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술 이상의 변화‥자율주행 선점이 세계를 지배?
단순 기술 이상의 변화‥자율주행 선점이 세계를 지배?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02.10 12:52
  • 조회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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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신 칼럼니스트 carguy@globalmsk.com

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술이 아니라 생활이자 문화다. 운전자가 운전에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인 동시에 미래 자동차 환경과 문화를 바꾸는 도구다.



자동차 기술은 고도로 발달해서 더 이상 발전할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 나올 기술이 무엇이 남았을까?

없던 기술이 새로 나오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응용과 변형으로 범위를 넓히면 여전히 가능성은 무한하다. 자동차 기술은 단순히 기계적인 부분을 넘어서 사회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까지 아우른다. 지금 현재 자동차 세계를 뒤흔들 혁신 기술은 자율주행이다.

무인자동차 또는 자율주행자동차(이하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자동차가 도로 상황을 읽어 알아서 달린다. 단순히 생각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게 하는 기술에 국한되지만, 자율주행차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기술의 발전보다는 사회·문화와 교통 시스템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혼자서 달리는 자동차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쉽게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는 교통 법규 등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도로 환경과 법규에 큰 변화

아직 상용화되어 도로를 활보하는 자율주행차는 없지만 자율주행차가 우리 생활과 아주 동떨어진 개발품은 아니다. 요즘 차에 널리 쓰이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만 조작하면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가고 서기를 반복한다. 최근에는 차선 이탈을 감지해 차선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도 적극 쓰인다. 운전자는 손발을 쓸 필요 없다. 다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전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나온다.

페달과 시프트레버만 조작하면 알아서 주차 공간으로 들어가는 주차 보조 시스템도 자율주행차에 근접한 기술이다. 저속에서 충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서는 충돌 방지 기능도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는 경쟁을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자율주행차도 지속적인 기술개발 압박을 받는 자동차 업체들의 탈출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율주행차의 최종 목적은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 발전이 최종 목표일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보급이 늘면 자동차 관련 법규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운전면허 취득이나 보험 제도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기반 시설과 제도를 완비해  자율주행차가 널리 보급되면 더 큰 변화가 뒤따른다. 우선 운전자 제약이 없어진다. 나이가 많은 노인 등 고령인구는 물론이고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들도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운전하기 힘든 사람이나 며칠 밤을 새서 정신이 혼미한 사람도 차를 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주차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심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한다면 사무실까지 차를 타고 가고, 차는 알아서 외곽의 주차장으로 가서 대기하는 식이다. 거주지와 주차공간의 분리로 도심으로 자동차가 집중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가지고 올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한 자동차 수 감소다. 굳이 직접 운전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가 필요할 때만 불러서 쓰면 되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 하지 않아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활성화 되면 개인 소유 자동차는 줄어들게 되고 공공 자동차가 늘어난다. 자율주행차 선두 업체인 구글은 잠재적으로 자동차의 90%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자율주행차가 불러올 궁극적인 효과는 결국 자동차가 줄어들었을 때 효과다.

자동차가 줄어들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나 비용 손실이 줄어든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기 때문에 인간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도 획기적으로 감소한다(충돌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교통사고 역시 90% 정도 줄어들어 이에 따른 교통사고 관련 비용 감액은 4000억 달러(약 430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가 줄어들고 공용으로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자동차 한대당 활용도도 큰 폭으로 높아진다. 현재 차 한대당 활용도는 5~10%에 불과하다(하루 24시간 중에 본인의 차를 이용하는 시간이 얼마만큼 되는지 생각해보라).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대당 활용도가 75%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출퇴근 시간에 교통정체로 허비하는 시간은 물론 연료 사용도 줄어든다. 90% 정도 감축 효과를 기대하는데 이렇게 해서 절약하는 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 1000억 달러(약 110조 원)라고 하니 그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출근 시간 운전과 교통정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큰 폭으로 향상된다.

자율주행 선점이 세상을 지배?

자율주행차가 불러 올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여기서 주목할 업체가 구글이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업체가 나서서 해야 할 분야인데 왜 IT기업인 구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는가? 혁신의 대명사인 구글이 자율주행차에 공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자율주행차가 혁신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할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보급한 이후 스마트폰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구글이 자율주행차에 올인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구글은 자율주행차 운영 기술에 있어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미 위치기반 지도서비스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통신 기술까지 완비하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로 인해 변화할 세상의 모습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자 한다. 이 점이 자동차업체와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바라보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자동차회사가 자율주행차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기술개발이다.

자율주행차에 쓰일 기술을 현재 자동차에 이식해 안전성이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마치 F1 머신이 도로를 달릴 수는 없어도 거기에 쓰인 기술을 양산차에 이식해 기술개발을 이루는 식이다. 그런데, 구글이 바라는 바는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어 자동차 수를 줄여버리고, 자율주행차가 공공재가 되어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줄이는 것이다.

자동차 대수가 9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니 그 폭은 상당히 크다. 자동차를 사는 사람이 줄어드니 자동차 업체들은 공장을 놀려야 하고, 수익도 줄어들어 몇 개만 살아 남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율주행차가 구글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면 살아남은 자동차업체도 구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어느 시기가 되면 구글이 자동차회사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자동차회사를 인수해 대량으로 자율주행차를 쏟아낼 수도 있다. 구글은 아마도 자기들이 만든 시스템으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가지고 어떠한 수익사업을 벌일지 지금 이 시간에도 치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무료로 풀고 광고 수익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자동차 이용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자동차 분야로만 국한시킬 문제가 아니다. 업종간의 융합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다. 자동차와 이종 업체의 융합은 이미 테슬라를 통해 예견돼 왔다. 테슬라의 창업자는 인터넷 결제시스템 회사인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엘론 머스크다.

IT의 피가 흐르는 그가 자동차사업에 손을 대 만든 테슬라는 전기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전기차 시장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충전소 인프라, 배터리 한계로 인한 짧은 주행거리 등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를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해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만들었다. 자동차회사들이 오랜 시간 끙끙 앓아온 문제를 2003년에 생긴 신생 자동차회사가 보기 좋게 해결했다.

테슬라는 배터리의 무게를 늘리는 대신 배터리를 최대한 많이 달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테슬라 모델 S의 주행거리는 최대 480km에 이른다. 보통 전기차가 100~200km인 것에 비하면 매우 길다. 내부 시스템 역시 센터페시아에 달린 17인치 스크린을 통해 스마트폰과 비슷한 방식으로 통제한다. 이러한 혁신성으로 테슬라 전기차는 전기차임에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IT의 시각으로 자동차를 바라보았을 때 테슬라 같은 훌륭한 제품이 나왔듯이,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니 자동차의 새로운 모습이 나오리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자동차업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지, 구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지는 명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방향이 어떻든 자율주행차가 우리 사회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것만은 분명하다. 택시는 물론 대리운전도 없어지고, 대중교통 자체가 자율주행차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으니 신호체계도 필요하지 않고, 과속 단속 카메라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교통 경찰이 도로에서 업무를 보는 광경도 보기 힘들어 질 수 있다. 자동차 대수가 줄고 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하면 보험 시장도 작아지고 정비업도 일부만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모습이 과연 올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바꾼 세상의 모습을 보라. 불과 2, 3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그 순간, 상상하지도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는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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