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CATL, LG화학 제치고 세계 1위 도전
중국 전기차 배터리 CATL, LG화학 제치고 세계 1위 도전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6.11 08:00
  • 조회수 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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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최근 LG화학,삼성SDI 등 한국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데 이어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파나소닉마저 위협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올해 CATL이 파나소닉을 누르고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중 CATL의 배터리 출하량은 2274.3MWh로 전년 동기 대비 261.1%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CATL은 세계 배터리 출하량 점유율 14.4%로 파나소닉(31.4%)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4위인 LG화학(10.6%)을 두 단계나 앞섰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점유율 11.0%로 3위에 올랐다.

2011년 출범한 CATL의 이같은 급성장을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다. CATL은 2016년 출하량 6247.6MWH로 BYD(7918.1MWh)에 크게 밀렸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56.8%가 늘어난 9797.1MWh를 출하, BYD(6419.6MWh)를 제쳤다. 작년 CATL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7%였다.

CATL은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최근 폴크스바겐, 다임러, 르노닛산얼라이언스,BMW 등 여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으며 배터리 수주 계약을 따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닛산은 자사 전기차 모델 실피(轩逸,Sylphy)에 CATL 배터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다임러AG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CATL과의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중국에 많은 배터리 업체가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기업은 CATL 외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푸젠성(福建省)에 위치한 CATL 공업 단지]
세계 2위 CATL, 성장의 원동력은?

CATL 도약의 일등공신으로 중국 정부를 꼽을 수 있다. CATL이 출범한 2011년을 전후로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대중화 정책을 폈다. 이는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으며 중국 업체들도 속속 전기차 분야에 뛰어들었다. CATL은 지리자동차(吉利)의 대표 전기차인 디하오(帝豪)에 본격적으로 배터리 공급을 시작했다. 디하오 시리즈의 성공으로 CATL은 상품성을 인정받아 화천BMW(BMW와 중국 화천(華晨)자동차의 합작 기업)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CATL은 품질을 세계에 알렸으며 이후 2016년 상하이자동차의 롱웨이(荣威)와 계약을 맺는 등 사세를 급격히 확장했다.

CATL의 약진에는 경쟁 업체인 BYD의 판단 미스 역시 한몫했다. 예전에는 안전성이 높고 가격도 저렴한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압축률이 낮고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2014년 말부터 삼원계 배터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주원료로 쓰는 삼원계 배터리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에 비해 고밀도 저장이 가능하다. CATL은 이런 시장의 흐름을 읽고 바로 삼원계 배터리 제조에 착수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LG화학 등 한국업체의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중단을 통해 한국업체의 손발을 묶어버렸고 CATL은 기술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내 배터리 업계의 선두 주자였던 비야디는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리튬 인산철 배터리에 매달렸다. 이는 CATL이 비야디를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기술을 중시하는 CATL의 가치관도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CATL은 배터리 기술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핵심 가치관으로 삼는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에서 CATL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청위췬(曾毓群)은 "현재 CATL이 개발중인 배터리는 최대 항속거리가 600km에 달하며, 30분 고속 충전으로 500km 주행이 가능한 상태다. 이 두 기능은 머지않아 크게 발전할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CATL은 외국 기업과의 협상에 있어 개방적이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겸손한 자세는 CATL의 강점이다.

영광 뒤에 숨은 고민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CATL에게도 고민은 있다. 과연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세계 2위의 영광 뒤에 숨은 그림자 또한 만만치 않은 셈이다.

2016년, 중국 정부는 중국 배터리 업계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화이트리스트'를 공개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선정한 우수 기업 리스트다. 이 리스트에 한국 배터리 업체는 포함되지 않았고,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그해 12월부터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중국서 전기차 보조금은 가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보조금 없이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배터리 업체는 판매에 큰 제한을 받게 됐으며 이는 CATL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지난 5월 2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이 발표한 '차량동력축전지·수소연료전지 산업 화이트리스트'의 1차 명단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내 합작법인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포함됐다. 물론 한국 업체들은 화이트리스트에 선발됐어도 여전히 보조금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그렇다 해도 CATL 등 중국업체에 대한 보호막이 한꺼풀 벗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로컬 브랜드에 대한 '밀어주기'의 강도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이 가능하다.

최근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CATL의 공모가는 당초 계획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다. 중국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 계획으로 이익 구조가 훼손된데다 배터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라는 악재 때문으로 분석됐다. CATL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한지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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