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기(1)..생산성 하락해도 임금 올라가는 관행의 끝은?
현대차 위기(1)..생산성 하락해도 임금 올라가는 관행의 끝은?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8.02.08 10:08
  • 조회수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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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현대차에게 고난의 한 해였다. 미국·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며 판매와 매출은 떨어지는 가운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파업까지 계속됐다. 현대기아차가 2000년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이래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회에 걸쳐 현대차 위기론의 진상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현대차는 인건비 지출 항목이 2011년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상승해 2016년에는 전체 매출액 대비 15%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자동차 업체의 인건비 비중은 매출의 11-13%다. 이러한 속도라면 16%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8년도 예외는 없다. 새해를 맞아 닷새 간 파업을 감행해 4000억 원대의 매출 손실을 내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 CXO 연구소가 5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내는 자동차 관련 업계 1081곳의 2016년 실적 분석 결과 현대·기아차의 인건비는 전체 기업의 41%를 차지했다. 이는 중소 규모 1075개 사의 인건비 46.7%와 맞먹는 수준이다. 중소규모 회사 인건비를 모두 합친 것 만큼의 인건비를 받음에도 파업을 계속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억대 연봉 근접한 최고 수준의 인건비...생산성은 바닥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의 본사



이미 현대차 노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건비를 받고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9600만 원(잔업 특근 포함)을 받으며 같은 기간 도요타 (7961만원)·폴크스바겐 (7841만원) 등을 크게 웃돈다. 반면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시간으로 근로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HPV는 26.6시간이다. 도요타(24.1시간), 폴크스바겐(23.4시간)보다 떨어진다. 잦은 파업이 현대차의 생산성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7년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19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잠정합의안 부결 후 5차례 파업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차량 8만 43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생겨 1조 7800억 원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파업은 노조 마음, 피해는 협력사가

현대기아차와 거래하는 전국 330여 개 부품회사 모임인 협력사 협의회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노조에 전달했다. 파업과 동시에 모든 협력사는 일손을 놓아야 하는 등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현대차 파업으로 울산·경주지역은 물론 대구·포항 등 지역 협력사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파업으로도 협력사는 일손을 놓고 어쩔 수 없이 쉬어야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협력사 직원들의 임금, 업무환경, 복지 등은 대기업과 비교 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잦은 파업은 어려운 상황 속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인 지금 현대차를 비롯해 협력사의 숨통까지 조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쇠사슬·부분파업까지..상생 노사관계 가능할까



2017년 노·사가 내놓은 잠정 합의안을 보자. 기본급을 5만8000원 올리고 임금의 3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며 추가로 1인당 300만원(현금 280만원 + 중소기업 제품 구매 시 20만원 상당의 포인트)을 요구한다. 여기에 노조는 고용 보장을 명시하라고 주문했다. 공장 자동화 시스템이 확산되고 엔진이 필요 없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공장 근로자가 20%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노사는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로 업무 형태가 달라질 경우, 고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재직 중인 근로자는 고용을 보장 받은 셈이다. 이러한 조건은 현대차가 신차 기술을 받아들이고 투자할 때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호조건에도 투표는 부결되었고 올해 1월 15일이 돼서야 전통시장 20만원 상품권을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협의안이 가결됐다. 기나긴 노·사간의 싸움에 마침표가 찍혔다. 결국 파업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지 못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5위 기업이자 국내 제조업체 두 번째 사업장인 현대 기아차가 후진적인 노사문화와 생산성이 떨어져도 임금을 올리는 체계를 고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경영의 투명성 확보도 시급하다. 자식 승계라는 후진적 지배구조 아래 자행되는 특정 계열사 밀어주기 역시 노조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런 불법에 가까운 편법을 통한 승계 구도 만들기가 결국 경영진이 노조의 막무가내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해마다 이어지는 점은 글로벌 해외 기업이 국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GM은 국내 공장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GM 본사에서 "한국 노조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하루 빨리 선진화한 노사문화와 생산성에 연계한 임금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성민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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