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구∙소비 절벽 한국, 2000만원대 럭셔리 경차가 필요하다
[칼럼] 인구∙소비 절벽 한국, 2000만원대 럭셔리 경차가 필요하다
  • 서현지 에디터
  • 승인 2017.06.14 13:18
  • 조회수 15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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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에디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20년 저성장’에서 단련됐다. 고령화와 인구절벽을 경험하면서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전후로 나온 2000만원이 넘는(200만 엔대) 럭셔리 경차다. 젊은 층의 소득이 줄고 고령자가 급증한 게 이유다. 한국에서도 2000만원대 고급 경차 필요성이 대두된다. 적어도 한국보다 10년을 앞서가는 일본의 예를 보면 그렇다.

일본 경차 시장엔 200만 엔이 넘는 고급 경차가 즐비하다.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경제 공약인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기반 성장’에 기대감이 크지만 한국의 미래는 여전히 먹구름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청년 실업의 3중고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지만 한국은 아직도 산업사회 패러다임 그대로다. 여기에 인구∙ 소비절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재벌 중심의 수출지상주의, 22조원을 퍼부은 4대강 사업 같은 토건(土建) 국가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 실패한 모델로 판명됐다. 재벌을 살찌워 일자리 창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커진 허구였다. 대기업 수출∙투자가 늘면 국민총생산(GDP)이 증가한다. 문제는 가계소득도 늘어야 하는 게 초등학교 산수지만 극명한 격차 사회만 됐다. 더 이상 허구인 GDP 숫자 늘리기에서 놀아나면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은 창업이 답인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올해부터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줄 그들이다. 자동차도 피해갈 수 없다. 시장이 정체한 가운데 젊은 층과 고령층에서 경차 판매는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자동차의 쓰임새가 바뀌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 버블시대 풍족함을 이끈 베이비붐(일본에서는‘단카이’라고 부른다) 세대와 달리 젊은층의 호주머니는 비어 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타’만 100만 명이 넘는다. 이런 변화에 단거리 이동수단인 경차가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진화했다. 2007년 이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군과 중형차 부럽지 않은 옵션을 단 고급 경차가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게 SUV를 표방한 스즈키 허슬러, 고급 박스카 혼다 N박스 등이다. 소형차보다 비싼 200만 엔대 경차는 60대 이상 고령층, 젊지만 경제력을 갖춘 1인가구, 골드 미스 같은 새로운 소비층의 욕구를 자극시켰다. 비싼 수입차나 중형 세단이 아닌 고급 경차를 기대했던 소비층이다.

컨버터블∙스포츠카∙SUV까지 경차 천국

일본은 경차 천국이다. 지난해 일본 전체 신차 판매는 497만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제외하고 역대 최저치였다. 이 가운데 35%인 172만대가 경차다. 경차 역시 전년 대비 판매가 9% 줄었다. 2016년 4월 경자동차세 50% 인상 여파다. 경차는 일본에서 2,3년 전만 해도 전체 신차의 40% 이상을 점유했다. 지난해 판매 1위는 도요타 프리우스(24만8258대), 2위가 고급 경차인 혼다 N박스(18만6367대)가 차지했다. 베스트20 모델 가운데 14개가 경차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스즈키 허슬러는 2014년 출시이래 여전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이처럼 일본에서 경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경제성과 실용성이 우선이다. 구입할 때 세금 혜택과 유지비가 저렴하다. 차체가 작아 좁은 일본 도로 주행에 잘 맞고 주차도 손쉽다. 또 다른 비결은  여유로운 실내와 편의성으로 거듭난 데 있다. 다이하쓰 탄토, 혼다 N-박스 같은 베스트셀링 경차는 기아 레이 생김새처럼 박스형이다(사실 레이가 일본 박스형 경차의 카피 모델이다). 여기에   50개가 넘는 다양한 모델로 선택의 기회가 넓은 것도 비결이다. 컨버터블∙스포츠카∙SUV까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킨다.

1949년부터 경차 관련법을 만든 일본은 그 동안 몇 차례 개정을 거처 현재는 길이×너비×높이(3400×1480×2000mm)를 넘지 않으면서 엔진 배기량이 660cc 미만(최고출력 64마력 제한)인 차를 경차로 분류한다. 이는 우리보다 차체는 길이 20cm, 너비 12cm가 작다. 엔진 배기량도 360cc나 부족하다. 승차정원도 일본 경차는 최고 4명으로 우리보다 1명 작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메이커 입장에서는 실내가 좁고 파워가 부족한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충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고강성 차체에 출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터보차저, 가변밸브시스템 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스즈키ㆍ다이하쓰 같은 경차 전문 메이커에 혼다ㆍ마쓰다ㆍ미쓰비시ㆍ닛산 등이 경차 시장에 뛰어 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결국 틈새 수요라도 잡기 위해 쿠페ㆍ미니밴ㆍSUV 등 다양한 모델이 개발됐다. 심지어는 공간과 무게를 고려할 때 경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동식 하드톱을 채택한 다이하츠 코펜 같은 하드톱 컨버터블도 이미 2000년대 초 나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장비를 지닌 고급 박스형 경차가 대세다. 메이커 입장에서도 차 값을 올려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 앞다퉈 박스카를 내놓았다. 시판 중인 50여 종 경차 가운데 절반이 박스형이다.

스즈키 알토


고령화와 1인가구, 고급 경차 최적

한국은 어떤가. 불안한 노후와 취업난에 50대와 20대 운전자들이 ‘작고 저렴한’ 경차를 찾는다. 생애 첫차로 경차를 사는 20,30대가 크게 늘었다. 아울러 미래 소득이 떨어지고 큰 차가 필요 없는 50,60대에서 경차 소비가 증가했다. 모두 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 청년 실업률이 낳은 결과물이다. 20대의 경차 구매 비중은 2013년 9.8%에서 2015년 12.5%로 2.7%포인트 늘었다. 청년 실업률 급증과 맞물려 경제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15~29세)은 9.8%로 사상 최고치다. 상대적으로 주요 소비층인 30대의 자동차 신규등록 비중은 2011년 34.5%에서 28.2%로 급감했다.

고령화는 자동차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다. 한국은 2020년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15%가  넘는 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고령화 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은 경차 수요가 이미 크게 늘었다. 일본의 55세 이상 고령층의 경차 보유 비중은 2005년에 29%에서 2011년 41%까지 급증했다. 한국도 국내도 50대 이상의 경차 구매가 30%에 이른다.

젊은층과 노령층 모두에서 1인가구가 늘어나는 점도 고급 경차가 필요한 이유다. 2015년 30대 이하 1인가구 37%, 60대 이상 1인가구 30%를 차지한다. 유지비가 저렴하고 주차가 편리한 경차가 제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인구구조 변화를 앞서 경험한 일본을 보면 2000만원 전후의 고급 경차 개발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주 소비층인 30대가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1·2인 가구가 증가한다. 굳이 중형차를 살 필요가 없다. 미래 불확실성이 큰 50대 이상도 사회적 신분을 고려하면 고급 경차 소비층으로 충분하다.

현재 기아 모닝∙레이, 쉐보레 스파크의 최고급 옵션을 단 모델은 1600만원 대다. 이들 차량에 알칸타라 내장과 시트, LED 헤드라이트, 라이프 스타일을 뽐내줄 각종 튜닝 제품을 달면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꼭 허슬러 같은 SUV나 혼다 S660 같은 새로운 모델이 아니라도 좋다. 일본에서 고급 경차가 성공한 것처럼 한국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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