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고성능 왜건의 진수 푸조 508SW..V60 나와봐!
[시승기]고성능 왜건의 진수 푸조 508SW..V60 나와봐!
  • 홍성국
  • 승인 2019.09.09 08:00
  • 조회수 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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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사회문화를 제대로 반영한 상품이 자동차라는 얘기다. 자국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프랑스 자동차는 그 누가 뭐라해도 그들만의 신념을 관철시켜왔다. 2000년대 초까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눈치를 안 봤던 거의 유일한 자동차가 프랑스 차다. 아울러 미국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 실패한 이탈리아 피아트도 비슷했다. 

피아트 멀티플라, 못생긴 디자인으로 혹평이 끊이지 않았다
피아트 멀티플라, 못생긴 디자인으로 혹평이 나왔지만 기능성은 탁월했다

일례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차 특유의 작고 인색한 컵홀더는 ‘커피는 광장에서 느긋하게 마셔야지’라는 그들의 생각이 투영된 결과였다. 남들과는 다름을 추구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차의 특징은 피아트 멀티플라로 실현되었다. 독특한 디자인에 싼 내장재를 사용해 세계 시장에서는 마감이 좋지 않은 저렴한 차 정도로 인식됐지만 작은 차체에 넓은 실내공간과 기능성은 탁월했다. 

이런 프랑스 자동차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저렴한 소재인 직물을 고급화해 실용성뿐 아니라 고급스러움을 두루 갖추었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계기판을 높이 올려 대체했다. 실용이라는 그들 본연의 문화는 여전히 그 안에 녹여 놓으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탈피, 세계로 진출을 시작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세련된 비즈니스 , 근데 양말이 흰색

푸조는 최근 변화를 거듭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푸조는 최근 변화를 거듭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푸조 508SW가 그 변화의 절정에 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준중형 SUV 3008에서 최초로 적용된 실내 디자인 구성을 많이 닮아 있다. 되려 더 좋은 소재로 내실을 다졌다. GT-line 트림에 적용되는 나파가죽 시트는 정말 고급스럽고 부드럽다. 직물만 잘 쓰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듯 가죽 마감이 훌륭하다.

8인치 터치스크린은 이전 모델보다 훨씬 뛰어난 반응성을 보여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미러링을 모두 지원한다. 12.3인치의 푸조 특유의 i-cockpit 계기판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대체한다. 고개를 아래로 숙일 필요가 없다. 운전할 때 높은 시인성을 보여준다. 아래와 위를 모두 깎아놓은 듯한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운전에 재미를 더한다. 

정장을 입은 세련된 직장인이 생각나는 실내 디자인
정장을 입은 세련된 직장인이 생각나는 실내 디자인

기어 노브 형상은 비행기 조이스틱을 보는 듯하다. 운전중에 손으로 잡고 있어도 편안할 뿐 아니라 조작감도 탁월하다. 공조장치 버튼은 터치식이다. 누르면 삑 소리로 피드백을 해줘 재차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컵홀더에 인색한 푸조가 왠일로 넓고 깊은 컵홀더를 마련해 놓았다. 기어노브 오른쪽으로 콘솔을 하나 더 만들어서 작은 물건을 넣기에 안성맞춤이다. 콘솔을 여는 방식도 특이하다. 후크를 아래쪽으로 밀어줘야 하는데 열 때마다 스프링 소리가 나 다소 조잡한 느낌을 준다. 

시트는 허벅지 지지대가 수동이고 나머지는 전동식이다. 안마기능도 들어가 있다. 시원하기 보다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풀어주는 정도다. 시트는 매력적이다. 편안함뿐 아니라 피로감이 적다. 뒷좌석은 각도가 세워져 있어 장거리는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 

빨간 원 안에 위치한 USB 단자는 찾아서 연결선을 꽂기 불편하다
빨간 원 안에 위치한 USB 단자는 찾아서 연결선을 꽂기 불편하다

 휴대전화 무선 충전패드와 USB단자는 센터페시아 뒷쪽 숨겨진 수납 공간에 위치한다. 덕분에 운전하면서 센터페시아와 콘솔이 휴대전화와 USB 연결선으로 뒤섞여 난잡해질 일은 없다. 사용성은 다소 불편하다. 라이트를 넣어놔서 위치 파악은 쉽지만 손을 넣어 USB를 꽂기도 어렵고 휴대전화를 넣고 빼는데 불편하다. 아예 전용 케이블을 꽂아두고 사용하는 식이다. 

뒷좌석 공간은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에 불편한 느낌이다
뒷좌석은 장거리 주행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뒷좌석에는 양쪽 승객을 위한 2개의 USB 단자가 들어가 있다. 휠베이스가 짧아 무릎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머리공간은 왜건 디자인 답게 넉넉하다. 암레스트가 너무 얕아 컵홀더로 쓰기 보다는 휴대전화 수납이 가능한 수준이다. 

실내는 대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재질과 마감품질을 보여준다. 뒷좌석 컵홀더는 너무 작고 사용하기 불편한 수준이다.

 

실용적인 왜, 세련된 프랑스를 만나다.

웨건 답게 광활한 트렁크 공간을 보여준다
웨건 답게 광활하고 직사각형 형태의 트렁크 공간을 보여준다

왜건 답게 트렁크 공간은 넓다 못해 광활하다. 게다가 공간 활용을 위해 쇼크업소버를 안쪽으로 많이 뉘여놨다. 휠하우스 공간을 오롯이 적재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동식 테일 게이트가 적용돼 발짓 한 번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뒷좌석 시트를 모두 접어서 풀플랫 상태를 만들면 성인 세명이 누워 자도 충분한 공간이다. 차박용 차량으로도 그만이다. 2열 시트를 누일때 스프링 강도가 상당히 세다. 제자리로 되돌리기가 힘든 것은 단점이다. 

코너링 램프의 조사반경이 넓어 모퉁이를 돌 때 큰 도움이 된다
코너링 램프의 조사반경이 넓어 모퉁이를 돌 때 큰 도움이 된다

풀 LED 헤드램프의 시인성도 훌륭하다. 코너링 램프는 그릴과 가까운 헤드램프에서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으로 조사한다. 어두운 밤 보이지 않는 모퉁이를 돌 때 꽤 도움을 준다. 

엄청난 적재공간과 실내공간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왜건 인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우선 가격이 세단보다 비싸다는 점, 아울러 못생긴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왜건의 더 큰 장점을 가로 막고 있다. 

508의 DRL은 사자의 송곳니를 연상시킨다. 웨건임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형상을 띄는 게 특징이다
DRL은 사자의 송곳니를 연상시킨다. 왜건임에도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508SW의 디자인은 미의 선두주자인 프랑스 브랜드 답게 유려하다. 길게 늘어내려와 있는 DRL은 사자의 송곳니를 연상시킨다. 우둔해 보일 수 있는 후면부를 날렵한 C필러 디자인으로 날렵함을 가미했다.

리어램프는 큰 세개의 그룹을 각각 또 세개로 세분화 했다. 각 램프 그룹의 마지막 라인마다 잔상을 남겨서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왜건은 못생기고, 우둔해 보인다는 기존의 인식을 탈피하는 날렵하고 유려한 모습이다. 

 

한결같이 부드럽게, 편안하게.

‘승차감과 달리기 성능은 양립할 수 없다’는 기본 명제를 보기좋게 깨는 브랜드가 바로 푸조다. 긴 스트로크와 말랑한 댐퍼를 이용해 언제나 부드럽게 승객을 맞이한다. 코너를 진입하면 기분 좋은 롤링을 허용하면서 날렵하게 돌아나간다.

푸조 특유의 승차감을 그대로 간직한 채 크기를 키웠다
푸조 특유의 나긋한 승차감을 그대로 간직한 채 크기를 키웠다

그렇다고 절대 휘청거리거나 허둥대지 않는다. 첫 번째 충격은 부드럽다. 그러나 뒤의 진동은 빠르게 걸러낸다. 롤링을 허용하면서도 있는 힘껏 차를 노면에 붙들어 잡는다. 자기 할일을 끝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부드러운 자동차로 돌아간다.

푸조의 기함급 세단인 508SW도 기본적인 푸조의 하체 세팅을 그대로 가져왔다. 상당히 만족스럽다. 다만 큰 차체와 전장을 지닌 508SW는 무게를 버티기 위해 조금 더 단단하게 서스펜션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그 어떤 동급 세단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닌다. 

2.0L 디젤 엔진의 회전질감이나 출력은 전혀 아쉬움이 없다. 추월가속력과 가속력 모두 답답함이 없다. 엑셀을 떼는 즉시 퓨얼컷이 작동돼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고속도로 75%와 시내 구간 25%가 모두 포함된 도로에서 18.8km/l의 놀라운연비를 표시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변속기 출발시점이다. 수동변속기가 아닌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출발 시에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이 다소 강하게 든다.

이 차에 적용된 반 자율주행은 좌측 방향지시등을 점등하면 앞에 차가 설정거리보다 가까워지도록 가속을 진행한다. 추월을 위해 엑셀을 밟아줘야 하는 다른 반자율 주행 기능과는 차별되는 장점이다. 한 층 운전이 쉬워진다. 

다만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은 다른 제조사 반자율 주행 기능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직선구간에서도 계속 보타를 해 핸들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높은 상품성을 지닌 V60에도 뒤지지 않는 상품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높은 상품성을 지닌 V60에도 뒤지지 않는 상품성으로 무장했다

경쟁자는 V60? 

볼보는 지리자동차가 인수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지금은 프리미엄 브랜드 초입에 어느정도 자리잡은 듯하다. 그러나 푸조는 아직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보다 대중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대중차지만 폭스바겐과 비슷한 상위 포지션이라고 할까. 

508SW는 상품으로만 보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막강한 경쟁자인 볼보 V60 기본형 모델 5280만원보다 90만원 저렴한 5190만원이다. GT-line 단일트림으로 출시해서 선택권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꽤 괜찮은 옵션으로 구성했다. 더구나 수 백만원 할인 프로모션이 더해져 4천만원대 중후반에 구입할 수 있다. 실용성과 멋,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선호한다면 508SW는 장바구니에 넣어도 충분한 차다. 

푸조 508SW GT-Line 제원표
푸조 508SW GT-Line 제원표

한줄평

장점: 왜건의 실용성, 만족스러운 출력과 하체세팅. 그럼에도 놀라운 수준의 연비

단점: 곳곳에 보이는 생뚱맞음. 낮은 브랜드 인지도

 

홍성국 에디터 sk.hong@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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