지 보장한다.

* 가변 압축비 제어 기술
가변 압축비 제어 기술은 엔진 연소실의 체적을 조절해 주행 상황에 맞게 압축비 를 변화시킨다. 효율을 최대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압축비를 높이면 연료가 조금만 들어가도 연소가 일어나는 ‘희박연소 (Lean burn)’가 가능하다. 정속 주행이나 저속·저부하 구간처럼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압축비를 높여 희박연소를 시킨다. 연비가 높아지고, 공해물질 배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가변 압축비 엔진은 이미 실차 테스트를 문제 없이 마쳤다/제공=푸조
반대로 큰 힘이 필요한 경우에는 압축비를 낮춘다. 큰 힘을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연료가 산소와 결합해 한 번에 폭발하도록 해야 한다. 압축비를 낮추면 충분한 양의 연료가 산소와 섞이기 전까지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큰 출력을 얻고자 할 때 적당하다.



컨트롤 잭의 움직임에 따라 압축비가 변화한다. 컨트롤 잭이 올라가면 압축비가 올라가고, 반대로 컨트롤 잭이 올라가면 압축비가 떨어진다.
이런 특성은 터보차저나 수퍼차저 같은 과급 장치와도 잘 어울린다. 프랑스의 MCE-5사는 가변 압축비 제어기술이 들어간 1.5L 터보차저 엔진을 만들었다. MCE-5사의 가변 압축비 제어 기술은 압축비를 7:1에서 20:1까지 변화시킨다. 작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220마력 이상의 출력과 36.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높은 출력을 내면서도 연비는 30%가량 높아졌다. 유로6 환경 규제도 만족한다. 개발이 진행 중인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

* 캠리스(Camless) 기술
캠리스 기술은 말 그대로 밸브 작동을 위한 캠을 없앤 기술이다. 현재 양산 중인 모든 내연기관에는 밸브 작동을 위한 캠샤프트가 달려있다. 캠샤프트는 크랭크샤프트와 벨트 혹은 체인으로 연결한다. 타이밍 벨트 혹은 타이밍 체인이 바로 크랭크샤프트와 캠샤프트를 연결해 밸브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복잡하게 연결돼있는 밸브 작동 메커니즘에서는 필연적으로 마찰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캠리스 밸브 모듈과 액추에이터를 작동시키기 위한 컨트롤 유닛.
밸브의 여닫힘이 재빠르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력이 강한 스프링이 필수다. 캠이 장력이 강한 스프링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하다. 밸브 작동을 위한 캠 메커니즘이 사라지면 크랭크샤프트의 힘이 모두 구동계로 전달된다. 따라서 출력과 연비가 동시에 좋아진다. 캠 작동을 위한 복잡한 메커니즘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엔진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캠리스 기술에서는 밸브 개폐를 전자식 액추에이터가 담당한다. 각 밸브마다 달려 있는 액추에이터가 엔진 회전수에 맞게 밸브를 개폐한다.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밸브의 여닫힘이 조절된다.



캠리스 밸브 모듈은 전자석으로 작동한다.
밸브 제어 프로그램만 받쳐주면 현재의 기계식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보다 우수한 밸브 타이밍 기술을 수월하게 구현한다. 연료의 특성에 따라 밸브를 조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연료의 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출력 손실이 없고 최적 상태로 밸브를 제어하는 캠리스 기술이 들어간 엔진은 이전 엔진보다 연비가 20% 높아진다. 배출가스도 20% 이상 줄어들고 저회전 토크는 20% 향상된다.



쾨닉세그의 자회사인 프리밸브(Free Valve)가 개발한 캠리스 엔진.
이런 장점 때문에 스웨덴의 쾨닉세그를 비롯해 프랑스의 발레오, 영국의 리카도 등이 캠리스 기술에 큰 투자를 해왔다. 현재 양산 직전 단계에 근접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밸브 개폐를 위한 액추에이터나 센서에 문제가 생겨 단 한번이라도 제 때 밸브가 열리지 않으면 엔진에 엄청난 손상을 준다. 내구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미 각종 모터스포츠에서 캠리스 기술이 쓰인다. 관련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 연비와 출력은 높이고 공해물질 배출은 줄인 캠리스 엔진을 만나볼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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