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보다 더 단 와인...달콤한 유혹 소테른(Sauternes)
초콜릿보다 더 단 와인...달콤한 유혹 소테른(Sauternes)
  • 양 진원
  • 승인 2017.09.15 10:10
  • 조회수 4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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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원 칼럼리스트 carguy@globalmsk.com

반짝이는 황금빛, 꽃내음, 샤프란과 같은 유혹적인 향신료의 향연, 묵직한 바디감, 달콤함이 전하는 긴 여운. 모두 소테른을 향한 찬사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위트 와인이다.



소테른은 프랑스 보르도 아키텐 지방에 위치한 따뜻하고 비옥한 땅 이다. 여기서 생산하는 와인을 이야기한다. 가을철 저녁 무렵, 시롱 (Ciron) 강변 주변에는 안개가 껴 새벽 이후까지 머문다. 안개가 잘 생기는 기후와 지형적 특성으로 소테른 지역에는 보르 도에서 재배하는 화이트 품종인 세미용(Semillon),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뮈스까델(Muscadelle)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Botrytis Cinerea, 잿빛 곰팡이균)라고 불리는 곰팡이 균이 잘 성장한 다. 이 곰팡이가 슨 포도는 ‘귀하게 부패한’이라는 뜻을 지닌 귀부병(귀 부병, noble rot)에 걸린다. 귀부균은 한낮의 열기 속에서 증식해 포도 알을 쭈글쭈글한 건포도로 만든다. 곰팡이의 생장에는 수분이 필요하 기에 포도알은 점점 말라가며 그 안에는 극도로 농축된 당 성분만이 남는다. 그리고 당분과 산, 특유의 향기가 농축된 액체는 그 어떤 음료 로도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매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생산 원가 자체가 많이 들어간다. 귀부 현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자연적으로 소테른은 매년 생산할 수 있는 와인이 아니다. 기계를 이용해서 수확을 할 수도 없다. 소테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샤토 디켐(Château d’Yquem)’의 경우 100ha당 1000병 미만의 와인을 생산한다. 보르도 지역의 다른 1등급 샤토에서도 같은 면적에 서 5~6배에 이르는 와인을 출하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적은 양이 만들어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소테른의 왕, 산도 밸런스가 매력

샤토 디켐은 1855년에 있었던 보르도 그랑크뤼 등 급 제도에서 스위트 와인으로는 유일하게 특등급을 받았다. 이는 보르도 전역에서 샤토 디켐, 단 한 곳 뿐이다. 샤토 건물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모두를 내려다 본다. 이 회사는 현재 루이뷔통 모엣헤네시 (LVMH)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연평균 6만5000병을 생산한다. 샤토의 이름을 붙일 가치가 없을 만큼 작 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아예 출하를 하지 않는다. 빈 티지마다 적어도 여섯 번의 선별 작업을 거쳐 귀부균 이 잘 앉은 포도알 만을 골라낸다. 한 그루의 포도나 무에서 한 병의 와인이 아닌 한 잔의 와인이 나올 정 도다. 찬사를 받는 샤토 디켐 2001년 빈티지는 2005 년 9월 29일 출하됐다. 현재 병당 1000 달러를 넘나 든다. 과일 ∙ 보트리티스 ∙ 당 ∙ 산도가 완벽한 밸런 스를 이룬다. 크림 브륄레, 복숭아, 살구의 환상적인 향을 지닌 샤토 디켐은 어렸을 때 마셔도 한없이 멋 지지만, 백 년을 숙성할 수도 있는 와인이다.

얼마 전 샤토 디켐의 마케팅 디렉터 장-필립 르 무안 (Jean-Philippe Lemoine)을 만나 심도 있는 이야기 를 나누었다. 2017년 초, 2014년 빈티지가 병입을 마 치고 시장에 출시됐다. 2014년 빈티지 디켐 레이블에 는 소테른(Sauternes)이라는 명시가 없다. 장-필립은 “디켐은 소테른이 아니라 샤토 디켐이기 때문이다(웃음)”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 눈에는 이 레이블이 전면으로 보이지만 샤토 디켐의 정식 와인 레이블은 뒤에 있다. 백 레이블에 보면 프랑스 와인 법 규정상 명시해야 하는 지역, 병입 장소 등의 정보 가 상세히 적혀있다.

샤토 디켐의 2014 빈티지 레이블


2014년 빈티지의 경우 시원한 봄과 아주 덥지 않은 여름을 겪어 산도가 아주 좋았다. 산도가 특별한 해 이면서도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아 2,3년 정도 숙성 해 어릴 때 마셔도 무리가 없다. 이렇게 산도가 좋으 면 엄청난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인이다. 샤토 디켐을 어릴 때 마셔도 좋다는 게 한편으로는 스타일 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디켐의 스타일 이 아주 바뀌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만들어진 디켐은 오크통 숙성을 장기간 하면서 산도가 약간 가려져 있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2년 반 정도 오크통 숙성을 했는데 2000년대 이후 숙성을 2년으로 줄여 그동안 가려졌던 신선하고 밝은 면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도 디켐은 건재하다. 귀부 와인의 경우 어떻게 보면 지구 온난화의 혜택을 받는 와인이다. 와인 도수가 조금 더 높아질 수는 있지만 더워지면 전반적으로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곰팡이가 포도에 붙어 서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지 않은 디켐 이그렉(Y)

샤토 디켐에서는 달지 않은 화이트 와인 ‘이그렉’도 생산한다. 이그렉이 처음 출하된 1959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균이 포도에 완벽하 게 안착하지 않았다. 이처럼 제대로 된 샤토 디켐을 만들 수 없을 경우에만 만든 와인이다. 하지만 2000년 빈티지부터는 디껨을 만들기 전에 먼 저 수확을 해 이그렉을 만든다. 2000년도에는 소비 뇽 블랑과 세미용 비율이 50%대 50%이었다면 2015 년 빈티지의 경우에는 소비뇽 블랑이 75%, 세미 용 25%로 블랜딩 했다. 요즘 샤토 디켐은 세미용이 75%, 소비뇽 블랑 25%가 주류다. 그런 점에서 이그 렉은 디켐의 거울이라고 불린다. 생산량은 매해 1만 병에 불과하다. 2015년은 훌륭한 보르도 와인을 생 산한 빈티지다. 이그렉도 마찬가지다. 후미에 잔당이 살짝 느껴진다. 리터당 잔당이 7g이다. 아주 드라이 (dry)한 와인으로 볼 수는 없다. 소비뇽 블랑은 8월 25일에서 27일 사이에, 세미용은 보트리티스 균이 막 생기기 시작한 9월 3, 4일에 수확했다. 총 숙성 기간 은 1년이다. 새 오크통을 20%, 샤토 디켐의 숙성에 사용한 오크통을 80% 사용했다. 2015년 이그렉은 전반적으로 둥근 느낌이 드는 과실의 숙성도가 높 다. 자몽 ∙ 복숭아를 비롯한 흰 과실의 아로마가 아 름답게 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북경오리 · 푸아그라 잘 어울려

세계 소믈리에 챔피언인 올리비에 뿌시에(Olivier Poussier)가 2015년 9월 한국을 찾았을 때 소테른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소테 른과 북경 오리를 매칭했다. 결과는 매우 훌륭한 조 화였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소테른과 푸아그 라, 또는 블루치즈와 매칭을 한다. 하지만 요즈음에 는 이 조합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북경 오 리의 경우 크리스피 한 껍질이 캐러멜라이즈 돼 잔 당이 꽤 있다. 독특한 향신료의 뉘앙스가 달콤한 와 인과 잘 어울린다. 샤토 디켐 같이 산도까지 훌륭한 경우에는 더욱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 외에 샤 토 디켐과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지 장-필립에게 물었 다. 그는 슈발 블랑(Cheval Blanc)에서 일하다가 이 제 샤토 디켐에서 일한지 약 4년 반 정도가 됐다 “개 인적으로는 디켐을 편하게 즐긴다. 소테른 지역에서 이 와인을 푸아그라나 블루치즈와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모두들 일요일 점심 식사로 평범한 치킨 요 리에 트러플 오일을 살짝 뿌린 짭짤한 감자튀김과 함 께 마신다. 기억나는 의외의 조합은 이탈리에에서 먹 었던 파스타였다. 딸리아딸레에 신선한 화이트 트러 플을 충분히 올린 요리였는데 샤토 디켐이 지닌 은 은하면서도 오묘한 보트리티스 뉘앙스와 절묘하게 잘 맞았다. 때로는 스시나 히드보(ris de veau: 송아 지 흉선 요리) 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약간 매콤한 요리와도 매칭이 좋아 한식 요리에도 추천하 고 싶다. 확실한 한 가지는 샤토 디켐을 마시는데 디 저트 순서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소테른을 디저트 에 곁들일 때는 디저트의 당도에 신경 써야 한다. 디 저트의 당도가 절대로 와인의 당도 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 디켐을 더 팔기 위한 대답일 수 있다. 디저트가 아닌 모든 요리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다.

소테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인 코코 샤넬



달콤한 유혹, 소테른을 사랑한 유명 인사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코코 샤넬(Coco Chanel)과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사랑에는 달콤한 속삭임,(Château Guiraud)가 있다. 영원 한 스타일 아이콘 샤넬과 20세기 천재 음악가 스트 라빈스키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 키>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운명적인 사랑을 다 룬다. 이전 영화는 코코 샤넬의 인생사에 초점이 맞 춰져 있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시대의 아이콘인 두 사람의 만남으로 탄생한 작품을 소개한다. 샤넬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 ‘샤넬NO ˚5’와 스트라빈스키의 혁명 적인 작품 ‘봄의 제전’은 샤넬과 스트라빈스키가 사랑하던 시기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패션 을 통해 큰 성공을 이루었던 샤넬은 향수 제조를 꿈 꾼다. 그녀가 만들고 싶었던 향수는 여성의 아름다 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개성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향을 지녔다. 샤넬은 스트라빈스키가 그녀의 저택에서 지내던 때 본격적으로 향수 제조에 뛰어든다. 스트라빈스키 또한 샤넬의 후원으로 음악 에만 집중해 봄의 제전을 만들어 간다. 샤넬과의 사랑을 통해 새로운 열정도 피어난다. 다시 태어난 봄의 제전은 강렬한 리듬과 원시주의적 색채가 강한 선율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다. 운명적 인 사랑이 탄생시킨 놀라운 작품,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영감을 준 와인으로는 바로 또 극강의 달콤 함을 지닌 소테른 와인가 등장한다.

샤토 기로


샤토 기로는 가론강(Garonne)의 왼쪽에서 약 45km 떨어진 보르도 남단에 위치한다. 총 128ha의 밭에서 그랑 크뤼 1등급인 와인이 연간 10만병 생 산된다. 기후에 매우 민감해 1991,93년과 같은 해에 는 출시되지 않았다. 쁘띠 기로(Petit Guiraud)는 샤 토 기로의 세컨드 와인이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 나 수령이 어린 포도나무에서 수확된 포도를 사용한 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와 같 이 농염한 맛과 향을 지녀 애호가 층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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