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도요타, 중국서 폴크스바겐 앞에서 꼬리 내리는 이유
세계 1위 도요타, 중국서 폴크스바겐 앞에서 꼬리 내리는 이유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6.08 08:00
  • 조회수 39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일 자동차 브랜드로 세계 1위는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 브랜드는 지난해 938만 대를 팔아 매출액 270조원, 순이익은 역대 최고인 24조원을 기록했다. 독일 폴크스바겐 브랜드는 작년 623만대를 판매해 도요타에 한참 뒤졌다. 물론 아우디 등 8개 브랜드를 보유한 폴크스바겐그룹 전체 판매는 지난해 1074만대로 도요타자동차(렉서스 포함 1039만대)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도요타가 이처럼 많은 판매량과 높은 매출 ·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던 경쟁력으로  '도요타 생산방식'(TPS) 이 꼽힌다. 도요타는 인력·설비 등을 낭비가 없도록 필요한 만큼만 투입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한다. 아울러 도요타는 지난해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및 리콜 수리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순이익을 높였다. 또한 8개의 승용차 산하 브랜드를 보유한 폴크스바겐과 달리, 도요타는 3개(도요타,렉서스, 경차 전용 다이하츠)의 브랜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1위의 도요타 브랜드는 유독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폴크스바겐에 크게 밀리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중국에서 자사 전체 판매량의 51%인 318만 대를 판매했다. 해외 브랜드뿐 아니라 토종을 합쳐 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도요타는 폴크스바겐의 3분의 1 수준인 113만 대를 팔았을 뿐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은 폴크스바겐이 12.7%,도요타가 4.6%로 차이가 크다.

도요타는 왜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걸까. 폴크스바겐이 터줏대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높은 브랜드 가치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인해 중국은 외국 자본 및 기술에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외국 자본의 진입에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 '중국으로 기술 이전 및 부품의 현지 조달'이 그것이다. 이런 제약 조건 때문에 초기에는 대다수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꺼렸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과감하게 중국 진출을 결정했다. 여러 악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폴크스바겐은 1984년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와 합작을 통해 해외 자동차 업체 가우데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또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적절히 이용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신뢰를 구축하며 큰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국민차로 거듭났다.



이렇듯 폴크스바겐은 남보다 먼저 중국에 뛰어들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다. 할머니부터 어린아이까지, 중국인들은 폴크스바겐의 로고인 VW를 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도로 위의 모든 차가 폴크스바겐이다. 따라서 폴크스바겐은 좋은 차"라는 말이 돌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도요타는 일본 표현으로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건너지 않는 보수적인 기업이다. 이리저리 재다가 2003년에서야 중국에 진출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에는 시간이 태부족했다. 또한 상당수 중국인들은 일본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중국인의 취향 적극 반영하는 폴크스바겐

상하이-폴크스바겐의 랑이(朗逸,Lavida Plus)


폴크스바겐은 중국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 사항을 제품에 적극 반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5만 7000대를 판매한 인기 차량 랑이(朗逸,Lavida Plus)다. 큰 차를 선호하는 중국인의 수요를 반영해 폴크스바겐은 랑이의 길이 및 폭을  넓혔다. 고(高)사양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각종 사양을 추가했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캠리 및 RAV4 등 주력제품의 상품성과 디자인에 변화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상하이-폴크스바겐의 랑이(朗逸,Lavida Plus) 내부
내부

폴크스바겐의 직관적인 디자인도 한몫 한다. 폴크스바겐은 정교한 내부 디자인과 넉넉한 뒷좌석 공간 등 많은 방면에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또한 고속도로 주행감 및 소비자 피드백 모두 도요타에 비해 좋다. 반면 도요타의 강점인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내구성은 소비자가 수 년간 주행해봐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과감한 할인 정책 

폴크스바겐의 가격은 낮은 편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3만~5만 위안(500만~900만원) 씩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많이 해주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일종의 판매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랑이(朗逸)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최대 1000만 원의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 폴크스바겐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의 경우도 벤츠 및 BMW에 비해 할인 폭이 크다. 이와 비교하면 도요타의 할인은 상대적으로 적다. 도요타는 평균 2만~3만 위안(300만~500만원) 정도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요코하마국립대 조두섭(경영학부) 교수는 "도요타가 세계 1위를 할 수 있던 강점 중 하나가 내가 먼저 하는 것보다 잘 하는 선두주자를 따라 하는 '미 투' 전략이었다"며 "중국은 이런 전략이 통하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한데다 반일 감정까지 겹쳐 있어 당분간 의미 있는 급성장을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여럿 보인다"고 진단했다.

도요타는 미국,일본 다음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5%도 안 되는 현재 점유율만 보면 중국은 도요타에게 여전히 거대한 잠재 시장이다. 중국에서 폴크스바겐에 대한 도요타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도요타가 보수적인 사풍을 잠시 접어두고 중국에서 언제쯤 공격적인 전략으로 선회할 지 터닝 포인트가 궁금해진다.

한지현 에디터 carguy@carguy.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