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고뇌,렉스턴 떴지만 원조 코란도는 침몰
쌍용차의 고뇌,렉스턴 떴지만 원조 코란도는 침몰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8.02.01 07:38
  • 조회수 3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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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0만 6677대로 전년 대비 3% 판매 성장률을 보이며 8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판매 확대 비결은 출시 3년 차인 티볼리 브랜드의 식지 않는 인기와 신차 G4 렉스턴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이런 추세에 편승해 티볼리와 렉스턴을 별도 브랜드로 마케팅을 하면서 젊은 층과 수입차로 이어지는 '준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쌍용차의 원조 브랜드인 코란도의 침몰이다. 코란도 브랜드는 과거 쌍용차를 책임지던 대표 브랜드였지만 지금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현재 코란도C와 코란도 투리스모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작년 한해 두 차량의 판매량을 합친 게 지난 5월부터 판매된 G4렉스턴 판매량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에 코란도 브랜드가 '결과적으로 없어지지 않겠냐'는 위기론도 나온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이달 초 코란도C와 9인승 투리스모에 대한 마이너체인지 신차를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신차 효과는커녕 판매 대수가 지난해 1월보다 더 줄 것이라는 게 현장 영업점의 반응이다. 모델 당 수십 억원이 넘는 마이너 체인지 투자를 했지만 판매가 기존 모델보다 못하다는 점이다. 평택 공장에서는 '적자 상태에서 100억원 가깝게 신차 투자를 해놓고 판매가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연구소와 상품기획 부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코란도C, 투리스모 마이너체인지 신차효과는커녕 판매 감소?

코란도의 역사는 196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회사 카이저의 지프 CJ-5를 면허 생산하면서 4륜 구동 자동차인 신진 지프를 출시했다. 신진 지프가 코란도 역사의 시작이다. 1971년 신진 지프는 라인업 확장으로 픽업트럭과 10인승 롱바디 왜건을 추가했다.

1981년 수출 계약으로 사명을 거화로 변경하고 익스테리어를 크게 변경한 5인승 CJ-7 수퍼스타와 6인승 CJ-7패트롤, SR-7을 출시했다.

1982년에 12인승으로 외부디자인을 변경해 뉴 훼미리와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더 이상 지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1983년부터 코란도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했다. 2세대로 들어서며 친숙한 이름 코란도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1985년까지 코란도와 지프를 병행 사용)

코란도의 의미는 특별하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 한국인의 의지와 힘으로 개발한 차(Korean do it) 등 여러 가지 의미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신진 자동차는 1986년 동아자동차에 흡수되었다가 최종적으로 쌍용차에 인수되며 지금의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2005년에 단종된 3세대 코란도. 러시아 회사 타가즈가 설비를 모두 사들여 타거라는 이름으로 출시 됐다.


1996년 7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3세대 코란도 시대를 맞이한다. 1993년 쌍용차는 ‘프로젝트 KJ’에 3년간 1200억원을 투자해 풀체인지 뉴 코란도를 출시했다. 공식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9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토쇼였으며 이듬해 1996년 7월 출시됐다. 1세대 코란도의 디자인은 지프 스타일에 승용차 느낌을 합친 모습이다. 첫 출시 당시 보그워너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고 같은 해 10월 메르세데스-벤츠 4단 자동변속기 옵션을 추가했다. 엔진은 무쏘에 장착한2.3~2.9L 디젤 엔진과 2.3~3.2L 가솔린 엔진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경제성을 강조한 2인승 밴의 출시로 당시 SUV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코란도 브랜드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2005년 국내 단종이 결정되고 코란도 브랜드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코란도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11년 2월이다. 현대차 상품기획 전문가인 이재완 부사장을 영입해 신차 개발에 나서면서다. 6년 만에 등장한 코란도 C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이어 코란도 투리스모와 픽업 코란도 스포츠까지 나오면서 코란도 브랜드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국내 SUV 시장의 최장수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코란도 투리스모... 힘겨운 카니발과의 대결

마이너체인지된 코란도 투리스모. 1만2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 판매량을 채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9인승 MPV 시장의 절대 강자 기아 카니발의 유일한 경쟁차인 코란도 투리스모는 존재감마저 잃고 있다. 요즘 일반 소비자들은 단종 모델로 여길 정도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량은 매월 평균 300대 미만이다. 월 평균 6000여대가 팔리는 카니발과 비교할 수 조차 없는 수치다.  이에 쌍용차는 올해 1월초 5년 만에 부분 변경한 코란도 투리스모를 출시했지만 반응은 '제로'에 가깝다.

이석우 쌍용차 마케팅 팀장은 “올해 코란도 투리스모 목표 판매량을 1만2000대로 잡았다”며 신차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지만 언론부터 쌍용차 영업점까지 모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목표치가 지난해 판매량(3746대)보다 무려 220% 높게 설정한 것이다.

서울 중심부 쌍용차 판매장 관계자는 "1만2000대는커녕 상반기 2000대 달성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며 "상품기획부터 마케팅, 판매본부까지 렉스턴이나 티볼리 성공에 대한 공을 나눠 먹을 뿐 코란도 브랜드는 찬밥 신세"라고 푸념했다. 코란도 C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코란도 브랜드에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코란도 투리스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마이너체인지 신차가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고객에게 설명할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골성 짙은 코란도 C의 위기

뒷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인 마이너 체인지 모델


코란도 브랜드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코란도 C의 부진은 더 심각하다. 같은 세그먼트인 투싼과 스포티지의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표다.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고 올해 초 마이너체인지 모델이  등장했다. 5세대 코란도는 헤드램프의 모양을 바꾸고 아래에 LED 주간 주행등을 넣어 포인트를 줬다. 그릴과 헤드램프에도 조금 변화를 주며 이전 세대와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뒷모습은 여전히 그대로다. 뒷 범퍼에서 검정 플라스틱 부분이 확대 된 것이 전부다. 차량 기능이나 편의장치 변화 없이 살짝 디자인만 바뀐 것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데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코란도 마니아인  소비자 A씨는 “큰 변화 없이 코란도 브랜드만 우려먹는 일명 사골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2011년 출시된 코란도C와 5세대 코란도 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란도 브랜드의 부활은 곧 쌍용차의 부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쌍용차의 신차 행보를 보면 어떻게 만들면 잘 팔리는 지를 알고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는 이전 세대인 코란도 스포츠와 비교했을 경우 훨씬 고급화하면서도 가격 인상폭은 최소화 했다. 쌍용차의 이러한 행보는 내년 2분기 쯤으로 예상되는 코란도C의 풀 체인지 모델이 기다려지게 한다. 문제는 1년 넘게 남은 기간이다.

코란도는 신진 지프 이후로 거화, 동아 그리고 쌍용까지 주인이 세 차례나 바뀌면서도 이름이 유지됐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진 코란도! 쌍용차를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코란도는 쌍용차의 전성기를 함께 했고 SUV 전문 기업을 선언하게 끔 만든 브랜드다. 현대차 수출 전문가로 영입된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코란도 스포츠의 단종 계획은 없다”며 “해외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수출 전문가가 쌍용차의 사장을 맡은 지 3년째지만 쌍용차는 수출은 줄고 내수가 증가하는 기이한 모양새다. 이런 해괴한 구조에 코란도 브랜드는 수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침몰한다. 과연 내년을 기다릴 수 있을지 하는 의문까지 남는다.

박성민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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