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中 지리차에 추월당한 현대차..사드는 핑계일 뿐!
[칼럼]中 지리차에 추월당한 현대차..사드는 핑계일 뿐!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5.19 08:00
  • 조회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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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다. 세계 최대인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현대차의 위상과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16년 베이징현대는 중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 114만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들어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  작년 4월 한국에서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도입이 결정되자 중국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현대차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베이징현대는 2017년 중국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대폭 축소해야 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8~9%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5년 7.9%로 감소하더니 2016년에는 7.4%, 2017년에는 4.6%로 급락했다.

현대차는 중국 점유율 하락에 대한 이유로 항상 "사드 사태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드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가 너무나 급격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2018 베이징 모터쇼'의 세가지 키워드를 꼽으면 ‘SUV·전기차·중국 맞춤형’이다.

최근 중국 SUV시장은 급성장중이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2888만대 중 35%인 1025만대가 SUV일 만큼 열풍이 뜨겁다. 세단 위주의 라인업을 운영하던 현대차는 이같은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뒤늦게 SUV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다.

작년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고민이 우리나라만큼이나 큰 중국은 전기차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중극은 2019년부터 완성차 업체가  생산량의 8%를 전기차로 의무 생산하도록 하는 ‘전기차 의무 할당제’를 도입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쏘나타 PHEV 차량을 도입하려 했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 업체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시켜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 현지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첫번째 전기차 위에동 EV를 현지생산중이다.

현대차가 전기차를 도입하고  SUV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뒤늦게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다. 최근 중국 토종차의 품질과 안전도가 크게 높아지는 반면 가격은 여전히 저렴하다.

현대차를 위협하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높였다. 중국 대표 토종 자동차기업인 지리자동차는 2010년 41만6100대 판매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120만2900대를 판매하며 중국내 판매량 6위를 차지했다.  81만6000대를 판매해 9위에 그친 베이징 현대차를 가뿐하게 제쳤다.

지리자동차 리수푸 회장


지리차는 저장성의 길거리 사진사 출신 리수푸가 설립한 회사다. 리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사진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냉장고 사업을 시작해 냉장고 부품을 공급하다가 냉장고 제조까지 뛰어들었다. 자동차를 좋아한 리 회장은 자동차 제조를 꿈꿨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정부는 민간기업의 자동차 제조 진출을 막았다. 리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동차와 관련있는 오토바이 제조를 시작했다. 리 회장은 오토바이 엔진 개발에 성공해 30여개국에 연간 35만대의 오토바이를 수출해 성공했다.

오토바이 제조업으로 성공했지만 자동차의 꿈을 져버리지 않은 리 회장은 벤츠 두 대를 구매해서 분해하고, 홍콩에서 조달한 벤츠 부품과 이치자동차의 홍치 엔진을 조합해 벤츠를 모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가 1997년 도산 직전의 소형버스제조업체와 합작해 차량 생산허가를 따냈다. 하지만 여전히 승용차 생산에 대한 제조허가는 받지 못한 리 회장은 1998년 오토바이 생산공장 용도로 매입한 부지에 몰래 승용차 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승용차 생산을 시작했다. 리 회장은 끊임없는 청원을 한 끝에 2001년 첫번째 민영 자동차 기업으로 생산 허가를 받았다. 정식 허가 이후 생산한 지리차의 평균 가격은 3만위안(약 500만원)에 불과했다. 지리차는 중국 소형 승용차 시장에서 가격인하 경쟁을 촉발했고 자동차 보급에 앞장섰다.

지리자동차와 볼보자동차 로고


지리차는 자동차 후발주자로 선진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투자와 인수 합병에 적극 나섰다. 3년 간의 협상 끝에 2010년 8월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볼보자동차를 인수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수 당시 가용 자금이 많지 않았던 지리차는 볼보 생산라인 건설을 빌미로 지방 정부로부터 대부분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리차는 볼보 인수를 계기로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지리차는 특히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리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6억위안(1조8000억원)으로 전년(51억위안) 대비 100%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볼보도 중국 시장에서 11만4000대를 팔아 2010년(3만대) 대비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57만2000대의 세계판매대수를 기록해 회생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리차와 볼보가 작년 11월 말에 공동으로 출시한 브랜드 링크앤코(Lynk&Co)는 4개월만에 3만여대가 팔리고, 밀린 예약이 3만여대에 달하는 성공을 거뒀다.

링크앤코(Lynk&Co) 모델명 '01'


중국은 최근 '중국 굴기'를 앞세우며 제조업 전반에 걸쳐 세계 도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교육과 제조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2025’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독일과 일본의 제조수준에 도달한 뒤, 2035년까지 독일과 일본을 압도하고, 2045년까지 미국을 따라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견인할 10대 산업으로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장비, 해양장비, 고속철도, 전기자동차, 전력설비, 농기계, 신소재, 바이오산업을 선정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한국 조선업계를 위기에 빠뜨렸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산업 역시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15%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조 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리차는 볼보 인수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 영국택시 블랙캡을 생산하는 ‘망가니즈 브론즈’를 인수했다. 지난해 5월에는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 ‘프로톤’ 주식 49.9%를 사들였으며, 11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비행자동차 스타트업 ‘테라퓨지아’를 인수했고 12월에는 ‘볼보상용차’ 대주주가 됐다. 지난 2월에는 다임러 지분 9.69%를 인수했다. 벤츠를 분해하며 자동차 제조의 꿈을 꾸던 회사가 마침내 벤츠의 대주주가 된 것이다.

지리차는 최근 중국 항저우에 신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50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리차는 “전세계 자동차가 중국을 달리게 할 게 아니라 중국 자동차를 세계로 나가게 하자”라는 리 회장의 말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조감도


현대차의 부진한 실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부동산 투자가 꼽힌다.  중국에서 잘 나가던 현대차는 2014년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 금액이면 지리차가 인수한 볼보 같은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고도 남는다. 같은 해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함께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네바다 주에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기가팩토리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지난해 일부를 완공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대량 생산을 나섰다. 구글은 같은해  알파고를 만든 인공지능 개발 회사 딥마인드를 4억달러에 인수했다.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자율주행차의 핵심 요소는 인공지능(AI)이다.

현대차가 부지 구입 후 착공도 못하고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경쟁 기업들은 자본을 기술투자와 인수에 아낌없이 투입했다. 현대차가 10조원을 땅이 아닌 기술투자에 사용했다면 중국 시장에서의 몰락은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의 성장으로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치열한 자동차시장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지리차는 이제 현대차를 넘어 벤츠를 롤모델로 삼고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고객 충성도가 높지 않다.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일본차,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중국차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대중차 브랜드다.  기술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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