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귀가 즐거운 뉴트로의 정석, 메르세데스-AMG G63
[시승기]귀가 즐거운 뉴트로의 정석, 메르세데스-AMG G63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03.11 09:00
  • 조회수 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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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G63
메르세데스-AMG G63

실용성이란 단어는 메르세데스-AMG G63과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인 친환경, 첨단 IT와도 거리가 멀다. 지축을 뒤흔드는 우렁찬 배기음과 좌중을 압도하는 우람한 풍채 만으로 이 차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G-클래스를 한 단어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고민할 필요없이 ‘뉴트로(Newtro)’다.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복고(Retro)를 새롭게(New)한다는 뜻이다. G63 외관은 네모난 깍두기 그 자체다. 곡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각이 진다.

차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봐도 G-클래스가 군용차 태생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견고한 외장 보호 스트랩, 노출형 스페어 타이어, 버튼을 눌러 여는 도어 손잡이, 보닛 위로 솟아 있는 방향지시등 등 모두 1979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G-클래스 디자인 정체성이다.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곳곳에 최신 기술을 심었다. 가령, 헤드램프 안쪽에는 84개의 개별 컨트롤이 가능한 고성능 LED 모듈을 장착했다. 야간에 시동을 걸면 LED가 춤을 추듯 세레모니를 선보인다. 동그란 헤드램프를 둘러 싼 둥근 주간주행등과 사다리꼴의 펜더 모두 G-클래스의 특징을 분명히 드러내는 요소다.

전장에서 막 돌아온 강인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화려함 그 자체. 나파 가죽과 카본, 알칸타라와 같은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12.3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두 개를 양쪽으로 붙여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로 활용한다.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불만이지만 애플 카플레이를 유선으로 지원해 활용도가 나쁘지 않다. 계기반은 3가지 모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선 스티어링 휠 왼편에 자리한 새끼 손가락 손톱 만한 터치 패드를 이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적응이 쉽다.

나머지 실내는 고급 소재와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 외에는 특별한 점을 찾기 어렵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편의장비는 넉넉하다. 1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그 흔한 무선 충전 패드는 없지만 USB 충전 포트 두 개와 12V 파워아울렛도 마련했다. 부메스터 오디오는 예상보다 실망이다. 출력이 높아 음량은 크지만 섬세함이 떨어진다. 저음만 부각돼 선명도가 아쉽다.

전장 4880mm, 전폭 1985mm로 수치만 보면 대형 SUV 급은 아니다. 차량 안에 탑승해보면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흠칫 놀란다. 2열에 신장 179cm 기자가 착석하면 무릎 공간은 주먹 하나가 간신히 들어간다. 머리 공간은 매우 여유롭다. 전고가 1975mm에 달하는 데다가 각진 디자인이라 그렇다. 2열 편의장비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센터 콘솔 박스 뒤에 B필러 마련한 송풍구, 3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시트 등이 있다.

트렁크는 기본 667L에 2열을 폴딩하면 1941L까지 확장된다. 2열 폴딩은 간단하다. 방석을 앞쪽으로 들어올리고 시트 옆에 달린 레버를 당기면 손 쉽게 접을 수 있다. 2열과 트렁크 사이에 높은 턱이 있지만 긴 짐을 수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시승한 모델은 벤츠 고성능 모델인 AMG로 V8 4.0L 가솔린 바이터보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AMG 퍼포먼스 4MATIC 시스템이 접목되어 있다.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6kg.m를 발휘한다. 터보 엔진임에도 7000RPM 부근까지 회전한다.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시점은 6000RPM으로 자연흡기 엔진에 버금가는 엔진회전수를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단 4.5초다. 각진 디자인에 큰 덩치를 가진 SUV라고 얕봤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최고속도는 220km/h로 고성능 엔진이 장착된 모델치고 낮은 편이지만 차체를 밀고 나가는 펀치감이 상당하다. 가속 페달을 짓이기며 밟으면 금세 제한속도에 다다른다. 고속 영역에서 재가속도 망설임이 없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AMG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질주를 시작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4000RPM 부근에서 터지는 일명 팝콘소리(후연소 배기음)도 들을 수 있다. 가속력보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중후한 배기음이 한층 매력이다.

G63 공기저항계수는 0.55다. 바람을 거스른다는 것보단 바람에 맞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복합연비는 5.9km/L. V8 터보 엔진에 큰 덩치를 가진 만큼 높은 연료 효율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비책은 마련되어 있다. 컴포트 모드로 바꾸고 정속 주행을 지속하면 8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가 작동을 멈추는 실린더 휴지 기능이다. 이 덕분인지 정속 주행 중에는 예상보다 좋은 8km/L 내외의 연비를 기록한다. 막히는 서울 도심 출퇴근 길에선 리터당 3km 언저리까지 떨어진다. 예상보다 기름 게이지가 떨어지지 않아 확인해보니 연료통의 크기가 무려 100L다. 연료통을 완전히 비운 뒤 고급휘발유(리터당 1650원으로 계산)를 넣는다고 계산하면 무려 16만5천원 어치를 주유해야 한다.

AMG G63은 오프로드에서도 강인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1, 2, 3이라는 숫자가 써진 3개의 버튼이 있다. 순서대로 누르면 센터-뒤-앞 순으로 디퍼렌셜 락 기능이 작동한다. 저속 사륜구동 모드인 로우 레인지와 트레일 모드를 활성화하면 험한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최대 수심 70cm까지 도강도 가능하다.

첨단 주행보조 장비는 기본에 충실하다.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고,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며, 차선을 벗어나는 것을 막아준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는 시스템이 빠진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AMG G63의 가장 큰 매력은 하차감과 배기음이다. 여기에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즐길 수 있어 출퇴근용으로도 가능하다. V8 엔진 특유의 배기음과 ‘철컥’소리를 내며 닫히는 도어 모두 귀를 즐겁게 한다. 2억원이 넘는 가격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찾는다면 더 이상 대체재는 없다.

한 줄 평

장점 : 중저음으로 깔리는 우렁찬 V8 배기음과 엄청난 하차감

단점 : 2억원이 넘는 모델임에도 실내 버튼의 질감은 소형 벤츠 수준

메르세데스-AMG G63

엔진

V8 4.0L 바이터보 가솔린

변속기

AMG 스피드시프트 TCT 9단 

구동방식

사륜구동

전장

4880mm

전폭

1985mm

전고

1975mm

휠베이스

2890mm

공차중량

2590kg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6kg.m

복합연비

5.9km/L

시승차 가격

2억456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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