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칼럼]나쁜남자 연상, 1억5천만원 골프GTI 어떤차
[이경섭칼럼]나쁜남자 연상, 1억5천만원 골프GTI 어떤차
  • 이경섭 에디터
  • 승인 2017.12.12 08:15
  • 조회수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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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벤츠 같은 거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튜닝 모터쇼는 거들떠 보지 않았다.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메르체데스벤츠·BMW·아우디 등 기존 프리미엄 메이커는 물론 폴크스바겐·포드·푸조·스코다 심지어 러시아의 라다까지 튜닝모터쇼에 참가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량생산 메이커가 직접 참가하기보다는 메르세데스는 AMG, 폴크스바겐은 폴크스바겐 모터스포츠사(Volkswagen Motorsport GmbH) 같은 별도의 자회사가 참가한다. 아직도 스포츠카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자리잡지 못한 아시아의 자동차 회사들은 참가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스포츠카 분야에 조금 앞섰다는 렉서스나 닛산 같은 일본 메이커도 아직은 독일 현지 딜러를 통해 참가하고 있을 뿐이다. 푸조·스코다·포드· 포르쉐·르노·라다 같은 유럽 업체들은 대부분 자사 스포츠  모델로 참가한다.

에센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포드 머스탱 GT4 
에센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포드 머스탱 GT4 

이들 메이커는 튜닝모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커스터머 스포츠(customer sports)모델' 혹은 '한정판 인디비주얼 모델'이라고 한다. 자회사를 설립해 참가하기도 하지만 유명 튜닝회사와 협력한 경우도 있다. 좋은 예가 포르쉐다. 포르쉐는 만타이레이싱(Manthey Racing)이 튜닝한 GT3모델을 함께 전시했다.

 
포르쉐는 만타이 레이싱팀과 함께 참가했다. 유럽에서 메이커와 튜닝업체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력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주 좋은 파트너개념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아직은 개인의 특성과 개성에 맞게 직접 튜닝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에센의 튜닝모터쇼는 개인이 직접 튜닝할 수 있는 다양한 자동차 튜닝부품전시회로서 가치가 더 크다.

관람객 대부분은 젊은이다.  이들은 수많은 튜닝 모델을 보고 자기 개성에 맞는 부품을 골라서 자기의 차를 꾸미고 싶어한다.

튜닝과 레이싱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래서 메이커가 만든 모터스포츠라는 이름의 자회사도 스포츠 레이싱모델을 제작하는데 촛점을 맞춘다. 국내엔 메르체데스 AMG와 BMW의 M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폴크스바겐은 1968년부터 각종 자동차 경주대회 및 랠리에 참가한 경험을 토대로 2012년에 폴크스바겐 모터스포츠회사(Volkswagen Motorsport GmbH)를 설립했다. 자회사인 폴크스바겐 모터스포츠사는 폴크스바겐 양산 모델을 기반으로 레이스와 일반 스포츠주행 겸용 자동차로 개조한다. 에센 튜닝모터쇼에 처음 공개한 2018년형 골프 GTI TCR 2018 부스에 많은 독일 젊은이들이 몰렸다.




폴크스바겐 골프 GTI TCR 모델은 투어링카 경주대회인 TCR에 참가할 수 있는 레이스 전문용으로 제작한 모델이다. 떡 벌어진 넓은 팬더와 낮은 자세로 각을 잡은 자세가  웬지 나쁜 남자의 매력을 발산한다.


2018년형 골프 GTI TCR은 350마력으로 0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이 5.6초다. 2016년에 정한 TCR규칙에 따르면 최고 330마력, 배기량 2.0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19년부터 최고출력이 350마력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규정이 바뀔 것까지 미리 예상하고 차를 제작한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한편 디젤게이트가 떠오르면서 '진짜 그럴까'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한다.

폴크스바겐 골프 GTI 양산 모델은 2만9970유로(3900만원)가 기본 가격이다. 하지만 같은 차체와 엔진 베이스로 제작되는 골프 GTI TCR모델의 가격은 11만5000유로(1억5천만원)다. 메이커들이 군침흘리며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세그먼트다. 더구나 아무 업체나 마구 진입하지 못하는 시장이기도 하니 더욱 더 그렇다.

TCR출전 조건은 규정에 따라 투어링카만 참가할 수 있다. 투어링카란 양산제품을 기본으로 레이스에 맞게 튜닝한 레이스용 전문자동차를 말한다.

한국 자동차메이커들도 TCR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지만 이번 에센모터쇼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 i30 N같은 고성능 모델은 한국에서도 튜닝차로서 가치가 있을 듯 한데 말이다. 아직까지가 아니라 앞으로도 한국에 튜닝 문화가 꽃 필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미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경섭 특파원(독일 에센)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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