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칼럼] 여름용 쿠페 알핀 A110 눈길..독일 계절 번호판 아시나요
[이경섭칼럼] 여름용 쿠페 알핀 A110 눈길..독일 계절 번호판 아시나요
  • 이경섭 에디터
  • 승인 2018.04.23 08:00
  • 조회수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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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자 독일의 수도 베를린 길거리와 이우토반에는 갑자기 여름용 자동차들이 늘어났다.

겨우내 차고에 있었던 여름용 자동차들이 운행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여름용 쿠페인 알핀 A110 베를리네테(Berlinette). 희소성 때문에 가격도 상당히 높게 거래된다. 알핀 마니아들 사이에선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자동차다.


1961년부터 1977년까지 생산됐던 A110모델.  2017년에 르노가 신기술을 적용해 다시 부활시켰지만 돌아온 새 모델은 오리지널 인기를 넘지 못하고 있다.


독일엔 여름 혹은 겨울에만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들이 있다. 카브리올레는 스포츠자동차면서 대표적인 여름용 자동차.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닌파리나의 쐐기형 디자인으로 유명한 알파로메오 스파이더 916모델도 전형적인 여름용 자동차다.



옷이나 신발을 계절에 따라 맞춰 입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요즘엔 스포츠자동차와 레저용 그리고 캠핑용 등 용도에 따른 다양한 자동차모델들이 있다. 카브리올레 스포츠자동차로 사시사철 출퇴근하면서 시장도 보고 장거리 여행도 한다면 슬리퍼 신발 하나로 사계절을 지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절번호판이 가장 보편화 된 것은 사실 오토바이다. 독일에 등록된 레저 및 스포츠오토바이의 70%이상이 계절번호판이다. 이륜 오토바이야말로 전형적인 여름용 탈것이기 때문이다. 3월부터 10월까지 운행한다는 오토바이의 시즌번호판.



물론 독일에도 일년내내 쿠페나 카브리올레 스포츠자동차만 타고 다니는 이른바 스포츠카 마니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통상 독일서 포르쉐 같은 스포츠 자동차나 카브리올레는 겨울엔 웬만해선 거의 운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독일에서 이런 스포츠카나 카브리올레같은 좀 특별한 자동차들은 계절(Saisonkennzeichen)번호판을 주로 이용한다. 시즌번호판이란 계절이나 일정한 기간(연중 2개월 이상 11개월까지 선택)을 고객이 스스로 정하고 그 기간에만 운행할 수 있는 번호판을 말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여름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다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0월이나 11월부터 이듬해 3월 혹은 4월까지 운행할 수 있는 가을용 혹은 겨울용 계절번호판도 있다. 추운 겨울에만 자동차를 타겠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연중 운행할 수 있는 날수나 달수는 개인이 얼마든지 맘대로 정할 수 있다. 운행하는 날만큼 세금과 보험료만 납부하면 된다.

다만 운행하지 않는 기간에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 1m의 운행도 안되고 일반도로나 공용주차장에 절대 주정차도 할 수 없다. 보험료를 내지 않으니 당연히 보험처리도 안된다. 따라서 별도로 개인 주차장을 마련하거나 창고나 차고를 빌려 주차해야 한다.

거시경제적인 면에서 장단기 차고서비스업 시장이 성장하는 측면도 있다. 시즌 번호판제도가 없다면 개인이 원하는 기간에 자동차를 등록해 탈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이런 제도가 없다면, 좀 심하게 말해 자동차를 용도에 맞게 계절별로 원하는 기간동안 탈 수 있는 자유를 박탈 당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의 시즌번호판(Saisonkennzeichnen).  번호판 맨 앞의 B는 도시 베를린(Berlin)약자. 맨 끝의 04와 10은 4월부터 10월까지 운행 유효기간을 의미한다. 즉, 1년중 4월 01일부터 시작해 10월 31일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차의 연간 보험료는 164유로(약 22만원), 세금은 86유로(약 12만원)이다. 운행하지 않는 기간에 지불해야 하는 차고비용은 6개월에 300유로(약 40만원) 차고비용이 보험료와 세금보다 더 비싸다. 그래도 2대를 항상  등록해 지불하는 보험료와 세금을 생각하면  저렴하고 개인 차고가 있으면 차고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우리에게 계절 번호판이란 전혀 생소하다. 계절 번호판이라는 제도와 그에 따른 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이 자유롭게 기간을 정해 자동차를 탈 자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유가 없다는 것도 모르고 그러한 자유가 대체 왜 필요한지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라는데 우리는 아직도 시대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가 항상 먼저인 셈이다. 시대의 변화에 비틀려진 법과 제도에 사람이 맞추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쨌든 독일에선 서로 다른 자동차를 4대 갖고 있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탈 수 있다. 이 경우 계절번호판을 적용하면 차는 계절마다 한 대씩 총 4대나 되지만 연간 총 세금이나 보험료는 한 대 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내면 된다. 운행하는 기간에만 세금과 보험료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를 계절에 맞춰 마련할 정도의 경제력과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이러한 여유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소유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일년 중 몇 달만 운행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제도는 편리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재력과 마음의 여유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다를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기본적인 선택의 틀은 마련해주는 것이 사람이 먼저라는 이 정부와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능력별 차등에 따른 최소한의 균등함에 대한 선택의 자유 말이다.

베를린 이경섭 특파원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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