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60, 달릴 때보다 서 있는 게 좋은 차
[시승기] 볼보 XC60, 달릴 때보다 서 있는 게 좋은 차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1.11 08:18
  • 조회수 1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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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1927년 스웨덴 최대의 볼베어링 회사 직원인 아서 가브리엘슨과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슨이 설립했다. 이후 자동차를 비롯해 트랙터 등 여러 분야의 제조를 시작한다. 1959년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뒤 세계 자동차 업체에 로열티 없이 공급하면서 자동차 안전을 한 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볼보는 명실상부한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1999년 볼보그룹이 중장비와 건설기계 등의 부문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하면서 승용 부문은 미국 포드자동차에 넘어간다.

포드자동차에 매각된 이후에도 볼보는 안전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다. 그러나 포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고유가와 2007년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10년 볼보자동차를 중국 지리자동차에 18억 달러에 매각했다. 볼보의 중국 시대 개막이다.

지리자동차는 값싼 자동차를 만드는 중국의 토종 브랜드이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볼보에 이어 로터스까지 인수하며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 2010년 볼보가 중국의 지리자동차로 넘어갔을 당시에 사람들은 탄식했다. 볼보의 안전에 대한 명맥이 끊길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지리 자동차는 볼보자동차의 연구∙개발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신차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했다. 볼보자동차 입장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한 층 성숙시킬 기회가 된 것이다. 새옹지마의 전형이다.

볼보는 이 기회를 십분 이용했다. 고급차도 아닌 게 그렇다고 대중차로 보기엔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어정쩡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접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을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대형 SUV XC90이다. 휘황찬란한 실내보다는 포근한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심어 넣었다. 게다가 손에 잡히는 모든 소재를 고급화하여 탑승자로 하여금 '비싼차'라는 인식을 각인시킨다.

프리미엄 실내와 내장재

XC60은 북유럽 감성을 한껏 살린 포근한 실내를 가지고 있다.


XC90의 디자인 철학은 S90과 V90(크로스컨트리)로 이어졌고, 올해 하반기 출시된 따근한 신차인 XC60에도 그대로 전수됐다. XC60의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오면 우선 편안하다. 추운 겨울 얼굴이 거의 다 얼어갈 때 즈음 난방이 잘 되어있는 스웨덴의 고급 호텔에 들어온 기분이다.

버튼이 거의 없는 센터페시아는 대 화면의 디스플레이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만져지는 모든 곳의 촉감이 부드럽다. 어느 한 곳 모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고급차에 탑승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이 차는 1세대 XC60보다 전장은 늘었지만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졌다. 즉 트렁크 공간을 위해 리어 오버행을 늘린 것이다. 따라서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넉넉하다. 하지만 실내 공간에 영향을 주는 축거가 늘었지만 2열의 무릎 공간은 그만큼 넉넉하진 않다. 2열 시트 아래쪽에는 자그마한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태블릿 같은 얇은 전자기기를 수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리어 오버행이 늘어 넓어진 트렁크 공간을 지닌다.


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디젤이지만 정숙성이 대단하다. RPM 게이지의 높아지는 회전수가 시동이 걸린 것을 알려줄 뿐이다. 대화 중 몰래 시동을 걸면 눈치를 못 챌 수도 있을 것 같다. 완벽히 전자화된 계기판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출발하기 위해 시트를 조정했다. 전∙후, 상∙하 움직임과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레버는 여느 차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시트의 다른 부분을 조작하는 것은 직관적이지 않다. 럼버 서포트와 요추 받침대, 다리 지지대, 안마 기능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이 기능들은 시트의 좌측 휠을 이용하여 선택한 뒤 작동시킬 수 있다. 항상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떤 기능이 선택되어 있고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조장치와 각종 편의장비를 끄는 버튼이 모두 디스플레이 안쪽에 마련되어 있다. 조작 과정이 복잡해서 운전하면서 조작하기 불편할 수 있겠다. 실제 기존 XC90을 타는 운전자도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적재 공간은 커졌지만 프런트 오버행이 많이 짧아져 뒷좌석 무릎 공간에 여유가 없다.


이 차의 가장 큰 단점 하나. 내비게이션은 재앙에 가까웠다.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면 현재 위치를 찾는 것조차 애를 먹는다. 더구나 내비게이션의 안내만 믿고 고속도로를 들어갔다가는 오도 가도 못하는 미아가 될 수도 있다. 나들목에서 통행권을 받고 수분이 지났을 즈음 내비게이션이 음성 안내로 말을 건다. 갑자기 가능하면 유턴하란다.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데 계기판에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는 속도계는 제한속도 40km/h를 가리킨다. 이 내비게이션을 믿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섰다.

안전한 볼보, 전자장비 불량은 언제 해결될까

볼보자동차코리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XC60 안전 관련 편의장비 설명


잘못된 것은 내비게이션뿐 만이 아니다. 최신 전자 장비의 잦은 고장은 볼보 오너들을 괴롭게 한다.

출고한 지 한 달도 안된 시승차 역시 마찬가지다. 주행한 지 몇 분도 안돼 계기판에 경고가 하나 뜬다. 확인해보니 ‘시티 세이프티 기능 감소 서비스 방문’이라고 쓰여있다. 그리고 좌∙우측에 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사이드 미러엔 어떠한 경고도 표출해주지 않는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또한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키려 하자 다시 한 번 ‘기능 감소 서비스 방문’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당연히 파일럿 어시스트도 작동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차선 유지 장치만 간간이 스티어링휠을 툭툭 쳐 줄 뿐이다. 많은 전자장비가 한꺼번에 먹통이 되니 ‘볼보가 정말 안전한 차가 맞긴 한 걸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기계보다 전자장비가 모든 기능의 작동을 가로막는 셈이다.

물론 다른 볼보 차량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 시승차 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차가의 증상이 일반적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이미 볼보 동호회에는 S90,XC90의 대 화면 디스플레이의 잦은 작동 불량, 각종 전자장비의 오작동에 대한 불만과 결함이 도배될 정도다.

다음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정이다. "큰맘먹고 7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XC60을 인수했다. 현재 주행거리는 고작 1200km 남짓이다. 그러나 이 차에 달려있는 모든 안전 관련 편의장비가 작동을 하지 않고 내비게이션은 고속도로에서 유턴하라는 터무니없는 지시를 내린다. 물론 보증기간 내이기에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새 차를 뽑은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차를 며칠씩, 몇 번이나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켜야 한다면  좋은 차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무수한 전자장비=무수한 잔고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그러나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운전자가 없이도 스스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자율 주행 세상마저 이미 태동했다. 이런 전자장비의 고장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극강의 부드러움, 진정한 가족용 SUV

매력적인 뒷모습. 볼보 특유의 길게 내려온 리어램프를 가지고 있다.


전자장비 상당 기능이  모두 먹통이 되는 문제는 있었지만 어찌 됐건 차는 달린다. 시동을 걸 때 느껴졌던 정숙성은 고속에서도 이어진다. 엔진이 회전수를 높여도 차 안으로 유입되는 소음은 거의 없다. RPM 게이지가 없었더라면 디젤인 줄 몰랐을 정도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리뿐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도 매우 철저하게 차단한다. 고속에서도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노면의 상황도 철저하게 걸러내는 편이다. 어떠한 요철도 부드럽게 넘길 뿐, 실내에 불쾌감을 주는 충격은 들여보내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무척 부드럽다. 독일차와 다른 세팅이다. 그래서인지 굽이 길을 빠르게 주파하는 행위는 불가하다. 높고 부드러운 차체가 요동칠 뿐이다. 당연히 핸들링 특성도 날카롭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드러울 뿐이다. 이 차의 성격과 매우 부합하는 서스펜션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부드럽게 가고, 부드럽게 돈다. 그러나 서는 것마저 부드럽다. 아무리 깊게 페달을 즈려 밟아도 차가 부드럽게 선다. 1.8톤이 넘는 차에 적용된 브레이크는 한없이 부족하다. 다른 안전장비는 백번 양보해서 단순한 편의장비라고 치자. 그러나 브레이크는 사고를 예방하는 1차 안전장비이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가 브레이크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XC60은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다.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정숙성은 그 어떤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다. 그러나 아직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라가기엔 부족한 면모가 여럿 보인다.

우선 미션의 직결감이라던지 주행 질감 면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아래 모습을 보인다. 전자장비의 완성도 면에서도 개선점이 여럿이다. 첨단 이미지를 위해 버튼을 디스플레이에 모두 넣으면서 모든 조작이 직관적이지 못하다. 달리는 기본 기능보다는 서 있을 때 아름답고 알찬 차라는 점이다.


단순한 고급스러움과 프리미엄은 다르다. 확실히 지금의 볼보는 단순히 고급스러울 뿐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다.  물론 일취월장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는 있다. 7510만 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프리미엄보다는 '첨단 기능을 잔뜩 단 고가차(비싼 차)'라는 느낌이다. 단 화려한 장비와 디자인, 인테리어,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XC60은 정답이다.

<볼보 XC60 D4 AWD 제원>

▲볼보 XC60 D4 AWD의 제원표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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