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레드 와인의 재발견… 한ㆍ호주 FTA 발효가 호재
2015-10-26 카가이 취재팀
“멜 버른 피노누아와 마가렛 리버 샤르도네는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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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신대륙 와인 산지인 호주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15% 관세가 철폐되는 호재 덕분이다. 한국에서 호주 와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공해가 거의 없는 청정지대라는 특성에다 풍미가 강해 애호가 층이 두터워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호주 와인은 과실 향이 지나치게 진하고, 오크 향이 강해 쉽게 질린다”는 의견도 꽤 많다.
호주 와인은 프랑스 와인에 비해 장점이 여럿이다. 우선 까다롭지 않다. 별다른 준비 없이 테이블에서 즉각 오픈해 바로 마실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이 몇 시간에 전에 오픈해 숙성해 마시는 것과 다르다. 더구나 따기 힘든 코르크가 아니라 돌려서 여는 스크루 방식이다. 와인 초보자도 와인의 오묘한 맛을 바로 느낄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대신 호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프랑스 와인에 비해 가격차가 크지 않은 것은 보급의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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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카이야드는 랭턴 가이드에 오른 ‘아이콘 레드 와인 10종’을 소개했다. 카이야드는 “호주 멜버른 일대의 피노누아 레드나 마가렛 리버 지역의 샤르도네 화이트는 프랑스 유명 산지에서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눈을 감고 맛을 보면 어느 쪽이 우위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질롱 지역의 피노누아 와인에 대해선 “과실의 복합미가 살아있고 입 안에서 포도 그 자체의 생생함이 느껴진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시음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시작하여 쉬라즈로 넘어갔다.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에서 강하고 농축된 스타일로 변화를 준 것이다. 카이야드는 블랙커런트와 카시스 풍미를 기본으로 갖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지역별 차이와 스타일에 시음 초점을 맞췄다. 호주 대표 품종인 쉬라즈에 대해선 이렇게 정리했다. “헌터밸리와 마가렛리버는 가벼운 스타일이다. 클레어밸리는 과거 펜폴즈에 포도를 납품할 정도로 농축된 스타일이 도드라진다. 쿠나와라는 카시스 풍미가 두드러지며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빅토리아와 그램피언즈 쉬라즈는 미디엄 바디에 후추 풍미를 갖는다.”
까다롭지 않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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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와인은 2000년대 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세워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9년부터 2007년 사이 호주 와인은 해외 수출량이 3배가 늘었다. 영국 유통업계에선 ‘호주산 와인 공습’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2004년 영국 시장에서 호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와인 최다 판매 국가가 됐다. 하지만 곧 ‘호주산 와인은 저가’ 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국내 시장에서도 2004년 한국과 첫 FTA를 맺은 칠레 와인에 밀렸다. 이후 2011년 7월 한·EU FTA, 2012년 3월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호주 와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