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혼다 오딧세이..카니발과 확실히 다른 품격과 기술
[시승기]혼다 오딧세이..카니발과 확실히 다른 품격과 기술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8.04.23 08:00
  • 조회수 19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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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카니발이 90% 이상 점유율로 독주하는 미니밴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5000만원대 럭셔리 미니밴이 조금씩 입지를 넓힌다. 이런 고급 미니밴을 찾는 수요층도 만만치 않다. 카니발에서 만족할 수 없는 고급 옵션과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정숙성과 장거리 주행에도 피곤이 덜한 하체와 편안한 승차감을 찾고 싶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출시한 5세대 혼다 오딧세이는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럭셔리 미니밴 시장을 리드한다. 1994년 북미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오딧세이는 단숨에 미국 시장에서 ‘기술의 혼다’를 각인시켰다. 20년 넘게 미국에서만 23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서 5000만원대 미니밴은 오딧세이와 도요타 시에나가 양분한다. 월 200대 전후가 팔린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탈 수 없는 9인승 미만 차량이라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어 낸 셈이다. 오딧세는 중형 세단 어코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한 미니밴이다. 카니발이 현대기아의 중형세단인 쏘나타, K5 플랫폼을 이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카니발과 비교하면서 오딧세이를 시승해봤다.

<왜 장거리 주행이 편할까, 오딧세이>




오딧세이는 미국에서 생산한다. 사실상 미국 같은 큰 대륙에서 1000km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데 쓰임새가 딱이다. 대표적으로 컵홀더가 무려 15개나 있다. 2열 도어의 컵홀더만 빼고는 모두 2L 펫트병을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인의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요구 사항이 컵홀더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5,161×1,993×1,734㎜다. 최근 미니밴 디자인 트렌드에 맞춰 길이와 너비는 키우고 높이는 낮췄다. 한층 날렵한 모양새다. 카니발보다 46㎜ 길고, 8㎜ 넓지만 높이는 6㎜ 낮다.

새로운 디자인은 투박하게 느껴졌던 4세대에 비해 한층 세련되고 스포티한 맛이 살아난다. 그릴에서 날개 모양으로 뻗어나가는 LED 주간주행등(DRL)과 헤드라이트 유닛은 멋지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은 말 그대로 박스형이다. 평범하다. 실용성에 우선을 둬 잔재주를 부리지 않았다. 후면에서 유일하게 멋을 부린 리어 램프만 포인트를 줬다.

실내는 혼다의 매력이 넘친다. 공간을 최적화로 뽑아내는 혼다의 패키징 기술력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틈새 없는 마무리와 합리적인 소재 등 가족용 미니밴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뭐니 뭐니 해도 미니밴의 가장 큰 매력은 ‘가족과 추억 만들기’가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오딧세이는 가족이 즐겁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냈다.



큼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살펴보자. 운전석에 앉으면 베이지 색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한 대시보드부터 시인성이 탁월한 계기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 길을 끄는 건 기어 레버 대신 버튼으로 조작하는 전자 제어식 변속기다. 처음 시승할 때 잠시 변속기를 찾지 못해 당황했다. 시트는 큼지막 하면서도 편안하게 몸을 감싸준다. 덩치 큰 운전자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센터 콘솔은 고정식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뿐만 아니라 각종 수납 공간, 내부 조명등, USB, HDMI(이 부분은 미국에서 많이 사용될 뿐 한국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12V 전원 소켓을 탑재했다. 이 부분은 카니발과 비교했을 때 큰 차별점은 없다.



2열과 3열은 오딧세이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풀 사이즈의 시트 두 개와 폭이 좁은 시트 하나를 배치한 2열 공간은 경우에 따라 모두 떼어 낼 수 있다.

3열은 독립된 풀 사이즈 시트는 아니지만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넉넉하다. 6대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3인용 팝업 시트는 사용하지 않을 때 트렁크 아래쪽에 수납이 가능하다. 자전거 같은 큰 물건을 넣을 수 있게 했다. 트렁크는 범퍼 하단의 모션 센서를 통해 발동작으로 열린다. 3열 시트를 그대로 사용해도 1,087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너무 편리한 반 자율주행 기능>

혼다는 창업 이래 60여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자동차·오토바이를 주력으로 선박,비행기 엔진 등 오로지 이동수단의 편리성이라는 한 길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혼다의 이런 고집 뒤에는 철저한 기술 지향주의가 깔려 있다. 역대의 사장 모두가 이공계 출신이다. 혼다의 기술지향주의가 얼마나 철저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다. 이공계 출신이 아니면 사장을 할 수 없다는 게 불문율이다.



그런 전통이 오딧세이에 그대로 녹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차별화한 기술을 담아냈다. 카니발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별점은 놀라울 정도의 반 자율주행 오토 크루즈 기능이다. 레이더와 초음파, 카메라를 이용한 오토 크루즈 기능은 앞 차의 속도에 맞게 차량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 따라간다. 사실상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핸들을 놓고 운전을 할 수 있다.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시내 정체 구간에서도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앞 차가 서면 알아서 서 준다. 간단한 악셀링 한번으로 다시 앞 차를 따라간다. 더구나 차선을 읽어내 핸들을 돌려주는 기능은 매력적이다. 상당수 운전자들은 졸음 운전 등으로 차선을 넘어가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험이 한두 번 있을 것이다. 오토 크루즈를 활성화하면 카메라로 차선을 읽어 두 번까지 핸들을 제어해 차선을 따라간다. 이후에는 경고가 들어오고 핸들을 다시 잡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런 기능은 국내에 시판하는 기아 카니발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자율주행의 기본 기능인 모터구동파워스티어링(MDPS)이 아닌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을 달아서다. 차선을 유지시켜 주는 기능 자체를 아예 채용할 수가 없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카니발에는 MDPS를 장착했다. 한국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시트는 자유자재 마법을 부린다. 9인승을 만들기 위해 억지를 부린 카니발의 4열 시트가 오딧세이에 없는 만큼 매력적인 시트 배열이 가능하다.  2열 매직 슬라이드 시트는 중간 시트를 제외하고 전후 좌우 이동이 가능하다. 2열 중간 시트를 떼고 양쪽 시트 옆에 부착된 레버를 위로 당기면 시트가 레일을 따라 좌우로 움직인다. 3열 탑승자가 편리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3열 시트는 뒷면에 당긴 고리(스트랩)을 당기는 간단한 조작으로 테일게이트 적재 공간 아래로 접혀 들어간다. 평평하게 접혀 들어가기 때문에 넓은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3열 뒤 적재 공간은 기존 모델보다 50mm 증가했다. 3열 시트를 접지 않고도 골프백 4개는 가뿐하다. 큰 트렁크뿐 아니라 대형 유모차도 손쉽게 실을 수 있는 공간이다.

<미니밴도 드라이빙 감각이 다르다>

5세대 오딧세이는 파워트레인도 한 걸음 발전을 했다. 가솔린 V6 3.5L i-VTEC 엔진과 혼다가 자체 개발한 10단 자동 변속기를 매칭했다. 기존 4세대 모델에는 6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엔진은 최고 284마력과 36.2kg.m의 토크를 낸다. 가솔린이라 걱정했던 연비는 상상외로 나쁘지 않다. 복합 기준 9.2km/L(도심 7.9km/L 고속 11.5km/L)가 나온다. 고속도로에서는 12km/L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시내 주행을 포함한 실 연비가 9km/L 이상 나온다. 카니발 2.2 디젤 모델의 실연비가 11km/L 인 것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은 오딧세이가 한 단계 위급 형님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레드 컬러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오딧세이를 깨웠다. V6 가솔린 엔진은 예상대로 정숙성이 도드라진다. D/S 버튼을 눌러 드라이브 기어를 넣고 엑셀 페달을 밟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발진한다. 곧바로 경쾌하게 속도를 끌어 올린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진정한 주행 매력은 여기서부터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을 할 때 승차감이 카니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요철을 넘을 때 퉁퉁 튀는 카니발과 달리 제대로 충격을 소화해준다. 특히 코너링과 핸들링은 거대한 덩치의 미니밴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반응한다. 시속 110km로 오토 크루징을 하면 10단으로 변속되면서 1500 부근의 낮은 RPM을 유지한다. 고속도로에서 100km 정도 주행한 결과 연비는 14km/L 이상 나온다.

추월 가속감은 만족스럽다. 엑셀을 꾹 밟으면 저단 변속과 함께 경쾌하게 꾸준히 이어지는 가속력이 온 몸에 전해진다. 4000RPM을 넘어서면서 엔진음이 하이톤으로 돌변한다. 고RPM 엔진의 달인인 혼다가 만들어낸 매력적인 음감이다.

육중한 무게를 부드럽게 제어하는 브레이크는 물론이고 장거리 주행에 피곤함을 느낄 수 없도록 튜닝된 서스펜션은 왜 오딧세이가 미국에서 인기 모델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준 요소다. 2,3열 탑승자의 피로도가 확실히 다르다.

<오딧세이의 품격, 진공 청소기 내장>

오딧세이의 품격은 3열 시트 뒤쪽 트렁크에 달린 진공 청소기에서 실감할 수 있다. 사소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고객을 감동시키기 충분하다. 트렁크 측면 진공청소기(VAC) 커버를 열고 사용한다. 청소기 호스는 2열까지 충분히 와 닿는다. 가족 여행 때마다 아이들이 흘리는 과자 부스러기 청소로 귀찮았던 경험이 한 두 번 씩은 있을 것이다. 제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시동을 끄고도  5분 이상 이용할 수 있다. 먼지 필터는 교체 가능하다. 한국 수입 모델에도 이 기능이 달려 있어 반갑다.

혼다는 어떻게 차량 내부에 청소기를 달 생각을 했을까. 정말 미니밴에 딱인 진공 청소기다,


가족 여행의 동반자인 아이들을 위한 배려는 어떨까. 우선 2열에 3개, 3열에 2개 총 5개의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듯한 캐빈 워치도 눈길을 끈다. 카메라로 1열 모니터를 통해 뒷좌석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2열 상단에 달린 와이드 카메라가 2,3열의 탑승 공간을 보여준다. 기존 운전석 우측 위에 달린 볼록 거울을 전자장치로 바꾼 셈이다. 운전자가 주행 중에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고 2,3열 탑승객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1열 탑승객의 목소리를 마이크를 통해 2,3열의 스피커 및 헤드폰으로 들려 주는 캐빈토크 기능은 장거리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재미를 안겨줄 요소다. 실제 사용해보면 에코 기능으로 목소리가 울리면서 전달된다.



오딧세이는 국내에서 실버·블랙·화이트·메탈 등 총 6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5790만 원이다.

장점: 카니발과 확실하게 차별화한 매력 만점 실내, 피곤이 덜 한 승차감

단점: 한국에서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탈 수 없는 8인승의 한계

김태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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