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푸조 2008 MCP, 불편함이 익숙해지면 매력이 된다
[시승기]푸조 2008 MCP, 불편함이 익숙해지면 매력이 된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10.16 07:00
  • 조회수 9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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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만의 mcp미션은 불편함을 곧 매력으로 돌려놓는 신기한 힘을 지니고 있다.


MCP 변속기...단점이 장점으로

MCP 변속기의 느낌은 생각보다 매우 특이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5% 미만으로 밟고 있어야 클러치를 서서히 엔진축에 가져다 댄다. 그래서 그런지 크리핑이 거의 없고, 크리핑 속도 자체가 그리 빠르지도 않다. 참고로, 일정 경사 이상의 오르막에서는 밀림방지 기능이 작동한다. 하지만 일정경사 미만에선 브레이크에서 발을 서서히 떼면 뒤로 밀린다. 따라서 잽싸게 발을 브레이크페달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에 가져다 대어야 한다. 수동변속기 기반의 차량이기 때문에 클러치가 붙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일부 저속구간에서 차체의 진동을 유발한다. 이 느낌이 때론 과하게 느껴져서 불편함을 준다. 또한 변속시의 꿀렁임이 토크컨버터를 사용한 자동변속기 차량보다 많이 심하다. 하지만 변속시점에 맞춰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서서히 떼었다가 붙이면 변속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이 단점이 운전 재미로 느껴진다.

수동변속기의 특성상, 저단에서의 변속이 더디다. 따라서 1단에서 속도를 어느 정도 띄우지 않으면, 출발시에 뒤차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비중심의 세팅 때문인지 출고상태에선 약 1700rpm 정도에서 변속을 시도한다. 엔진의 출력 자체가 높지 않아서, 뒤차 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상당히 답답하다. 하지만 어느정도 차량 ECU를 학습시키면 2100rpm정도에서 변속을 시도한다. 이처럼 ECU에 학습에 따라 앞서 말한 답답함을 어느정도 해소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출력의 부족은 아파트나 마트의 주차장 경사로에서도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속도가 어느정도 붙어서 2단으로 경사로를 진입한 뒤에 속도를 늦추면 차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속도가 느려지면 변속기가 쉬프트 다운을 한다. 그러나 2단에서 1단으로 내려가는 텀이 매우 길어서 여차하면 차가 뒤로 밀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경사로 진입 전 감속하여 1단으로 진입하거나 경사로에서 가속하여 2단 기어의 회전수를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비위주의 세팅때문에 엑셀레이터 페달이 왠만큼 눌려있지 않는 이상 변속을 시도한다. 그래서 시내구간 또는 합류지점에서 빠르게 합류하기 위해선 엑셀레이터를 깊게 눌러야한다. 엑셀페달을 75~80% 정도 누르고 있으면 약 3,300~4,000rpm에서 변속을 시도한다. 2,300rpm에 도달 했을때부터는 디젤엔진 특유의 토크감을 비교적 강하게 느낄 수 있어서, 주변 흐름에 맞출 수 있다. 물론 원한다면 M모드에서 임의로 기어 단수를 조정할 수 있다. 패들쉬프트 또한 기본장착되어 있어서, 변속에 편의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매뉴얼 모드에서 약 3,000rpm 정도까지 진행 한 뒤 변속을 진행하면, 시내에서 답답함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지긋이 가져다 대면, 더디기는 해도 꾸준하게 치고나가는 느낌이 썩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인 만큼 차량의 거동에 있어서는 동급(크기, 엔진출력 기준)의 국산 소형 SUV들보다는 나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스티어링휠의 크기가 매우 작고 아담한 편이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2008의 매력...쫀득한 승차감과 핸들링

우선 발군의 핸들링 성능을 지녔다. 고속주행시 스티어링휠은 마치 서있는 다마스의 핸들을 잡아돌리는 듯한 묵직함을 가져다 준다. 비단 무겁게만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핸들의 직결감이 마치 내가 타이어를 잡고 돌리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저속에서는 적절하게 가벼워져서 힘이 들진 않는다. 고속 영역과 저속영역을 지속적으로 오가는 상황에서도 스티어링휠의 무게는 시시각각 제 자리를 찾아갔다. 익히 들어왔던 신묘한 푸조 특유의 스티어링 감각이 뭔지 십분 이해가 갔다. 스티어링휠의 재질은 고속주행시 무거워지더라도 돌리기에 충분한 마찰력을 지니고 있다. (여담이지만, 주차할 때 한 손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손에서 때가 나올 정도다.)

서스펜션의 감각이 정말 묘하다. 파리 도심의 돌길과 비슷한 작은 연쇄 요철에는, 어린아이가 놀이공원에 온 듯, 토동통통 튀면서 지나간다. 하지만 절대 경박스럽지 않다. 그 감각이 기분좋은 자극으로 다가온다. 조금 살을 붙여 말하면 ‘계속 이 요철의 연속 이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결코 차체에 무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다. 이와 반대로, 엄청난 높이로 시공된 과속방지턱(아스팔트가 남아도는게 분명하다.) 처럼 큰 요철을 지나갈 때면 차가 엄청난 피칭을 선보인다. 하지만 서스펜션은 운전자에게 ‘하! 이래도 아직 남아있지’ 를 외치며 스프링을 한껏 수축시킨다. 그리고선 곧바로 댐퍼가 앞뒤로 요동칠 준비를 끝낸 스프링을 단단하게 부여잡는다. 이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본능적으로 목에 힘이 들어간 운전자는 머쓱하기까지 하다.

속도를 조금 높여 코너에 진입을 했다. 엄청난 피칭과 토동통통 튀는 어린아이가 뇌리에 스쳤다. 이미 늦었고, 아차 싶었다. ’……어라?’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면 조작한 만큼만 딱 돌아나갔다. 요철을 지날때 부드러웠던 이 쇼크업쇼버가 이번에도 한껏 줄어들었으나 곧 차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깔끔한 선을 그리며 선회해 나갔다. 물론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았고, 한계도 많이 남겨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운전자가 느낀 재미라는 감각은 소형 SUV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다.

차체가 작아서인지 브레이크 캘리퍼가 크지 않다. 거기다가, 연비위주의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 바람에 브레이크 성능에서 손해를 봤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브레이크의 답력은 적절하고, 브레이킹의 감도도 운전자가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밟는 만큼 강해지고 떼는 만큼 약해졌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충분히 잘 서주었다. 차가 잘 서는 능력은 곧, 사고의 예방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이 점은 높이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 차는 코너를 빠른속도로 주파하고, 운전자에게 최고의 운전재미를 선사해 주는 차가 절대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차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한 유튜브 채널(km77.com)의 회피기동시험(moose tes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끔은 일탈하고 싶을때가 누구나 있다. 그럴때 이 차의 감각적인 만족감은 그런 일탈을 조금은 도와줄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보는 푸조의 마인드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인연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연비를 뽑아낸다.

연비(Fuel Consumption)


이 차를 선택한 큰 이유중에 하나는 연비다. 지금은 차들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공인 연비 측면에선 다른 제조사들도 높은 수준의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 연비에 실연비가 못미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푸조는 이런 염려를 단숨에 종식시켰다. 2017년 푸조 2008의 공인 연비는 16.6km/l~18.0km/l 이다. 허나 트립컴퓨터는 20km/l 미만의 연비를 표시한 적이, 2,600km를 달리고 있는 현재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22.2km/l의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본업이 있는지라 연비 측정을 위한 시험을 따로 진행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연비는 실로 놀라웠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평택시로 주 5일 출・퇴근을 진행하고, 신차를 뽑아 들뜬 마음에 주말엔 이곳저곳 나들이를 다녔다. 총 2,625km 가량을 주행했고 평균 리터당 1,269원에 주유를 진행해서 17만 2000원의 유류비를 소모했다. 아직 연료게이지는 절반을 남겨두고 있다. 챠량을 인수받아서 즉시 주유를 했는데, 그때부터 구매한 경유량은 약 135L 주행거리는 약 2,625km. 이를 토대로한 현재까지 연비는 19km/l 로 측정된다. 남아있는 연료가 반 이상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높은 20km/l의 실연비를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연비를 위해서는 많은 운전 스킬이 필요하다. 엑셀레이터 페달은 20%이상 누르면 안되며, 브레이크 사용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내리막에선 탄력으로만 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오르막은 탄력을 십분 활용하여 주행해야 한다. 이 모든걸 충족시키면 엄청난 연비와 함께 몸에선 사리가, 눈앞엔 석가모니가 나타난다. 하지만 본인은 몸에서 사리가 나오게 할 생각도, 석가모니를 만나뵙고 싶은 생각도 아직은 없다. 오히려, 성격이 매우 급해서 연비운전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지금까지 탄 모든 차의 공인연비를 충족시킨 적이 없다. 하지만 이차는 달랐다. 엑셀을 지긋이 눌러밟던, 급정지를 숨쉬듯하던 상상이상의 공인연비를 달성했다. 이런 연비엔, 변속기의 세팅과 엔진의 성격이 한 몫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차중 엔진정지기능(Auto Stop & Go, 이하 ASG)이 연비에 크게 기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장비(Convenience)


사실 본인은 이 ASG가 디젤차에서 상당히 거슬렸다. 차가 선 뒤에, 그제서야 엔진이 정지되고, 그때 실내로 유입되는 푸드득 소리와 진동이 스트레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조의 이 ASG 기능은 다른 제조사들과는 사뭇 다르다. 타사와는 달리 시속 5km 미만에서 엔진을 정지시킨다. 차가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엔진이 정지하면서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과 소음이 한층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왠만큼 떼서는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앞서말한 듯이, 차가 뒤로 밀린다. 처음 몰면 당황스럽다. 이 당황스러움이 싫거나, 거슬린다면 스티어링휠 왼쪽 뒤에 ECO 버튼을 눌러 이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차량가격이 높지 않은데, 값싼 내장재로 원가절감에 힘 썼는지 생각보다 많은 편의장비가 들어가있다. 우선 4개의 창문에 모두 원터치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고, 오토에어컨과 오토라이트, 오토와이퍼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오토에어컨은 다른 차량과 비슷한 로직이 장착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용상의 큰 불편함은 없다. 오토라이트는 켜질땐 신속하고 꺼질땐 느긋하다. 만족스럽다. 하지만 오토 와이퍼는 사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비가 조금만 와도 와이퍼가 미친듯이 움직인다. 운전에 방해를 줄 정도이므로, 개인적으로 수동조작을 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또한 실내 무드라이트가 밤이되면 은은하게 2008을 감싸안는다. 비오는 공터에서 천장 차양막을 걷어내고 통유리로 된 2008에 앉아 분위기를 느끼고 있노라면, 비가 내리며 차에 부딪히는 소리와 은은한 푸른 불빛은 지쳤던 심신이 위로받는 느낌을 거주자에게 선사한다.

긴급제동보조시스템(Autonomous Emergency Brake, 이하 AEB) 또한 2,995만원 Allure 트림부터 장착된다. 아파트 출입구 차단기가 늦게 열리는 바람에 AEB가 작동한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이유인즉슨, 아무런 사전 알림 없이 브레이크 부터 작동시킨다. 그 뒤에도 운전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없다. 충돌위험 직전에 소리가 나거나 작동 뒤에 AEB가 작동했다는 알림표시가 전혀 없다. (하지만 잘 작동하니 그걸로 넘어가야 하는걸까..?) 이 기능은 전면 터치스크린에서 온오프가 가능하다.

*차량정보 2017년식 푸조 2008 트림명 Allure. (판매가 2,995만원)

홍성국 인턴 carguy@globalsmk.com


♠이 기사는 10월 말까지 진행하는 '카가이' 에디터 인턴 도전( http://www.carguy.kr) 행사에 응모해 당선된 글을 카가이 취재팀에서 에디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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