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섞어 나만의 디시를 만들다, 미쉬매쉬 김민지
이것저것 섞어 나만의 디시를 만들다, 미쉬매쉬 김민지
  • 이상민 에디터
  • 승인 2017.11.21 18:02
  • 조회수 2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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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hef_컨템퍼러리  코리안


우아한 셰프칼로 투명하게 뜬 광어 위에 시어링한 꽈리고추와 실파를 솔솔 뿌린 다음, 초고추장 캐비어를 올린 ‘광어 크루도’,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힌 덴마크식 보쌈에 김치 마멀레이드를 가니시한 ‘포키포크’... 플레이팅은 영락없는 유러피안 요리의 한 장면이지만, 그 맛은 완전 한식. 이것저것 섞여있다는 뜻 ‘미쉬매쉬’의 김 윈드 민지 오너셰프다.


Editor_이상민  Photographer_ Stage1 이종민



영국 향수 브랜드와 유명 프랑스 스파 브랜드, 고급 이탈리안 비스트로... 힙하다는 브랜드들 다 모아놓은 이태원 뒷골목에 청록색 벽면에 빨간 문의 작은 비스트로 ‘미쉬매쉬’. 작은 테라스를 끼고 마법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밀조밀한 테이블 열 개 남짓과 오픈 키친, 다국적의 스태프들이 분주히 요리하고 있다.


매일 아침 경동시장에서 장을 봐 본인의 SUV에 가득 싣고 온다는 눈이 커다란 그녀. 유명 한식 레스토랑 ‘용수산’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항상 요리책을 보고 자랐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도 항상 시도했어야 했던 외국에서의 오랜 시간을 보냈다. 16세에 덴마크로 가면서부터 코펜하겐 친구집에 모여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해서 서로 나눠먹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녀의 요리에의 소질은 익히 유명했다.




영국, 미국, 덴마크, 프랑스에서의 경험을 한 플레이트에

한국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 윈드 민지 셰프는 한국과 덴마크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려서부터 특별히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의 ‘SAIC(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를 졸업하고,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에서 수학했다. 그 후 스위스 글리옹 경영대학(Glion Institute of Higher Education)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며 자신의 적성을 확인했다.


본격적으로 레스토랑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덴마크로 돌아가 덴마크 전통음식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2스타인 ‘코케리엇 코펜하겟(Kokkeriet Copenhagen)’에서 홀직원으로 일하며 실무를 익혔다. 취미가 아닌 요리사로서의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다시 프랑스로 가 ‘페랑디 요리학교(Ecole Ferrandi)’에서 인텐스 코스를 수료 후, 파리 ‘퀸소 레스토랑(Quinsou restaurant)’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홀이 아닌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많은 것을 배운 그곳의 안토닝 보네트(Antonin Bonnet)셰프는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바로 연락하는 그녀의 멘토다.

10대 후반부터 누구보다 가열차게 달려온 그녀는 3년여 전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왔고, ‘용수산’에서 어머니 일을 돕다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요리스타일을 펼쳐보이고 싶어 2016년 6월 현재의 자리에 ‘미쉬매쉬’를 열었다.




이런 긴 스토리 때문인지 미쉬매쉬의 벽 책장에는 십여 년간 그녀가 보고 공부했던 요리관련 서적은 물론, 각종 패션 서적, 손때 묻는 디자인 서적들이 빼곡하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종주국이 덴마크인 레고들도 간혹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그녀 옆에 있는 것. 필통과 색연필과 연습장이다. 요리에 대한 영감이 떠오를 때면 언제어디서나 스케치하는 오랜 습관을 위해서라고.


 당당히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으로

다년간의 글로벌한 경험과 수많은 시도의 흔적은 그녀의 요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꽈리고추 장아찌를 튀겨 함께 내는 수제 아이올리에는 된장을 믹스해 한식의 느낌을 살리고, 주문 제작 솥으로 지어낸 마늘솥밥은 한국인의 밥심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 한 폭의 그림같은 디저트도 알고보면 제대로 한식이다. 글루텐프리로 만든 호도케이크에는 청양고추로 토핑했고, 직접 만든 단호박 아이스크림과 함께 내는 빵 모양 큐브의 속은 쫄깃한 떡이다.




“좋은 음식이 꼭 비싼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돈의 가치보다 맛있는 음식이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나를 요리하게 해요. 퓨전한식? 모던한식? 그게 뭔지 잘 몰라요. 다만 스테이크에 갈비소스나 김치소스 뿌려준다고 한식은 아니잖아요. 예쁘지만 맛은 좀 더 한식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예를 들면 분자요리로 만든 초고추장 캐비어나 된장 아이올리 같은 요리들을 계속 개발해 나갈 겁니다.” 다음 시즌 메뉴의 재료는 한식 재료이지만, 외국인들도 즐기는 순대와 오리고기로 구상하고 있다고.





자세한 내용은 12월에 발행되는 무크지 <모빌리스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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